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파렛트 입찰 담합' 18개사에 과징금 117억원 '철퇴'
입력 2026.05.07 12:00
수정 2026.05.07 12:00
165건 구매 입찰서 낙찰 예정자·가격 모의
관련 매출액 3692억원 달해
농협 거래 수익 나누기 등 '짬짜미'
물류비용 가중시킨 관행 제재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뉴시스
국내 물류 현장의 필수 자재인 플라스틱 파렛트 시장에서 약 7년간 전방위적인 입찰 담합을 벌여온 업체들이 공정당국으로부터 100억 원이 넘는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18개에 달하는 주요 업체들이 조직적으로 투찰 가격을 조작하고 수익을 나눠 갖는 등 시장 경쟁을 무력화한 데 따른 결과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는 2017년 9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총 165건의 파렛트 구매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18개 제조·판매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17억37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는 골드라인, 골드라인파렛텍, 구광, 대림플라텍, 덕유, 동신프라텍, 삼화플라스틱, 신창앨엔씨, 에이치플러스에코, 에이치피엠, 엔디케이, 엔피씨, 이건그린텍, 이투비플러스, 태성아이엔티, 한국파렛트풀, 한국프라스틱, 현대리바트 등 업계 주요 사업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들은 석유화학사 등 23개 수요처가 실시한 입찰에 참여하며 전화 통화나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미리 '누가 얼마에 낙찰받을지'를 정했다.
들러리 업체들은 합의된 가격대로 투찰해 낙찰을 도왔고 낙찰업체는 담합으로 발생한 수익 일부를 이들에게 배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번 담합과 관련된 매출액은 약 369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업체들의 담합은 농협과의 거래에서도 노골적으로 이뤄졌다. 골드라인파렛텍 등 5개사는 특정 업체가 농협에 파렛트를 전담 납품하도록 밀어준 뒤 수익을 나누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들은 지역 단위농협이 직접 구매를 위해 견적을 요청할 경우 일부러 농협 납품가보다 비싼 가격을 제시해 단위농협들이 농협(축산자재몰)을 통해서만 물건을 사도록 유도했다. 거래 상대방을 강제로 제한해 자신들의 부당이득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국내 파렛트 시장에서 발생한 담합을 적발해 제재한 첫 번째 사례다. 파렛트는 지게차 운송과 보관에 필수적인 자재로 이 분야의 담합은 결국 제조업체들의 물류비용 부담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공정위는 "장기간 광범위하게 진행된 담합 관행을 근절하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담합 행위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