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AI 배우 수상 자격 박탈…타협할 수 없는 예술의 최후방어선 [기자수첩-연예]
입력 2026.05.08 07:00
수정 2026.05.08 07:00
영화계 안팎, AI 어디까지 허용돼야 할까 따라오는 논의
최근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제99회 오스카 시상식부터 AI로 생성된 캐릭터의 연기상 수상 자격을 제한하고, 인간 배우가 직접 연기한 배역만을 심사 대상으로 삼는 규정을 명문화했다. 기술 발전이 영화 산업 전반에 빠르게 스며드는 가운데, 아카데미는 이번 결정을 통해 연기 예술의 중심에는 여전히 인간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분명히 한 셈이다.
ⓒ오스카 홈페이지
소설가 김애란은 지난 달 15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인간의 고유성을 ‘망설임’에서 찾았다. 타인의 감정 앞에서 쉽게 결론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순간, 혹은 완벽한 답 대신 침묵을 택하는 태도 자체가 인간다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배우의 연기를 바라보는 시선과도 연결시킬 수 있었다. 배우의 연기는 단순히 대사를 전달하거나 감정을 재현하는 기술적 행위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배역을 이해하기 위해 축적하는 경험과 고민,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흔들림,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드러나는 미세한 호흡과 표정 변화까지도 연기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관객 역시 완벽하게 계산된 결과물보다, 그 감정에 도달하기까지 배우가 거쳤을 시간과 과정에 더 깊이 공감하는 경우가 많다.
ⓒ뉴시스/AP
이 결정은 단순히 AI 기술을 배제하겠다는 선 긋기라기보다는, 영화라는 매체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전달하는 예술인지에 대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AI는 이미 제작 현장에서 시각효과, 음성 합성, 이미지 생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제작 효율과 표현 범위를 넓히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중국 바이트댄스의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 2.0’처럼 짧은 시간 안에 고품질 영상을 구현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작 효율을 높이는 도구일 뿐이다.
연기라는 영역에서는 여전히 인간 배우만의 고유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영화 속 인물과 소통하며 영감을 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스크린 속 존재가 나와 같은 유한한 삶을 산다는 동질성에 기인하며, 인간의 고통과 인내라는 실체가 부재한 알고리즘의 결과물은 예술이 아닌 고도의 시각 효과에 불과하다.
물론 AI가 구현하는 감정 표현은 앞으로 더욱 정교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배우의 외형과 목소리를 복원하거나, 이미 세상을 떠난 배우를 스크린 위에 재현하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기술이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지, 또 예술의 주체가 인간이라는 원칙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역시 함께 이어지고 있다. 아카데미가 AI의 기술적 활용은 허용하되 수상 자격이라는 권위를 인간에게 한정한 것은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했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주저하고 헤아리는 고통스러운 과정은 오직 인간만이 감내할 수 있는 영역이다. 영화가 인간이 인간에게 전하는 진실한 고백,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점에서 ‘배우는 인간이어야 한다’는 명제는 타협할 수 없는 예술의 최후 방어선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