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현장] "일찍 후보 등록한 이유? 업적 알리려고"…오세훈, 승부수는 '성과'
입력 2026.04.28 00:10
수정 2026.04.28 00:10
시민에겐 '친근감'·당원에겐 '홍보'
"한 게 없다고?…당원이 홍보해 달라"
'일타강사' 자처, 40분 동안 성과 강의
"진심을 다해 시민에게 다가가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청계천에서 시민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주훈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소재가 '성과'라고 판단한 모양새다. 서울시장직을 유지한 채론 홍보할 수 없어 여당의 공세에 수세에 몰렸지만, 예비후보 등록으로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서면서 역공에 나서고 있다.
오 후보는 27일 오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이후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후보 등록 후 일성 키워드는 '시민'이다. 시민과의 스킨십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통상적인 선거 전략이지만, 오 후보는 '투 트랙'으로 나서고 있다. 청계천에서 불특정 다수 시민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방법과 서울 지역 당원에게 직접적으로 홍보하는 방법이다.
특히 당원들에게 성과를 홍보하는 이유는 '전파성'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오 후보가 성과가 없다는 점을 줄곧 부각한 탓에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자, 이른바 '입소문'을 통해 역공에 나서려는 것이다.
오 후보는 이날 오후 서대문문화체육회관에서 개최된 서대문구 필승결의대회에서 서울시장직을 수행하면서 달성한 여러 성과를 설명하며 "왜 우리가 서울시를 지켜야 하는지 충분히 주변에 설득할 수 있느냐"라고 당부했다.
앞서 오 후보는 이날 서울시청 인근 청계천에서 시민과 함께 걸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예비후보 등록을 서두른 배경에 대해 "경쟁 후보인 정 후보보다 여론조사상 수치가 조금 떨어진다"며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졌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서대문 필승결의대회에선 서둘러 후보 등록에 나선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오 후보는 "다른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보다 일찍 시장직 업무 정지를 감수하고 오늘 오후부터 이렇게 나선 이유를 아는가"라면서 "시장직을 유지하면서 업적을 홍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며칠 일찍 나섰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는 스스로 '일타강사'를 자처하며 당원들을 상대로 서울시정 성과를 일일이 설명했다. 큰 틀에서 △좌파 관변 단체 제거 △578개 구역 재건축·재개발 추진 △디자인 서울 및 한강 르네상스 성공 △서울 대기질 개선 △손목닥터 9988 구축 △기후동행 카드 구축 등 성과를 내세웠다.
오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문제에 대해 "박원순 시장 10년 동안 재건축·재개발 구역 지정 389 곳을 전부 취소했는데, 무려 40만 가구 주택 공급을 없앤 것"이라면서 "그래 놓고선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신통치 않다고 한다. 신통 기획을 통해 지금 서울 시내 578개 구역이 재건축·재개발이 진행 중인 것을 알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는 반성도 하지 않으면서 입만 열면 신통기획보다 본인의 착착개발이 더 잘될 수 있다고 한다"며 "그런데 방법론도 없으면서 자기가 하면 더 잘한다고 하는데, 여러분은 믿을 수 있는가. 민주당 시장이 당선되면 '박원순 시즌2'가 재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관변단체를 두고선 "5년 전에 시장으로 다시 돌아와 보니까. 서울시가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면서 "시민단체라고 자처하지만 사실상 관변단체들이 무려 10년 동안 1조 222억원을 파이프라인을 꽂아놓고 혈세를 쪽쪽 빼 먹고 있었다. 이걸 보고 피가 거꾸로 솟았지만, 바로 잡는데 3~4년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27일 서대문문화체육회관에서 개최된 서대문구 필승결의대회에서 당원들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응원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주훈 기자
오 후보는 "여기만 보더라도 우리가 서울시를 왜 지켜야 하는지 충분히 주변을 설득할 수 있지 않겠나"며 "지난 몇 개월 동안 민주당이 내세웠던 논리는 '정원오는 일을 잘했는데, 오세훈은 한 게 없다'라는 것이다. 알아야 이길 수 있고, 알아야 홍보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40여분 동안 이어진 오 후보의 서울시정 성과 강의에 필승대회에 모인 300여명의 당원들은 맞장구를 치며 호응했다. 오 후보는 당원들이 크게 호응하자 "서대문이 기를 불어넣어 주는데, 이렇게 기가 살아야 신바람이 난다"며 "하나만 더 자랑해야겠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서울시의 120다산콜센터와 정 후보의 '010 문자 민원'을 두고 "강남구청장 설날 인사 플카드가 한쪽이 끊겨 있었는데, 강남구청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며 "급해서 120에 전화하고 볼일을 보고 왔더니, 1시간 30분 만에 처리했다. 이것이 120의 위력인데 모두 느끼고 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기처럼 물처럼 누리고 있어서 누가 했는지 모르는 것"이라면서 "일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정 후보는 답신하는 것을 자랑하고 있는데, 21세기에 이렇게 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인가. 시민이 아닌 제가 원하는 일을 한다고 공격하지만 네거티브가 이 정도면 '신급'이다"라고 꼬집었다.
오 후보는 "오늘 제가 일타강사처럼 머릿속에 넣어줬으니, 주변에 당원이 아닌 사람들과 대화할 때 절대로 업적 가지고 밀리면 안 된다"면서 "옛날에 농부가 아무리 배가 고파도 종자는 먹지 않는다. 하나는 남아 있어야 농사짓고 기사회생할 것 아닌가. 이런 비유를 괜히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대화할 때 써먹으라고 알려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청계천에서 시민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주훈 기자
당원들을 상대로 서울시정 홍보에 나섰다면, 서울시민을 상대론 '친근감'을 강조하고 나다. 오 후보는 예비후보 등록 이후, 시청에서 캠프 사무실이 마련된 보신각 인근까지 시민과 함께 걸었다. 시민 중에선 오 후보를 보며 손을 흔들며 반가움을 드러내거나, 사진 촬영을 요청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다수 언론이 동행해 거리가 혼잡하자 지나가던 중년 여성에게 "사람이 많아서 많이 놀랐을 것 같다"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오 후보는 걸으면서 시민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나누거나 "시장직 정지하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데, 파이팅 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청계천에선 특히 20·30세대 여성들이 오 후보를 알아보고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오 후보는 "지금부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많이 도와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당원들을 상대론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자칫 시민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조심을 더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는 보신각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는 전략으로 치르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치르는 것"이라면서 "시민 속으로 파고들어서 소통하고, 고언을 소화해 정책화하는 등 과정이 모두 선거운동이 될 것 같다. 진심을 다해서 시민에게 다가가는 것이 이번 선거운동의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