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헛걸음과 한국군 파병
입력 2026.05.23 07:30
수정 2026.05.23 07:30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허망했던 미중 정상회담
트럼프의 중국 방문은 6차례의 정상회담(회동)과 중남해 차담을 제외하면 특별한 토픽없이 끝났다. 이란 전쟁에 중국이 역할을 해 달라는 트럼프의 읍소를 시진핑은 외면해버렸다. 트럼프는 17명이나 되는 글로벌 기업 수장을 거느리고 미국의 경제와 기술을 과시했지만 그 뿐이었다. 원래 외교란 게 그런 거라지만, 빈손 외교, 헛걸음이다. 시진핑이 9월 말 미국을 방문하겠다는 약속 외에 트럼프는 얻은 게 없다.
다만 시진핑의 미국 답방 자체로 트럼프 개인은 나름 선방한 셈이다. 중간 선거를 한 달 여 앞둔 시점의 미중 정상회담 자체가 트럼프의 존재를 미국 유권자에게 과시할 기회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국익과는 별개의 문제다.
실리 좋아하는 중국인답게 시진핑은 챙긴 게 많다. 미국과 중국 양강 구도를 미국 일강 체제로 바꾸려던 미국의 시도를 좌절시키고, 오히려 미중 양강 구도를 확인했다. 가능성만으로 존재하던 중국의 ‘실익’을 공표했고, 미국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거나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 것만으로 중국의 실력을 과시한 셈이다. 시진핑은 곧이어 중국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죽이 잘 맞았다. 미국의 이란 침공을 함께 비난하고, 이란의 핵 보유를 지지하는 듯한 공동 성명도 발표했다. 시진핑 집권 4기 나아가 종신 주석의 길이 활짝 열린 듯하다.
이란 전쟁은 언제 끝나나?
미중 정상회담이 성과없이 끝나자 세계는 다시 부지하세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란 전쟁 종전 협상을 걱정한다. 필자가 예견했던대로 핵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결국 협상의 암초다. 협상은 이란이 종전안을 내면 미국이 거부한다. 회사 대표가 부하 직원의 결재판을 집어던지는 것과 닮아 있다. 약은 직원은 절대로 문제가 생길 경우 혼자 뒤집어쓰려 하지 않는다. 대표가 싫어하는 줄 알지만 계속 대표의 책임을 명시한 결재판을 올려 대표의 속을 태운다. 종전 협상에 나서는 이란도 꼭 마찬가지다.
지연 전술과 통과세는 이란 국민의 DNA에 녹아있다. 약탈적 협상 전략도 마찬가지다. 이란 국민은 길목을 막아 터무니없는 통과세를 뜯는데 도가 큰 민족이다. 답답해진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라도 먼저 해결하려고 한국에 해군 파병을 요구했다. 한국은 국론이 좍 갈린다. 찬성론자들은 우리 유조선은 우리 힘으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미 동맹을 지키며 6.25 그리고 이후 한국을 도와준 미국에 보은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대론자들은 6.25 당시 미국의 은혜는 월남 파병으로 다 갚았다고 반박한다. 태극기 부대를 파견하라, 보수 우파의 자식만 골라 파병하려고 한다. 한국 군함을 빼면 당장 북한이 쳐내려온다고도 한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
나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파견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첫째, 미군의 막강한 해군력이 비추어 우리 구축함 한두 척 보탠다고 무슨 큰 전력 변화가 있겠는가? 그런데도 트럼프가 진심으로 재촉하는 것은 ‘가오’ 때문이다. 둘째, 실전 경험 없는 한국 해군의 전투력을 키우고 점검할 좋은 기회다. 함선과 무기 체계, 지휘관과 승조원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모처럼 한미 동맹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다. 한미 동맹은 대체로 우리에게 유리한 동맹이다. 역으로 생각해 보자.
한미 동맹이 깨지고 미군이 철수하면 한국에게는 암흑 천지가 열릴 것이다. 외국 자본은 모두 철수하고,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팔아치워 코스피는 금방 3000선 미만으로 주저앉을 것이다. 빈 자리는 중국 약탈 자본이 차지할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핵우산이 사라진 한반도는 북한군이 점령할 것이다. 6.25 직후 월북했던 남쪽 공산주의자 박헌영처럼 대한민국 좌파들은 모두 숙청당할 것이다. 자본주의 물이 들었다는 이유로. 자식들을 미국에 유학보냈다는 이유로. 역사는 우리에게 귀딱지 앉도록 가르쳤다. 공산 정권이 가장 적대시하는 세력은, 얼치기 좌파라는 거.
한국의 한보 현실과 미국의 핵우산
한국은 공산 강대국 틈바구니에 낀 휴전 중인 국가다.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른다. 혹자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큰소리친다. 무식한 소리다. 북한, 중국, 러시아, 한반도 주변 국가 대부분이 핵 보유국이고 적성국이다. 그들은 이 시간이라도 한국에 핵을 쏠 능력과 의사가 있다. 그들이 한국에 핵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절대 한국이 이뻐서가 아니다. 오로지 한국 뒤에 버티고 선 미국이 두려워서다. 미국의 핵 우산 없이 한국은 단 하루도 버틸 수 없다.
재래식 전쟁만큼은 한국이 북한보다 우위라고? 남북한 전력만 직접 비교하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바보인가? 아무리 왼손만 쓰기로 합의한 권투시합이라도 상대가 왼손잡이라면 나는 오른손을 써야 하지 않을까? 칼싸움하다가도 불리하면 총에 손이 가게 마련이다. 북한도 재래식 무기로 안 되면 핵의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북한이 끝까지 신사 협정을 지킬만큼 믿을 수 있는 나라인가? 천만의 말씀 아닌가? 언제 김정은의 마음이 바뀔지 알 수 없다. 그 변덕장이의 자비심에 기대 미국과의 70여 년 동맹관계를 깰 수는 없다.
즉시 무조건 파병해야
트럼프가 중국에서 빈손으로 수모를 당하고 돌아온 지금이 파병의 최적기다. 마침 4단계 참여에서 직접 참여로 정책을 전환할 명분도 충분하다. 나무호 피격 사건과 우리가 건설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피격, 한-일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결단했다고 통보하면 된다. 구체적인 계기는 밝힐 필요 없이 ‘일련의 사태와 대화를 통해 보고 듣고 느낀 바 있었다’ 정도로 설명하면 충분하다.
혹자는 파병에 대해 우리 나름의 독자적인 의미도 부여하고 보상도 확실하게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그건 하수 중의 하수다. 의미 부여도 보상 요구같은 거 입에 담을 필요도 없다. ‘동맹국의 존재와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고 점잖게 한 마디 하면 충분하다. 거창하게 의미 부여하고 전 세계에 ‘한국 정부의 위대한 결단’이라고 떠드는 것은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알아서 다 해 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단기적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한미 동맹과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우리 군대를 즉시 호르무즈 해협에 보내야 한다. 아무리 위험해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익을 수호하는 것은 군의 존재 이유(raison d’étre)기 때문이다.
ⓒ
글/ 김구철 금강대 연구교수·전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단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