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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구 사수’ 의지도 없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4.14 09:08
수정 2026.04.14 09:10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번 지방선거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거대한 전선이 될 것이다. 그 전선 위에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민주당 대표는 전국을 누비는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라고 한다. 당초 14일부터 2박4일간 미국에 다녀온다더니 5박 7일로 길어졌다. 사흘을 앞당겨 11일에 출국하면서 당내에도 알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미국을 방문한다니까 그 쪽에서 비공개 면담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정을 늘렸다는 게 설명의 전부였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에는 비할 바 아니지만 그래도 소속의원 107명의 대 정당이다. 그 대표의 행보가 이렇게 가볍다니!


더욱이 6·3 동시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전국을 누비면서 지원유세를 벌이고 있다. 이런 때 경쟁정당의 대표가 일주일씩이나 외유라니?


장 대표 자신이 페이스북 글에서 “현재의 분열과 고통의 시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으면서 인사도 제대로 챙기지 않고 급급히 떠난 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하루 지나 출국 사실을 알리면서 방문 일정은 현지 특파원 간담회를 통해 밝히겠다고 한 부분도 전해 듣는 사람들을 뜨악하게 한다.


“위기의 대한민국 앞에서 우리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 처절한 마음으로 싸우는 이유는 단 하나, 이 길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어제(11일) 세계의 자유를 지키는 최전선 워싱턴으로 출발했다.”


‘처절한 마음’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의 행동은 여유롭다. 워싱턴은 세계의 자유를 지키는 최전선이 아니라 후방의 총 지휘부라고 할 수 있다. 최전선은 우리나라처럼 전체주의적 체제를 대면하고 있는 지역을 가리킨다. 자유가 현실적 위험에 직면했다면 현장에서 싸우는 게 급선무다.


미국 보수 정치세력과 어떤 연계가 있는지, 그들로부터 어떤 시그널이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짐작하기도 어렵다. 설명을 안 해주니 어떻게 알겠는가. 설령 아주 비밀스럽고 중요한 미션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현장을 지키며 독전(督戰)하는 것이 순서다.


미국에 가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문제를 논의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유권자들의 표심을 거기 가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수는 17개다. 오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당선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경북 1곳뿐이 아닌가 하는, 대단히 회의적인 전망까지 언론이나 시민들에게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힘이 서울·부산보다 오히려 더 중시해야 할 자유우파의 본산 대구에서 되레 좌파 민주당의 공세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니! 중앙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족 혹은 결여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컷오프했으면 이유를 말해줘야


이정현 공관위원회가 총사퇴하고 박덕흠 공관위가 들어섰지만 분위기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실망과 반발의 목소리가 여전하다는 뜻이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보건대 국민의힘은 이겨내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다. 지는 선거에 그냥 끌려가는 모양새다.


일찍이 자유우파정당(자기들 말로 보수정당)으로서 이처럼 지레 패배를 자인한 경우는 없었다.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하더니 이젠 아예 지하실로 추락하고 있는 여론지지율에 주눅 든 것인가.


참으로 한심하게도 우파의 본바닥 대구조차 안심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의 김부겸 후보(전 국무총리)가 국민의힘 어떤 주자보다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보수의 심장을 도려낼 수 있는 경쟁 정당의 후보가 나타났는데도 국민의힘에는 필승의 자신감, 의지, 전략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컷오프했을 양이면 승리 전망이 확실한 대안을 내놨어야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오히려 그간 여론조사 지지율 하위권에 머물렀던 주자들 6명의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거다.


주 부의장의 경우는 이해할 수도 있다. 6선의원에다 국회부의장에까지 오른 사람이 다시 대구시장직을 차지해 정치적 여생을 즐기겠다고 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 그렇지만 이 전 위원장의 경우는 다르다. 납득할 만한 까닭을 말해주지도 않고 컷오프했다고 알려졌다.


이 전 공관위원장은 컷오프 발표를 한 뒤에 “이 전 위원장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곳은 국회”라며 그쪽으로 나아갈 것을 권하는 듯한 말을 했었다. 장 대표의 말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지난 9일 대구에 가서 이 위원장을 만났는데 두 시간 반 정도 만찬을 하며 ‘대구 시장 대신 국회에서의 역할’을 주문했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얼핏 듣기에 각별한 신뢰와 기대의 표시이자 그럴듯한 대안 제시였다고 보겠는데 ‘우정 있는 설복’이긴 했겠으나 ‘수용할 만한 제의’였다고 하긴 어렵다. 이 전 위원장에겐 대구시장이 두 번째 도전이다. 승산도 상대적으로 높다.


그런데 이런 기회를 포기하고 불확실한 대안을 수용하라는 격이다.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많을 테니까 대표가 마음먹으면 어느 곳에든 공천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비록 대구에 보궐선거 지역구가 생기더라도 이 전 위원장에게는 새로 개척해야 할 돌밭길이다. 그것도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컷오프로 구겨진 이미지는 또 어쩌고.


대안은 자유우파 후보 단일화?


후보 경선 주자 중 한 명인 홍석준 전 의원이 ‘재경선’을 공약했다. 자신이 후보로 뽑히면 이 전 위원장 및 주 부의장과 재경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전 위원장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런데 박 공관위원장은 “추가 경선은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추후 단일화 등 후보자 간 연대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함께 밝혔다.


그러니까 이 전 위원장, 주 부의장 등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경우 후보단일화가 불가피할 것이지만 그건 당사자들의 문제이지 공관위가 간여할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말인데 왜 그렇게 일을 어렵게 만드는가.


이런 저런 논란 속에 ‘이정현 공관위’가 해체되고 새로운 위원회가 구성됐으면 판을 새로 짤 만도 한데 공관위 결정의 권위 때문인지 장 대표 체제의 위신 때문인지 번복을 못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대구시장 공천에 또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자유우파 후보들의 난립으로는 백전백패일 뿐이다. 후보단일화가 유일하고 불가피한 돌파구가 될 텐 데 그럴 바에는 애초에 전원 경선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은가. 장 대표도 원래 그쪽을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하는 까닭이 뭔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출전하는 지휘관이 군령장(軍令狀)을 바치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거니와 당 대표도, 공관위원장도 군령장 쓰고 지방선거전에 나설 각오가 돼 있는지 모르겠다. 그 정도 각오라면 승산이 조금이라도 더 있는 후보를 고르는 노력을 결코 마다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장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전 대선 후보와 겨뤄 이겼다. 이재명 대통령과 싸워 선전했던 직전 대선 후보를 꺾은 것은 대단히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 당원들이 변화를 바란 결과였다. 다만 표 차가 0.54%p에 불과했다. 그건 독단에 대한 경계(警戒)였다.


당에 신선한 변화의 기운을 불어넣되 포용과 숙의(熟議)의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주문이기도 했다. 패배의식에 젖은 국민의힘에 용기와 역동성을 불어넣으려면 다독여 함께 나아가게 하는 리더십이 특히 긴요하다.


장 대표에게 아직은 실망하고 싶지 않다. 그가 독선 독단을 선호하는 대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함께 가는 길’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 주춤했던 것이라고 믿고 싶다. 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을 금도(襟度)라고 한다. 금도에는 남다른 품과 용기가 필요하다. 그게 진정한 지도자의 풍모라고 여겨진다. 장 대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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