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섞인 12시간 주식 거래, 시작 전부터 의심 눈초리 [기자수첩-증권]
입력 2026.01.26 07:03
수정 2026.01.26 07:03
6월부터 연장…내년 말 24시간 거래 목표
투자자 ‘거래량 쏠림·주식 중독’ 우려
전산 시스템 구축에 증권가 부담 확대
국장 신뢰도 향상 위한 단계적 추진해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가 이달 2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앞에서 ‘증권 거래시간 연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데일리안 서진주 기자
6월부터 취침 시간 빼고 하루 종일 주식 매매가 가능해진다.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우리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주식 거래시간 연장’ 카드를 꺼내 들면서다.
거래소는 오는 6월부터 프리마켓(오전 7~8시)과 애프터마켓(오후 4~8시)을 추가 운영해 거래시간을 총 12시간으로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내년 말 24시간 거래 가능한 시장을 만드는 게 목표다.
하지만 증권사는 물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한숨이 나오는 아이러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상황을 즉각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거래량이 특정 시간에 쏠리는 현상을 무시할 수 없다.
하루 종일 주식 차트를 바라보는 ‘주식 중독’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으로 자산을 불리는 성공 사례들이 있는 만큼, 주식으로 인생 역전을 노리겠다”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다.
무엇보다 전산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6월 시행 일정은 다소 촉박한 감이 있어 증권사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증권사들은 거래소가 제시한 일정에 따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충분한 협의 없이 추진돼 시스템을 고도화 할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다.
증권사 직원들의 피로도 문제도 고려할 부분이다. 오전 7시에 장을 열게 되면 새벽 5~6시 출근할 수밖에 없고, 오후 8시 장을 닫은 이후 정산 업무를 처리해야 돼 늦은 퇴근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주 4.5일제 도입에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근로시간 연장과 노동 강도 심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모순이다. 이로 인해 시스템 투자와 인력 충원 없이 거래시간만 늘리는 것처럼 보여질 뿐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런던거래소(LSE) 등 해외 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 흐름에 맞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다만 코스피가 5000선을 돌파한 시점에서 자본시장 건전성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장 신뢰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다.
무리하게 거래시간을 연장하는 것보다, 탄탄한 시스템과 충분한 인력 구조가 마련된 이후 차근차근 추진하는 것이 국장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