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선 '고유가 방어', 에너지선 '영역 확장'…팬오션, 1분기 변동성 뚫을까
입력 2026.04.14 15:49
수정 2026.04.14 15:49
팬오션 1분기 영업익 1285 전망, 전년비 상승세
에너지선 중심 벌크선 의존도 순차적으로 낮춘다
SK해운 VLCC 선대 확충으로 장기적인 효과 기대
팬오션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그랜드 보난자 ⓒ팬오션
국내 해운사 팬오션이 올해 1분기 사업 다각화를 기반으로 호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벌크선 운임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서도 체질 개선 효과가 본격 반영되며 과거와는 다른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의 1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증권가 컨센서스는 12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증권사들은 이를 소폭 웃도는 13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전망하며 실적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해운 업계의 핵심 지표 중 하나인 BDI(발틱운임지수)는 올해 1분기 1000 중후반대에서 2000 초반대 사이를 오르내리며 변동성이 확대된 모습이다. BDI는 철광석과 석탄, 곡물 등 주요 원자재를 운송하는 벌크선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BDI는 지난 1월 15일 1532까지 하락한 이후 3월 4일 2242까지 상승하는 등 등락 폭을 키웠다. 절대적인 수치만 놓고 보면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단기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시황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과거 팬오션은 이 같은 BDI 흐름에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전형적인 벌크선사였다. 하림에게 인수되기 이전인 2014년 STX그룹 당시 팬오션은 BDI 운임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게 나타났으나, 유조선과 LNG선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점차 운임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이어지고 있는 고유가 국면 또한 팬오션의 방어력을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벌크선과 에너지선은 장기대선(선박 임대) 계약 구조 덕분에 연료비 전가가 상대적으로 쉽다. 팬오션 또한 해당 계약들을 적극 체결하는 해운사로, 호르무즈 봉쇄에 따른 연료비 상승 부담을 일정 완화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벌크선 기반 자체가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단기 시황 변동과 관계없이 일정 수준의 물동량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LNG선,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등 에너지 운송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이어 팬오션이 확보한 VLCC 자산의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팬오션은 지난 2월 SK해운으로부터 VLCC 10척을 약 9737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팬오션 자산총액의 약 10% 달하는 규모로,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VLCC 선대를 확충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말 팬오션의 선대 규모는 246척에 달하지만 VLCC는 단 2척에 불과했다.
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 이전 VLCC 평균 운임은 하루 약 20만 달러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40만 달러를 웃도는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황 측면에서는 VLCC 선대를 확충한 팬오션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에 인수한 VLCC 10척의 경우 단기적으로 운임 상승 효과를 즉각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단순 선박 확보가 아닌 장기 화물 운송 계약까지 함께 승계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계약이 순차적으로 종료된 이후에야 운임 상승에 따른 수익 개선 효과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기회 비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외부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익 체력이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탱커 및 LNG 부문에서 당초 예상 대비 실적 호조가 기대되며, 컨테이너 부문 역시 유류 할증료 부과를 통해 유가 상승분을 일부 상쇄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유가 상승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에도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팬오션 관계자는 “철광석 중심의 드라이 벌크 운송 물량이 증가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어 실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SK해운으로부터 인수한 VLCC는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인도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