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구’ 동화에 독자들도 ‘반감’…AI 시대, 대책 마련 속도 내는 출판계
입력 2026.05.13 08:25
수정 2026.05.13 08:27
도서관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 본회의 통과
‘딸깍 출판물’ 제한 필요성 제기
대전의 동물원 오월드를 탈출했다가 9일 만에 복귀한 늑대 ‘늑구’를 향한 응원이 이어지자, 출판사가 발 빠르게 이 흐름을 반영했다. 그러나 ‘시의적절하다’는 호평 대신, ‘또 딸깍 출판이냐’는 의심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AI 시대, 독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제주의 한 서점. 기사 내용과는 무관ⓒ뉴시스
8일 생성형 AI 출판물의 무분별한 납본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도서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납본 제도는 도서 출간 시 국립중앙도서관에 의무적으로 일정 부수를 제출해 문헌을 수집·보전·전승하는 제도다. 이때 출판사는 납본 도서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받는데, 생성형 AI를 활용해 대량 생산한 도서들이 이 보상금을 받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물음표가 이어졌었다.
나아가 AI로 단기간에 대량으로 신간을 출간하는 이른바 ‘딸깍 출판물’이 출판 시장을 향한 신뢰도를 낮춘다는 지적이 이어진 가운데, 도서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계기로 이를 제한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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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최근 출판계의 중요한 숙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출판사 루미너리북스가 1년 동안 약 9000권의 책을 출간한 것이 알려지면서 AI가 출판 시장을 얼마나 흔들 수 있는지 보여줬던 것. 독자들의 흔들리는 신뢰를 바로잡는 것이 출판계의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가 됐다.
최근 서점가에 늑구를 소재로 한 동화책 ‘늑구의 꿈’과 e북 ‘늑구의 여행’ 등이 출간되면서 다시 심각성이 제기됐다. 대전 오월드의 늑대가 주인공인 책으로, 소재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늑구가 오월드로 돌아간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등장한 것에 “AI로 출간한 ‘딸각 도서’가 아니냐”는 의심 가득한 시선이 이어진 것이다. ‘늑구의 여행'에는 ‘AI 활용 제작 도서’라는 짧은 설명이 있었다. AI 도서에 대한 독자들의 ‘반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책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가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 실감케 했다.
이미 출판 시장에 침투한 AI의 활용을 막기는 힘들어 보인다. 제재보다는 ‘투명한’ 공개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9일 긴급 포럼 'AI 시대의 출판 생태계, 기회와 위기 사이에서 길을 찾다'에서는 ‘AI 출판 표시제' 도입 필요성이 강조됐다. 박정인 덕성여대 AI 연구소 교수는 “AI 시대 출판은 콘텐츠 생산 산업을 넘어 신뢰를 관리하는 것으로 재정의돼야 한다”며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개별 출판사의 노력도 필요하다.
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책 표지에 '사람이 쓴 것이 맞다'는 것을 보증하는 ‘인간 저술 출판물(HAP) 보증제'를 도입했다. “AI가 생성한 문장을 그대로 원고에 사용하는 등의 표절 행위를 하지 않는다”, “AI 활용 사실을 은폐하거나 독자를 오인하게 하는 방식으로 저작물을 작성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한 ‘저자 윤리 서약’에 서명한 계약물에만 적용되며, 이를 통해 독자의 ‘알 권리’를 강화하는 조치다.
출판사는 ‘AI문고’ 시리즈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독자들에게 ‘AI가 작성한 출판물 아니냐’는 오해를 받아왔다는 사례를 전하며 “이번 보증제는 인간의 정신문화 유산과 AI 산출물을 구별하고, 출판물에 대한 신뢰를 제도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시도”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물론, 출판문화산업진흥법과 저작권법 등에 대한 정비도 필요하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의 출판 정책은 제작·유통 지원 중심이 강했다면, 이제는 출판이 단순 제작업이 아닌 검증된 지식과 책임 있는 편집을 공급하는 산업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상업적 대규모 AI 학습에 대해서도 누가 썼는지 알 수 있는 투명성이 필요하며, 사용 시 일정한 보상을 받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