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스타' 李대통령이 툭 던진 한마디 [기자수첩-금융증권]
입력 2026.04.27 07:12
수정 2026.04.27 07:12
대통령 한마디에 탄력받는
증권업계 T+1 시스템 구축
실시간 결제·정산 블록체인 시스템
선도할 방안 집중하는 게 낫지 않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6월 경기도 연천군 25사단 비룡전망대를 방문해 군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굳이?"
군 생활을 했다면 누구나 곱씹어봤을 말이다.
높으신 분이 잠시 방문한다는 이유로 비행단 정문에서 활주로까지 쭉 뻗은 도로 주변 낙엽을 하염없이 쓸었던 기억이 있다.
사역을 마치고 생활관에서 투덜대니 정비대대 친구들은 활주로 일대를 대걸레로 닦았다고 했다.
윗사람이 툭 던진 한마디가 충성 경쟁 불쏘시개가 돼 현장의 물음표로 남는 일은 '사회'에서도 흔하다.
지난달 자본시장 안정·정상화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발언 말미에 불쑥 "오늘 주식을 팔았는데 돈은 왜 모레에 주느냐"며 "의제로 검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금융투자협회는 'T+1(거래 1영업일 뒤 대금 지급) 시스템' 관련 뉴욕·런던 현지실사에 나서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 분열 뉴스가 끊이지 않지만, 관가는 물론 금융권에서도 민주당 정권의 연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대통령 한마디에 민관이 가리지 않고 부산을 떠는 이유다.
현재 증권업계는 T+2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늘 보유 주식을 팔면, 현금은 이틀 뒤에 찾을 수 있다.
증권은 금전적 거래 외에도 주식 움직임 등 고려할 사안이 많아 전산 시스템 구축이 간단치 않다고 한다.
은행 계좌이체 정산조차 사실상 T+1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시장에서 T+1을 구현한다는 것은 대단히 도전적인 과제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현장에선 거래시간 연장보다 T+1이 더 큰 난제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주식 정산 금액을 하루 만에 찾을 수 있다면 기분이 퍽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결제 및 정산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 시대를 눈앞에 두고, 굳이 T+1에 목숨 걸 이유가 있나.
중국은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를 건너뛰고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우리보다 핀테크 분야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도 T+1을 훌쩍 넘어, 인공지능(AI) 에이전트와 연동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 실시간 결제·정산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국제적 규범이 뚜렷하지 않은 유망한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 규범 설정자 지위를 확보하면, 그토록 바라던 글로벌 경쟁력도 저절로 거머쥘 수 있다.
국민이 쉽게 체감할 성과를 내겠다며 툭 던진 대통령 한마디에 전문가들이 '활주로 대걸레질'로 내몰리진 않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