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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사다리 복원으로 포용금융 시대 연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5.08 08:17
수정 2026.05.08 08:24

금리 양극화 해소 위한 금융당국의 시의적절한 중금리 대출 공급안 발표

미국 'CRA'·영국 'P2P 금융' 등 선진국 성공사례 참고해야

모니터링 체계 구축 및 중금리 대출 공급 금융사의 인센티브 강화 바람직

서울 시내 은행 대출창구에서 한 시민이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최근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중신용자에게 더 낮은 금리로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포용금융의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번 정책은 최근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 속에서 중신용자들이 겪고 있는 금융 접근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2026년 총 31조9000억원 규모의 중금리대출을 공급하고, 대출 금리는 최대 5.2%포인트(p) 인하한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국내 금융시장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금리 단층' 현상이다. 신용평점이 조금만 낮아져도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중신용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들은 대출 금리 급등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중산층과 서민층의 경제적 기반을 흔드는 구조적 문제이다.


금융위는 이러한 금리 양극화가 중신용자를 카드론과 대부업으로 내모는 악순환을 낳는다고 진단했다.


이번 금융위의 정책 발표는 여러 측면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첫째,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의 조화로운 역할 분담 구조를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사잇돌대출은 신용 하위 20~50% 구간의 중신용자에게 집중하고, 신용 하위 20%의 저신용자는 별도 정책서민금융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한정된 정책금융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면서도 금융 소외층을 빠짐없이 포용하는 정교한 설계다.


둘째, 사잇돌대출 취급기관을 기존 은행·상호금융·저축은행에서 카드사와 캐피탈사까지 확대한 것은 공급 채널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획기적이다.


여신전문금융사를 포함함으로써 사잇돌대출 공급이 늘어나고, 저축은행의 온투업 연계를 통한 민간 중금리대출도 추가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히 양적 확대에 그치지 않고 중신용자가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금융기관의 선택지를 넓혔다는 의미가 크다.


셋째, 개인사업자 특성을 반영한 전용 사잇돌대출 신설은 그동안 정책금융의 사각지대에 있던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맞춤형 지원이다.


대출 한도를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하고 더 낮은 대출 금리를 적용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개인사업자는 신용평가 과정에서 소득 변동성이 크고 담보가 부족해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되기 쉬운데, 이번 전용 상품은 이들의 특수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선진국에서도 중금리 차주에 대한 금융지원은 금융포용과 경제 안정의 핵심 정책으로 자리 잡아 왔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사례는 국내 중금리대출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국의 지역재투자법(Community Reinvestment Act, CRA)은 1977년 제정 이후 저소득층과 중소득층 지역사회의 신용 접근성을 높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CRA는 은행들이 영업지역 내 중·저소득 차주에게 대출을 공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점 확장이나 인수합병에 제약을 받도록 했다.


실제로 2023년 개정된 CRA 규정은 자산 규모 6억~20억 달러의 중형 은행을 대상으로 중금리 차주 지원을 강화해왔다.


영국은 2013년부터 정부 소유의 중소기업 전문 정책금융기관인 영국 기업은행(British Business Bank)을 통해 P2P 금융기업과 협력해 중금리대출 시장을 활성화했다.


영국 기업은행은 영국의 중소기업 전문 P2P 대출 플랫폼인 펀딩써클(Funding Circle)에 2013년부터 총 1억6500만 파운드(약 2430억원)를 투자했고, 2018년에는 소상공인 대출 지원을 위해 1억5000만 파운드(약 2200억원)의 추가 자금을 투입했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정부가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동시에 민간 금융기관에 인센티브와 규제를 적절히 조합해 시장 기능을 활성화 시켰다는 점이다.


또 단순히 대출 공급에 그치지 않고 금융교육과 상담 서비스를 결합해 차주의 금융역량을 강화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중금리대출 정책도 이러한 선진국 경험을 참고하여 종합적 접근을 취한다면 좀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단, 금융위의 이번 정책이 좀 더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중금리대출 공급 목표의 실질적 이행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


금융위는 중금리대출 공급 목표를 사전 공시하고 신용분위별 공급액, 평균금리, 잔액 등 공시 항목을 구체화한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정기적인 평가와 환류 시스템을 구축하여 정책 효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투명한 정보 공개는 정책 신뢰도를 높이고 금융기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다음으로 민간 금융기관의 실질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교한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 현재 제2금융권은 수익성에 대한 우려감을 갖고 있다.


새로 신설된 '중금리대출1' 상품의 경우 금리가 현행 대비 크게 낮아져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실보전 메커니즘, 신용보증 확대, 세제 혜택 등 다각적 인센티브가 보완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금융위의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은 국내 금융시스템의 포용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의미 있는 정책이다.


금리 양극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고, 중신용자를 제도권 금융으로 포용하며, 재정과 민간의 역할을 조화롭게 배분한 정교한 설계는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번 정책이 주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중신용자가 단순히 위험 관리 대상이 아니라 적절한 지원만 받으면 경제활동의 중심축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집단이라는 점이다.


이들에게 합리적 대출 금리로 금융접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사회 안전망 강화를 넘어 경제 활력 제고라는 거시경제적 의미를 갖는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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