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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노인정서도 김부겸이라 칸다" "그래도 국민의힘"…요동치는 '보수의 심장' 대구

데일리안 대구 =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6.04.11 05:00
수정 2026.04.11 08:35

세대 따라 엇갈린 민심…"바꿔보자" vs "그래도 보수"

김부겸 변수에 흔들리는 대구…"민주당이 해봐야 말 나와"

野 공천 갈등 해소 촉구도…"힘 실을 후보 빨리 정해지길"

대구는 역사적·정치적 맥락에서 명실상부한 '보수의 심장'이다. 하지만 최근의 기류는 심상치 않다. 사진은 동대구역. ⓒ 데일리안 김수현 기자

"노인정 가면 요새는 다 김부겸이라 칸다. 대구가 바뀌긴 바뀌었다. 근데 모르지, 노인들은 속마음 잘 안 변하니까."


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둔 10일 오후, 동대구역 전광판 아래서 귀향하는 아들을 기다리던 김 씨(80·중구 대봉동)는 기자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평생 대구에서 살아온 '뼛속까지 TK'라는 그는 작금의 보수 진영 상황에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김 씨는 "요즘 국민의힘은 전부 '내 잘났다'며 집안만 흔들고 있다"며 "집안이 조용해야 하는데 내내 싸움질만 하니 민심이 돌아설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대구는 역사·정치적 맥락에서 명실상부한 '보수의 심장'이다. 하지만 최근의 기류는 심상치 않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보수 진영 내의 극심한 내홍, 그리고 'GRDP(지역내총생산) 꼴찌'라는 수식어로 요약되는 장기 침체가 대구 민심에 깊은 생채기를 냈다. 지난 총선에서 12개 지역구 중 4곳에 후보조차 내지 못했던 더불어민주당이지만, 이번엔 김부겸 예비후보의 '개인기'와 이재명 대통령의 '허니문 효과'를 등에 업고 보수 안방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데일리안이 방문한 이날 대구 전역은 사분오열된 국민의힘에 회초리를 들고 합리적으로 이재명 정권에 힘을 실어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과 그럼에도 절대 민주당 후보는 찍을 수 없다는 전통적인 보수 표심이 혼재되어 있었다. 또한 어떤 후보가 오더라도 선거 때만 반짝 공약을 쏟아낼 뿐, 임기가 끝난 뒤에는 나 몰라라 한다며 국민에게 짐을 지우는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과 혐오도 역력했다.


특히 아직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특정 인물에 대한 지지보다 '당에 대한 애증'이 지배적이었다.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윤재옥·추경호·유영하·최은석 의원, 홍석준 전 의원과 이재만 전 동구청장 등 개별 후보의 면면을 따지기에 앞서, 어지러운 당 상황부터 조속히 정리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다수였다.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세대별로 뚜렷한 온도 차를 보였다. 특히 2030 세대와 일부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이번엔 인물을 보고 바꿔보자"는 실용주의적 기류가 감지됐다. 사진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 데일리안 김수현 기자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세대별로 뚜렷한 온도 차를 보였다. 특히 2030 세대와 일부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이번엔 인물을 보고 바꿔보자"는 실용주의적 기류가 감지됐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정 씨(20대·수성구)는 "대구·경북은 부모를 통해 내려오는 '상투' 같은 정서가 있었지만, 이젠 젊은 층도 정치를 실익으로 따진다"며 "김부겸 예비후보는 험지에서 고군분투해 온 인물이고 코로나19 초기 대구 예산 확보 등 실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면 국민의힘은 공천만 하면 된다는 식이라 반감이 크다"며 국민의힘 공천 논란을 정조준했다.


그는 또한 "김부겸 예비후보가 '일단 나를 시켜보고 안 되면 잘라라'라고 하지 않았나. 그만큼 자신감이 있는 것이고, 제일 중요한 지역구는 대구에서도 어르신들이 많이 계시는 서구, 남구"라며 "그런데 할머님들이 '이제는 바뀌어야 된다' '민주당을 해봐야'라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정말 새로운 것"이라고 했다.


수성구 만촌동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김 씨 역시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뽑지는 않았지만, 이재명 정부 초기인 만큼 김부겸을 통해 중앙정부의 힘을 끌어오는 게 현실적"이라며 "윤석열 정부 시절의 국민의힘 정치는 신뢰가 바닥"이라고 전했다.


반면,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인 6070 세대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여전한 거부감이 느껴졌다.


지역 경제의 상징인 서문시장에는 '임대' 팻말이 곳곳에 걸려 있어 냉랭한 경기를 실감케 했다. 40년째 가게를 운영하며 과일 주스를 팔고 있다는 박 씨(60대·중구 대신동)는 "김부겸이 대구를 정리하고 양평으로 갔다가 갑자기 자기 밥그릇 챙기려 내려온 꼴 아니냐"며 "또 반짝하고 가버리면 어떡하나. (다른 지역도 있는데) 왜 대구만 바뀌어야 하나. 그래도 국민의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경제의 상징인 서문시장에는 '임대' 팻말이 곳곳에 걸려 있어 냉랭한 경기를 실감케 했다. ⓒ 데일리안 김수현 기자

또 다른 상인 박 씨(60대·중구 대신동)도 "옛날엔 3대 도시였는데 이젠 인천에도 밀린다. 언제까지 국민의힘을 찍어줘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그럼에도 민주당은 못 믿겠다. 국민의힘이 미워도 어쩌겠느냐"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40대 김 씨(중구 성내동)는 "손님이 많을 때는 바닥이 안 보일 정도였다. 이게 다 정치가 잘 못해서"라며 "여기저기 말은 많지만, 그래도 대구는 국민의힘이다. 우리가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빨리 정해졌으면 좋겠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지만 정치에 무관심한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택시기사 최 씨(60대·중구 대신동)는 "정치에 관심 두고 싶지도 않고 TV도 안 본다"며 "임기 끝나면 나 몰라라 하고 국민이 다 떠맡아야 하지 않느냐"고 쏟아냈다. 선거 때만 고개를 숙이고 정작 민생은 뒷전인 정치권을 향한 대구의 민심은 기대와 불신, 그리고 변화의 열망이 뒤섞인 채 요동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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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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