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황산 거래거절 적법" vs 영풍 "본안서 다툴 사안"
입력 2026.04.29 15:29
수정 2026.04.29 15:32
서울고법, 영풍 제기 거래거절금지 가처분 항고 기각
고려아연 "환경·안전 위한 정당한 권리 행사 재확인"
영풍 "가처분 단계 잠정 판단…거래거절 위법성 본안서 다툴 것"
고려아연 온산 제련소 전경ⓒ고려아연
고려아연과 영풍이 황산 취급 대행 계약 갱신 거절을 둘러싼 항고심 결정 이후 판결 의미를 두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25-2 민사부는 지난 28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거래거절금지 가처분' 항고를 기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지난해 8월 영풍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항고심에서도 고려아연의 계약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고려아연이 2024년 4월 15일 황산 관리 시설 노후화, 유해화학물질 추가 관리에 따른 법적 리스크, 저장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영풍의 황산 취급 대행 계약 갱신을 거절하면서 시작됐다. 영풍은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하는 황산을 계속 고려아연이 처리하게 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항고심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영풍이 황산 처리 방안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대체 방안 마련 노력이 부족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채권자(영풍)는 아연을 생산하기 시작한 2003년경부터 현재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스스로 황산을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고려아연)에게 황산 처리를 위탁한 채 다른 대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려아연의 거래 거절이 영풍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거래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영풍이 다른 대체 방안을 마련할 기간도 충분히 부여됐거나 경과했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결정을 환경과 안전을 위한 계약 갱신 거절의 적법성이 재확인된 결과로 평가했다.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 근로자와 울산 지역사회 안전, 환경 우려, 시설 노후화에 따른 리스크 등을 고려해 황산 취급 대행을 중단한 결정이 정당한 권리 행사였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결정 역시 영풍이 자체적인 황산 처리 역량을 확보하지 않은 채 고려아연에 위험물질 처리 부담과 안전 리스크를 전가해 온 행태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영풍은 이제라도 책임은 떠넘기고 혜택만을 누리고자 하는 경영방식을 버리고 기업 본연의 사회적 책임과 안전 관리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영풍은 이번 결정이 가처분 단계의 잠정적 판단일 뿐이라며 고려아연이 이를 본안 확정 판결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영풍은 거래거절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와 부당성은 본안 소송에서 다퉈질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영풍은 이번 사안의 본질이 단순한 환경·안전 문제가 아니라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의 수단으로 국가 기초금속인 아연 공급망을 담보 삼아 영풍의 생산을 방해하는 '전략적 거래 단절'이라고 주장했다.
영풍은 양사가 20년 넘게 온산항을 중심으로 황산 물류 협력 체계를 유지해 왔고 황산 취급 대행 계약도 문제 없이 운영돼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 이후 영풍을 경쟁자로 지목하고 원료 공동구매 중단, 공동영업 중단에 이어 황산 취급 대행 계약까지 일방적으로 단절했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환경·안전 문제를 거래거절 사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명목에 불과하다고 봤다. 중대한 안전 문제가 있었다면 계약 종료 통보 이후에도 상당 기간 동일 업무를 계속 수행한 사실이 설명되지 않고 그동안 관련 설비와 운영 체계를 유지해온 점과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영풍은 자체 황산 수출설비 운영과 저장탱크 추가 설치, 대체 물류 인프라 확보 등을 추진 중이라며 고려아연 설비를 항구적으로 사용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황산 수출 인프라는 위험물 취급 특성상 항만 인허가, 주민 수용성, 국가 물류체계 등 복합적 제약이 있어 단기간 내 대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영풍은 "국내 아연·황산 제조와 공급망 안정성이 특정 기업의 경영권 분쟁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며 "법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고려아연의 거래거절에 대해 계속 다투고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안정성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