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첫 역성장…10만원 기부가 ‘발목’
입력 2026.05.07 13:59
수정 2026.05.07 13:59
1515억 성장 뒤 1분기 모금 16.4% 감소
민간 참여 늘었지만 총액은 감소…구조 전환 압박
박정현 의원 “세법 개정·법인 기부 허용·민간 플랫폼 제도화 필요”
고향사랑기부제의 1분기 모금액이 전년 대비 16.4% 감소하며 시행 이후 첫 역성장을 기록했다. 10만원 기부에 집중된 구조와 세액공제 한계, 민간 플랫폼 제도화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제도 개편 압박이 커지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챗지피티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4년 차에 첫 분기 역성장이라는 변곡점을 맞았다. 지난해 연간 모금액은 1515억원으로 늘며 제도 안착 기대를 키웠다. 이런 흐름이 바로 올해 1분기 역성장이라는 유탄을 맞은 것이다. 1분 고향사랑기부제는 전년 동기 대비 16.4% 감소하며 성장세 유지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올해부터 10만원 초과 20만원 이하 구간 세액공제율이 상향됐음에도 모금 흐름이 둔화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홍보 부족으로만 보기 어렵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고향사랑기부금 총 모금액은 15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3억원보다 30억원 감소한 규모다. 2023년 제도 시행 이후 1분기 기준 첫 역성장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주소지 외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답례품 혜택을 받는 제도다. 지역은 별도 국비 지원 없이 민간 재원을 끌어들일 수 있다. 기부자는 세제 혜택과 지역 답례품을 통해 참여 유인을 얻는다.
이는 지방재정, 지역경제, 관계인구 정책이 한 제도 안에서 만나는 구조다. 이번 1분기 감소는 이 구조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보여주는 신호다.
공공 플랫폼 중심의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액이 줄어든 가운데 민간 플랫폼 참여는 확대되고 있다. 세법 개정, 법인 기부 허용, 민간 플랫폼 제도화가 제도 재도약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챗지피티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우려했던 ‘성장의 질’…지금이 제도개편 ‘골든타임’
그동안 고향사랑기부제의 외형 성장은 뚜렷했다. 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모금액은 2023년 651억원에서 2024년 879억원, 2025년 1515억원으로 늘었다.
기부 건수도 같은 기간 52만6000건에서 77만 건, 139만2000건으로 증가했다. 비수도권 유입 비율은 2025년 92.9%까지 높아졌고, 인구감소지역 평균 모금액은 7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수치만 보면 제도는 빠르게 안착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성장분에는 대형 재난에 따른 긴급 지정기부 영향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이나 특정 이슈가 기부를 끌어올리더라도, 매년 반복되는 안정적 기부 기반과는 성격이 다르다. 올해 1분기 감소세는 이 차이를 드러냈다.
세부 수치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고향사랑e음 모금액은 지난해 1분기 150억7936만원에서 올해 106억7532만원으로 줄었다.
반면 민간 플랫폼과 금융기관·농협 창구 등을 통한 모금액은 같은 기간 32억5688만원에서 46억8421만원으로 늘었다. 전체 모금 감소에도 민간 접점 비중은 커졌다.
이는 고향사랑기부제가 공공 플랫폼 중심의 초기 운영 단계를 지나 민간 참여 확대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공공 시스템의 감소분을 민간 플랫폼 증가분만으로 상쇄하지 못했다는 점도 분명하다. 플랫폼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기부자가 다시 참여할 수 있는 세제, 편의성, 기금사업 설계다.
