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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입'만 쳐다보게 생겼다 [기자수첩-증권]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6.01.25 07:16
수정 2026.01.25 17:30

명쾌한 대통령 발언, 구두개입 효과

환율 하락에 증시 상승까지

시장 참가자들에게 학습효과

흐리멍덩 당국 메시지, 힘 잃을수도

이재명 대통령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173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영역을 넘나들며 자신의 견해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별도 해석이 필요 없는 명쾌한 발언 덕에 대한민국 경제는 두 가지 고민거리를 상당 부분 덜게 됐다.


이 대통령은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거란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관련 책임 당국에 의하면 한두 달 정도 지나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1480원을 돌파했던 환율은 146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금융·외환 당국은 환율 목표치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공개된 목표는 그 자체로 시장에 메시지가 되고, 환율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은 당국이 지켜 온 '암묵적 룰'에 균열을 냈다.


당일 주식시장도 이 대통령 발언에 기민하게 반응했다. 간밤 뉴욕증시는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갈등 여파로 급락했지만, 국내 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증권가는 '이례적 상승'의 핵심 동력으로 이 대통령 기자회견을 꼽았다.


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대한민국이 저평가돼 있다는 것은 객관적 지표상 명확하다"고 말했다.


특히 뉴욕증시 급락 마감에도 장중 코스피가 소폭 하락 중이라며 "소위 말해서 대기 매수세가 엄청 있다는 것이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게 아니고 정상화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당일 기자회견 시점에 코스피 하방 압력을 견디게 한 주역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 덕에 약보합 흐름을 보이던 코스피는 이 대통령 회견 이후 상승 전환했다. 장 초반 매도 우위였던 기관 투자자들이 외국인과 함께 쌍끌이 매수에 나선 덕이었다.


투자자들의 변덕스러운 움직임은 새로울 게 없지만, 이 대통령 회견 이후 기관 투자자가 운신 폭을 확대한 건 그저 우연이었을까.


질문을 두려워 않는 이 대통령 행보는 평가받아 마땅하다. 다만 의도와 별개로, 대통령 발언이 강력한 구두개입으로 작용했다는 점은 시장 참가자들에게 엄청난 학습효과를 안겼다.


향후 환율 재상승 등 각종 이슈 발생 시 시장은 당국보다 대통령 한마디를 기다리게 될지도 모른다. 명쾌한 이 대통령 '입'이 주목받을수록, 상대적으로 흐리멍덩한 당국 메시지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미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원-달러 환율에 구두개입하는 순간 '병풍'으로 자리하며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태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를 들었다 놨다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롤 모델로 설정한 게 아니라면, 대통령 발언이 구두개입으로 귀결된 이번 사례를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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