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플라자] 국민의힘, 차라리 '멋지게 질' 용기는 없는가
입력 2026.04.08 07:00
수정 2026.04.08 07:15
사실상 '정치적 코마' 상태
패배라면 멋지게라도 졌으면
정치는 원래 '합종연횡'의 역사
손을 내밀고 잡아라, 그래야 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동하고 있다. ⓒ 뉴시스
국민의힘은 이미 졌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국민의힘에 대해 더 이상 글을 쓰려 하지 않았다.
필자의 한마디가 무슨 대수겠는가. 부질없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펜을 든 이유는 브레이크 없는 집권 세력을 견제할 현실적 대안이 여전히 제1야당인 국민의힘뿐이라는 초라한(?) 사실 때문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사실상 '정치적 코마' 상태다.
간신히 숨만 붙어 있을 뿐, 의지도 근력도 없다.
각종 여론조사는 6·3 지방선거에서의 '대패'를 예고한다.
결과는 이미 나왔고 확인만 남은 분위기다.
민심이라는 의사는 사망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 시계만 들여다보고 있다.
문제는 이 상황에서도 절박함이나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기 앞에서 돌파구를 찾는 희생도, 단결도, 지도력도 발견되지 않는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매한가지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패배라면 멋지게라도 졌으면 한다.
사망 선고가 내려지는 순간, 같이 슬퍼하고 분노할 사람은 있어야 하지 않는가.
"다시 일어나라"고 말해줄 사람조차 남지 않는다면 어쩌나.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전략이 아니라 의지다.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최소한의 태도, 그것이 다음을 결정한다.
정치에서 기억되는 것은 승리만이 아니라 '패배의 방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원래 '합종연횡'의 역사다.
후한 말 동탁을 끌어내리기 위해 제후들이 모였고, 조조에 맞서 유비와 손권이 손을 잡았다.
현대 정치도 다르지 않다. 김영삼은 3당 합당이라는 결단을 내렸고, 김대중은 김종필과 연합했다.
목표가 분명할 때 정치는 언제나 손을 잡아왔다.
그러나 그 이면은 언제나 냉정했다.
애국과 대의만으로 뭉친 적은 없다.
거대한 적을 먼저 무너뜨려야 그 후 나에게 주도권을 쥘 공간이 주어진다는 계산이 작동했다.
연합은 신념이 아니라 전략이었고, 협력은 가치가 아니라 필요였다.
실제로 목표가 달성된 이후에는 어김없이 권력 투쟁이 뒤따랐다.
정치에서 함께 싸운다는 것은, 결국 더 크게 싸우기 위한 과정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지금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일단 모여라.
계산이 있으면 어떤가. 속내가 있으면 어떤가. 어차피 정치는 그런 것이다.
지금은 서로의 의도를 의심하며 선을 그을 때가 아니다.
일단 같은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쓰러진 보수의 깃발을 움켜잡고 세우려는 처절함, 지금은 그 하나면 충분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장동혁, 한동훈, 안철수, 이준석, 오세훈, 나경원, 유승민 등 제 몫을 할만한 보수의 기대주들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향해 날카롭게 선을 긋는다.
각자의 팬덤과 얄팍한 계산기에 갇혀 서로에게 삿대질하는 모습은 찌질함 자체다.
이를 분열이라 한다.
작금의 이런 분열을 정통 보수 세력에서 본 적이 있는가?
과거에는 대의와 명분으로 계산을 숨기고라도 손을 잡았다.
지금은 소아(小兒)적 계산을 앞세워 손조차 잡지 않는다.
손을 내밀어라. 그리고 잡아라. 그래야 산다.
살겠다고 허우적거릴수록 더 깊이 가라앉는 법이다.
정치도 다르지 않다. 꼼수에 꼼수를 더하는 순간 민심은 더 멀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법이 아니라 태도다.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그 단순한 원칙을 지키지 못할 때 정치인은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고 나락으로 떨어진다.
폭망한 집안에서 유산 싸움이 무슨 의미가 있나.
권력도 있어야 다툰다.
지금처럼 자리와 당권에 매달리는 모습은 추함을 넘어 비참하다.
민심과 당심은 냉정하다. 돌 맞지 않으면 다행일 상황이다.
그럼에도 서로의 살점을 뜯는 '동족포식'의 모습은 멸종을 부르는 정치 감각의 마비에 가깝다.
이제는 스스로 '연명치료 거부 의향서'를 써야 한다.
호스를 꽂고 숨만 쉰다고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지방선거를 지고 총선을 이길 수 없고, 총선을 지고 대선을 이길 수 없다.
흐름이 끊기면 끝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그 흐름을 잃었다.
어차피 진다고 하지 않는가.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긴 것처럼 져야한다.
이번에는 혼이 나더라도 "그래도 싹수는 있구나"라는 기대는 남겨야 한다.
그래야 다음이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보수를 대하는 '정신'과 '자세', 그리고 '태도'다.
'죽어야 산다'고 했다.
죽지 않았는데 어떻게 부활할 수 있나?
구차하게 연명할 것인가,
아니면 처절하게 죽어 화려하게 부활할 것인가?
져도 멋지게 져라.
실수는 용납될 수 있어도, 실망은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다.
ⓒ
글/ 정상환 한경국립대 객원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