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2000 쇼크] 기름값 잡으라는데…손보는 적자, 카드는 수익성 악화에 ‘난색’
입력 2026.04.08 14:13
수정 2026.04.08 14:13
고유가 대응 요구에 손보·카드 비용 부담 확대
“단기 대응 가능…상시 확대는 부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2000원선을 돌파하면서 고유가 충격이 현실로 나타났다.ⓒ연합뉴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인 2000원을 돌파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위기가 부상한 가운데 정부가 치솟는 가격을 잡기 위해 석유 최고가제를 시행했지만 시장에서는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고유가로 인한 고통이 일상 생활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 2000 시대 도래로 앞으로의 삶에 미칠 영향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기름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고유가 부담이 현실화된 가운데 정부가 보험·카드업계에 민생 부담 완화 역할을 주문하면서 업권 전반의 부담도 커지는 분위기다.
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2000.27원으로 전날보다 9.88원 올랐다.
경유 평균 가격도 1979.61원으로 11.61원 상승했다.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미 2000원을 넘어선 상태다.
고유가 부담이 물가 전반으로 확산되자 금융당국은 보험·카드업계의 추가 지원 여력을 점검하고 있다.
손해보험업계에는 차량 5부제 등 운행 제한 정책과 연계한 자동차보험료 할인·환급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며, 카드업계는 4~5월 주유비·교통비 부담 완화를 위한 추가 할인 프로모션을 운영 중이다.
이는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유가 상승이 소비자 물가와 가계 부담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금융권 차원의 민생 지원 흐름으로 해석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민생 안정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미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책적 비용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車보험 적자 이어지는 손보업계…“추가 할인 여력 제한적”
손보업계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대목은 자동차보험료 할인 요구다. 자동차보험은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손익 구조가 빠르게 악화된 상태다.
최근 손해율 흐름도 여전히 손익 부담이 크다는 걸 보여준다.
지난 2월 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5개 대형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6.2%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포인트(p) 낮아졌지만, 업계가 통상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80%대를 웃돌았다.
지난해 이들 5개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도 86.9%를 기록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익 악화는 4년간 누적된 보험료 인하와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 증가, 경상환자 과잉진료, 정비수가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손보사들이 지난달 1.3~1.4% 수준의 보험료 인상에 나섰지만, 누적된 원가 부담을 해소하기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차량 5부제 연계 할인까지 추가될 경우, 최근 어렵게 조정한 보험료 체계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차량 운행량 감소에 따른 사고율 하락 가능성을 반영해 보험료를 낮추거나 일부를 환급하는 방식이 거론되지만, 업계는 실제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수도권 일부 지역 중심의 운행 제한만으로는 전국 단위 손해율 개선 효과가 크지 않고, 우회 운행이나 지역별 적용 편차 등을 감안하면 할인 폭만 먼저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이미 손익 구조가 빠듯한 상황이라 정책성 할인까지 추가되면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운행량 감소와 사고율 하락의 상관관계가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률적으로 할인 구조를 설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할인 늘렸지만…여전채 4%대에 수익성 부담
카드업계도 고유가 대응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실제로 업계는 4~5월 주유비와 교통비 부담 완화를 위한 추가 할인 프로모션에 들어간 상태다.
지정된 주유 특화 카드를 신규 발급하거나 6개월 이상 휴면 상태였던 회원에게 연회비 100% 캐시백을 제공하고, 주유 시에는 기존 혜택에 더해 최대 리터당 50원 또는 결제금액의 5%를 추가 할인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런 지원이 장기화될 경우 카드사들의 수익성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업계는 최근 몇 년간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와 소비 둔화, 연체율 관리 부담 등이 겹치며 본업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 여전채 금리가 4%를 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조달 부담도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주유 혜택은 카드사 입장에서 수익성이 높은 영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담이 더 크다.
주유소는 특수가맹점으로 분류돼 수수료 수익 여력이 크지 않은데, 여기에 리터당 할인이나 캐시백을 추가로 얹을 경우 카드사가 부담해야 할 마케팅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단기 프로모션은 가능하더라도 이를 상시 지원책처럼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고유가 상황에서 소비자 부담 완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주유 할인은 기본적으로 카드사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라며 “단기 프로모션은 가능하더라도 조달비용 부담이 큰 상황에서 장기적·상시적 확대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민생 안정 vs 업권 부담…정책 효과·지속 가능성 시험대
보험·카드업계는 고유가 국면에서 서민 부담 완화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업권별 수익 구조와 업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정책성 역할을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은행권의 자금 공급 확대에 이어 카드·보험업권까지 지원책 마련 요구가 이어지면서, 중동발 고유가 충격 대응이 사실상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업계 안팎으론 단기적인 체감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민간 금융회사의 비용 부담을 전제로 한 방식이 반복될 경우 결국 업권 전반의 수익성·건전성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생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는 분명하지만, 금융업권의 비용 부담이 과도하게 누적되면 결국 혜택 축소나 상품 구조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책 효과와 업권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