고향사랑기부제는 10만원 이하 기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액 편중 구조에 머물러 있다. 올해 1분기 모금액이 첫 감소세를 보이면서 세액공제 한도 조정과 중·고액 기부 유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챗지피티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전문가들 “소액 편중 구조 완화…기금사업 성과 공개 강화해야”
고향사랑기부제의 가장 큰 병목은 ‘10만원 구조’다. 현행 제도에서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 효과가 있다. 기부금의 30% 상당 답례품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기부자는 10만원을 가장 효율적인 참여 기준으로 인식한다. 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39만건의 기부 가운데 10만원 이하 기부가 전체의 98%에 달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10만원 초과 20만원 이하 구간 세액공제율을 16.5%에서 44%로 상향했다. 세제 혜택을 늘려 10만원 초과 기부를 유도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1분기 전체 모금액이 줄면서 부분적 공제율 조정만으로는 10만원 고착 구조를 깨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현 의원은 이번 모금 감소의 원인으로 고향사랑기부금 세액공제 금액 상향의 시행 지연을 지목했다. 박 의원은 “민간과 지방자치단체는 정부가 방향을 잡아주면 따라올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며 “지금의 모금 감소는 기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부처의 공약 이행 지연이 모금 결과로 나타난 첫 징후”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시각도 같은 방향이다.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균형발전 수단으로써 고향기부제 평가와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이찬우 일본경제연구센터 특임연구원은 “현재 10만 원인 전액 세액공제 한도를 20만~30만원으로 확대하면 기부 문턱을 낮춰 실질적 기부 총액 증대를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보영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세제연구실 연구위원도 “현행 고향사랑기부제는 소액 기부에 과도하게 편중돼 실질적인 지방재정 확충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현행 10만원 한도를 20만원으로 상향하는 것은 10만원 고착 구조를 타파하고, 중·고액 기부를 유도하는 직접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세액공제 확대는 조세지출 증가 문제와 맞물린다. 전액 공제 한도를 올릴수록 기부 참여 유인은 커지지만 세수 감소 부담도 따른다. 따라서 한도 조정 논의는 인구감소지역 차등 적용, 지정기부 연계, 법인 참여 허용 여부와 함께 다뤄질 필요가 있다.
앞으로 고향사랑기부제가 정착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10만원 공제'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성장사다리를 놓을 수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챗지피티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민간 플랫폼·법인기부…확장만큼 관리 기준 필요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논의에서 민간 플랫폼 제도화와 법인 기부 허용은 또 다른 축이다. 박 의원실은 일본 고향납세제가 중앙정부 방침 속에서 40개 이상의 민간 플랫폼이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하며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또 세제 인센티브 확대, 플랫폼 진입 규제 완화, 법인 기부 참여 허용, 기부자 편의 제고가 주요 성장 요인으로 제시됐다.
국내에서도 민간 플랫폼 역할은 커지는 추세다. 올해 1분기 전체 모금액이 줄었어도 민간 플랫폼 등 비공공 접점 모금액은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다. 기부자 접근성을 넓히는 측면에서 민간 참여가 일정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수수료 구조, 지자체 간 노출 격차, 답례품 경쟁 과열, 기부금 사용 정보 공개 기준을 함께 정비해야 제도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법인 기부 허용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의 지역 사회공헌 활동과 고향사랑기부제를 연결하면 인구감소지역이나 재정 취약지역에 새로운 재원이 유입될 수 있다.
반면 특정 기업과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과도하게 결합하거나 기부가 지역사업 수주와 연결되는 방식으로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참여 확대와 투명성 장치를 동시에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행정안전부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3월 국회 토론회 서면 축사에서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주민등록 주소지 기부 제한 완화, 법인 기부 허용, 지역별 세액공제 차등, 민간 플랫폼 참여 확대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춘기 행정안전부 균형발전진흥과 고향사랑기부팀장은 토론회에서 “2025년 1515억원은 243개 지자체 1곳당 6억원 정도로 1조원 수준으로 성장해야 지역에 의미 있는 재원이 될 것”이라며 “활성화를 위해 주소지 기부 제한, 기부금 상한, 법인 기부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고향사랑기부제는 별도의 국가 예산을 들이지 않고 민간 재원을 지역으로 흐르게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제도”라며 “1분기 모금 감소를 좌시하지 말고 세법 개정과 법인 기부 허용, 민간 플랫폼 제도화를 올해 안에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이 10조원 규모의 지역 기부 시장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방향을 잡고 민간이 경쟁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고향사랑기부제의 기부금이 어떤 사업에 쓰였는지, 지역 주민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기부자가 다시 참여할 이유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유보람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고향사랑기부제연구단장은 “고향사랑기부가 재난 상황에서 국민 참여를 확대하는 사회적 연대 플랫폼으로 역할도 가능하다”며 “지역 간 격차 완화와 정보·성과 공개, 주민 참여형 기금사업 발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