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韓 미술 세계무대 길 넓힌다…베니스비엔날레 후원 연장
입력 2026.05.06 18:00
수정 2026.05.06 18:00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2034년까지 후원
올해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현대미술 실험과 확장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한국관 전경, 2026.ⓒ감동환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 미술 무대 중 하나인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후원을 2034년까지 이어간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 무대가 기술과 판매량을 넘어 브랜드 철학과 문화적 영향력으로 넓어지는 가운데, 현대차도 예술 후원을 장기 브랜드 자산으로 키우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6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협약을 맺고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공식 후원을 2034년까지 지속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15년부터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을 후원해왔으며, 이번 협약으로 후원 기간은 총 20년으로 늘어나게 됐다.
베니스비엔날레는 2년마다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리는 국제 미술 행사다. 국가별 전시관을 통해 각국의 동시대 미술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미술계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한국관은 1995년 베니스 자르디니 내 26번째 국가관으로 건립됐으며, 한국 현대미술을 국제 무대에 소개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해왔다.
올해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는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라는 제목으로 열린다. 전시는 최빛나 예술감독이 기획하고 최고은, 노혜리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 기간은 이달 9일(현지시간)부터 11월 22일까지이며, 한국관은 6일 개막 행사를 연다.
전시 제목의 ‘해방공간’은 광복 이후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던 1945년부터 1948년까지의 역사적 시기를 가리킨다. 이번 전시는 이 개념을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니라, 분열과 불안이 깊어진 동시대 세계에서 연결과 회복을 다시 묻는 공간적 은유로 확장한다. 한국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요새’이자 ‘둥지’로 재해석해 보호와 폐쇄, 돌봄과 공존이라는 상반된 감각을 함께 드러내는 방식이다.
최고은,〈메르디앙〉, 2026.《해방공간: 요새와 둥지》설치 전경 ⓒ감동환
최고은 작가는 동파이프를 활용한 장소 특정적 작품 '메르디앙'을 선보인다. 한국관 내외부를 관통하는 선과 흐름을 조각적 언어로 구현해, 닫힌 구조처럼 보이는 공간을 다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노혜리 작가는 왁스를 입힌 오간자 조각을 겹겹이 쌓은 '베어링'을 통해 생명과 돌봄, 공동체의 감각을 다룬다.
올해 한국관은 일본관과의 협력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한국관과 일본관은 개막 퍼포먼스와 전시장 내외부 설치, 양 국가관을 오가는 수행 퍼포먼스를 통해 두 공간을 연결하는 실험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관의 역사적 주제인 ‘해방공간’이 동아시아의 기억과 현재적 관계 속에서 어떻게 다시 읽힐지도 관전 포인트다.
현대차의 이번 후원 연장은 최근 회사가 글로벌 예술 후원을 강화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현대차는 테이트, LA카운티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등과 장기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테이트와의 ‘현대 커미션’은 2026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협력이며, LACMA와의 파트너십은 올해 2037년까지 연장됐다.
현대차의 예술 후원은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수단이 되는 모습이다. 전동화와 자율주행 등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자동차 회사가 어떤 이동 경험과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파는 회사를 넘어 기술과 디자인, 예술을 연결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10년에 이어 앞으로도 세계 무대에 다채롭고 실험적인 예술이 안정된 기반 안에서 선보여질 수 있도록 한국관 후원을 지속하게 돼 뜻깊다”며 “향후에도 한국관을 매개로 동시대에 필요한 다양한 실천적 담론의 장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