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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7억 vs 2221억…라이선스 추월한 창작 뮤지컬, 시장 무게추 옮기나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4.15 07:25
수정 2026.04.15 07:25

라이선스 제치고 창작뮤지컬 사상 첫 시장 우위

"한국 뮤지컬만의 역동성·자생력 증명"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창작 뮤지컬이 매출액으로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을 앞지르는 유의미한 지표가 도출됐다. 이를 두고 시장의 무게 중심이 완전히 이동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나, 한국 창작 뮤지컬의 독자성이 시장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 만은 분명해 보인다.


ⓒ에이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창작뮤지컬이 거둔 티켓 판매액은 2297억원으로 라이선스 뮤지컬(2221억원)을 상회하는 결과가 나왔다. 로컬 콘텐츠가 수치상으로 시장의 우위를 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러한 통계 수치 만으로 시장의 지형 변화를 확언하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다. 현재 창작과 라이선스 뮤지컬의 개념 및 범주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어 통계 지표에 다소 부정확한 요소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는 “작품의 분류 기준이나 실제 내용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거시적인 차원에서 수치 자체보다 그 이면에 담긴 한국 뮤지컬만의 역동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창작 뮤지컬의 부상은 해외 제작 환경의 악화와도 맞물려 있다. 고환율과 고물가로 인해 해외 로열티 부담이 가중되면서 제작사들이 새로운 라이선스 작품을 도입하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뮤지컬 중심지인 브로드웨이는 제작비 상승으로 인해 시장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거물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Cameron Mackintosh)는 “뉴욕의 공연 운영비는 터무니없이 비싸다”면서 더 이상 브로드웨이에서는 뮤지컬을 제작하지 않고 런던에 머물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발표된 신작 중 손익분기점(BP)을 넘긴 작품이 극소수에 불과할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배경은 국내 제작사들이 라이선스 신작 도입보다는 기존 레퍼토리 유지나 창작 IP 개발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올해 공연작들을 살펴보면 창작 뮤지컬의 비중이 라이선스 작품을 압도하고 있어 이러한 경향성을 뒷받침한다. 특히 창작 초연작의 경우 ‘몽유도원’ ‘푸른 사자 와니니’ ‘제임스 바이런 딘’ ‘초록’ ‘A여고 사서의 영광과 비극’ ‘로저’ ‘적토’ ‘조커’ ‘헤이그’ ‘유미의 세포들’ ‘다이브’ ‘연의 편지’ ‘리플리’ 등 다수인 것과 달리 라이선스 초연은 ‘렘피카’ ‘헬스키친’ ‘프로즌’ ‘콰이어 오브 맨’ 등 손에 꼽는다.


물론 ‘오페라의 유령’ ‘시카고’ ‘레베카’ ‘디어 에반 핸슨’ ‘엘리자벳’ ‘드라큘라’ ‘빌리 엘리어트’ 등 티켓파워가 확실한 라이선스 대작들이 시장을 지탱하는 한 축으로 남겠지만,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중간급 규모의 라이선스 작품들은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질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그 빈자리는 정부 지원을 받은 창작 뮤지컬들이 채우며 한국 뮤지컬의 글로벌 IP화를 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뮤지컬 지원 예산을 지난해 31억원에서 244억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이 중 180억원을 창작뮤지컬 지원에 투입한다. 특히 단순한 제작비 지원을 넘어, 중소극장 작품을 중·대극장 규모로 키우는 스케일업 과정에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즉, 대학로에서 검증된 독자적인 서사 구조가 기술적 완성도와 결합하여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다만 화려한 지표 이면에는 여전히 낮은 수익성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티켓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제작비와 마케팅비의 동반 상승으로 인해 실제 제작사가 손에 쥐는 이윤은 형편없다는 지적이다. 최 평론가는 “할인 적용 후의 실제 객단가를 따져보면 오히려 적자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리스크 때문에 뮤지컬 제작사들이 상대적으로 제작비 부담이 적은 연극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뮤지컬 대학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창작 뮤지컬이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무게중심의 이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치상의 성과를 넘어, 대학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한국 뮤지컬만의 역동성을 어떻게 보존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진중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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