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자사주 23조 태우는 이재용·최태원·박정원, 밸류업 다음 역은 'AX’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4.14 16:04
수정 2026.04.14 16:04

자사주 마법 사라진 재계...“방어권 대신 시장신뢰”

삼성·SK, 주주환원·AX 전환으로 기업가치 증명

두산, 소재서 후공정까지 AI 밸류체인 구축 속도

최태원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샘 알트만 오픈AI대표 접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자사주라는 방패 뒤에 숨어 경영권을 지키던 시대가 저물고 압도적인 실적과 주주 환원으로 정면 승부하는 시대가 막을 올렸다. 삼성전자와 SK, 두산 등 재계 리더들은 상법 개정이라는 제도적 파고에 맞서 총 23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주주들에게 지갑을 여는 ‘밸류업’을 넘어 AI로 기업 가치를 증명하는 AX(AI 전환)로의 대전환도 함께 시작됐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 두산 등 주요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을 일회성 환원이 아닌, 기업가치 재평가를 위한 전략적 승부수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대규모 소각의 직접적인 트리거는 상법 개정이다.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고 인적분할 시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 지분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기업들은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기다리는 대신 선제적 소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영권 방어용으로서의 효용이 다한 자사주를 태워 자본 효율을 극대화하고 주가를 부양하는 것이 외부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는 방안으로도 자리 잡았다.


소각 이후의 청사진은 ‘AX’로 수렴된다. 자사주 소각으로 몸집을 가볍게 한 기업들은 확보된 자산 효율성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인 AI 인프라에 가용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취득한 14조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 올 상반기 내 자사주를 소각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모두 이행하며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주고 올해 잔여 재원이 발생할 경우 추가적인 환원 정책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뉴 삼성’을 향한 AX 행보에 속도를 낸다. 5년여에 걸친 상속세 분할 납부가 이달 마무리되면서 재무적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패키징 등 AI 핵심 분야에 대한 투자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회장은 올해 R&D 및 시설 투자에 110조원 이상을 투입, 메모리와 파운드리 및 시스템 반도체를 아우르는 ‘AI 풀스택’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에 명운을 걸고 있다.


SK그룹 역시 최태원 회장이 주도하는 그룹 리밸런싱의 방점을 AI에 찍었다. 지주사 SK는 보유 자사주 중 20.3%에 해당하는 4조8000억원 규모를 내년 1월 소각한다. SK그룹은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확보한 재원을 주주 환원과 함께 AI 데이터센터(AIDC), AI 스타트업 투자 등 인프라 구축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2027년까지 12조원을 들여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 초미세 공정의 주도권을 굳힌다는 복안이다. 최 회장이 ‘글로벌 메모리 공급난이 203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본 만큼, AI 붐에 따른 HBM 수요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승우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그룹의 중기 사업 방향성인 AI에서는 SK하이닉스(HBM)를 필두로 SK텔레콤(AIDC), SKC(글라스기판) 등이 핵심 축으로 부상할 전망”이라며 “SK바이오팜 지분 매각과 현재 진행 중인 SK실트론 매각 등을 감안하면 주주환원 재원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 2월 11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사업장을 방문해 가스터빈을 점검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경영진에게 “AI 대전환기를 맞아 에너지 사업 분야에 큰 기회의 장이 열렸다”고 강조했다.ⓒ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이 이끄는 두산은 약 3조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여기에는 AI 가속기용 소재 등 하이엔드 전자소재 사업 성장에 대한 확신도 배경이 됐다. 두산의 자체 사업인 전자BG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인 1조 8757억원을 기록하며 그룹의 캐시카우로 부상했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X를 중심으로 한 확장을 주문하며 소재와 에너지 사업을 핵심 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두산은 현재 SK실트론 지분 인수를 추진, 소재(웨이퍼)에서 기판소재(CCL), 후공정 테스트로 이어지는 ‘반도체 밸류체인’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두산과 SK의 자사주 보유 비중이 각각 15.9%, 24.8%로 높지만 두산의 견고한 재무구조와 SK의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 능력을 고려하면 소각에 따른 신용도 영향은 충분히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의 핵심 자체사업인 전자BG는 올해 연간 매출액 2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두산이 보유 자사주 15.4% 중 임직원 보상 목적(RSU)을 제외한 12.2% 전량을 연내 소각하기로 결의한 것은 주주환원 요구에 원칙적으로 응답한다는 경영 의지”라고 평가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