나무호 피격과 결단의 시기
입력 2026.05.13 07:00
수정 2026.05.13 07:00
HMM의 나무호.ⓒ연합뉴스
나무호 피격, 공격 주체는?
한국 선박 '나무호'는 외부 공격으로 파괴됐다. 비행체 2기가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해 있던 배꼬리 부분을 1분 간격으로 두 차례 타격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나무호 좌측 선미 외판은 폭 5m, 깊이 7m가량 부분까지 훼손됐고 선체 안의 프레임은 내부로 선체 외판은 외부 방향으로 돌출·굴곡됐다. 정부는 공격 주체, 비행체의 기종과 물리적 크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서 수거한 비행체 엔진 잔해 등을 추가로 분석할 예정이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이란군이 자주 활용해온 자폭드론이나 소형 미사일의 흔적으로 보인다.
정황상 공격 주체는 처음부터 이란일 수밖에 없었다. 이란 국영방송은 혁명수비대의 소행이라고 보도했지만 이란 정부는 나무호 폭발·화재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처음부터 이란의 소행이며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작전에 참여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혼선이 빚어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계속 신중 모드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조사 결과를 통보하고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잠정적 결론은 이미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해양자유구상 참여
정부는 중동사태 발발 후 정부는 한반도 정세가 안정돼야 하고, 국내법 절차상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핑계로 결정을 미루고 있었다. 무게 중심은 종전 협정 체결을 전제로 한 영국과 프랑스 주도 다자협의체 참여였다. 그러나 협상이 장기화되고 나무호 피격 사건이라는 돌발 사태가 발생하자 기류가 바뀌고 있다. 호르무즈의 항행 자유를 위해 미국이 추진하는 '해양자유구상'(Maritime Freedom Construct·MFC) 참여를 면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기야 한국 정부가 이란에 대해 그동안 많이 두둔하고 무던히 참아준 것도 사실이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우리 정부는 너무나 이란에 편향된 시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대처해 왔다. 이란 정부와는 접촉하면서도 이스라엘 정부와는 접촉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2년 전 동영상까지 들먹거리며 아픈 상처를 다시 건드렸다. 정부뿐 아니라 정치권,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돌아온 것은 나무호 피격이다. 다만 이란이 가해자라고 굳이 이란에 직접 보복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란에 기울어진 외교를 바로잡을 때가 되었다. 이제라도 우선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 친이란국가에 대한 제재를 통해 이란을 압박해야 한다. 이게 외교다.
역사적 시기 2026년 5월 중순
사실 2026년 5월 중순은 한국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일들이 벌어지는 때이다. 우선 지난 11일 한국과 미국의 국방 장관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회담했다. 전시작전권 전환과 동맹현대화 등 향후 상호 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됐는데 방위비 분담금과 미국의 대(對)이란 작전에 대한 동참 문제 등 민감한 사안도 거론됐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청구서를 들이민 것으로 원래는 2+2라고 외교와 안보 장관이 함께 만나야 하는데, 외교장관이 빠진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바로 다음은 미·중 정상회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주석과 6차례 정상회담을 갖는다. 오는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서울에서 만나 의제를 사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이 사전 의제를 조율하는 회담이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월 14일 일본 나라현의 대표 문화유적지인 호류지에서 열린 친교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결단을 요구받는 한국
이재명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올해 중순을 기점으로 많은 것을 결정하고 결단해야 한다. 우선 가장 가까이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다. 그동안 스톡홀름 증후군도 아니고 한국은 가해자 이란에 너무 호의적이었는데 이제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나무호 피격으로 이란을 잠재적국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를 호르무즈에 보내 미국의 '해양자유구상‘에 참여하는 것은 ‘최소한의 최소한’일 것이다. 15일 진해기지를 떠나는 청해부대 48진 왕건함은 전파 교란, 해킹 등 소프트킬 방식 대(對)드론 방어 체계를 보강했다.
다음은 석유 수급, 희토류 수급 등 일본과의 경제 협력이다. 미국이 요구할 이란 전쟁 전비 부담에 대해서도 일본과 공동 대응해야 한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한국도 일본처럼 참전할 것인지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그 밖에도 많은 것의 결정을 강요받을 것이다. 결단의 시기, 한국이 하소연할 곳은 어이없게도 일본이다. 과거에는 한국과 일본이 갈등을 빚으면 미국이 중간에 나서서 말려줬지만, 지금은 한미 관계가 최악이다. 일본이 나서주지 않으면 한국 역성 들어줄 나라 단 하나도 없다. 자존심 상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역사문화와 정상외교
다행히 오는 19일에는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지난 1월 일본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은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 나라현에서 열렸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재명 대통령의 고향 경북 안동이다. 나라는 한때 고대 일본의 수도였다. 안동은 단 한 번도, 임시 수도였던 적도 없으니 격이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는 역사 지식과 인문학적 교양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성리학이 안동 출신인 퇴계 이황으로부터 비롯됐음을 잘 알 것이며, 역시 안동 출신인 서애 류성룡이 쓴 징비록에도 깊은 관심이 있을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인 봉정사, 도산서원, 하회의 고택도 당연히 다카이치 총리의 역사문화적 소양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도시 서울도 좋지만 가장 한국적인 도시 안동에서의 정상외교를 통해 두 나라 정상이 친해지고 신뢰를 쌓는다면 그 정상외교는 당장의 구체적인 현안 한두 개 정리하는 이상의 큰 성과를 거둔 셈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고향 안동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인문학적 감성을 자극해 어려운 결단의 시기에 든든한 동반자를 얻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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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구철 금강대 연구교수·전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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