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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퍼펙트스톰-금융] 기름값·금리 공포에…중소기업, 경영 위해 빚으로 버틴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4.08 10:04
수정 2026.04.08 15:12

중동발 '4고 현상' 장기화

무수익여신 1년 새 21% 급증

현금흐름 악화, 중기 부실 위험 '쑥'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만남의 광장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하고 있다. ⓒ뉴시스

중동 전쟁이 40일을 넘기면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합의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미 우리 정치와 경제, 산업, 문화 전반은 고유가·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4고(高) 위기를 맞으며 충격에 휩싸였다. 중동 전쟁이 현재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과 종전 이후에도 한반도에 머무를 강력한 중동발 태풍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중동 전쟁으로 고유가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이른바 '4고 현상'이 길어지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


가파르게 치솟은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대출을 통해 연명하는 사례가 늘면서, 은행권의 대출 건전성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동전쟁이 발발한 이후 중소기업들의 자금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제조 및 물류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현금 유동성과 기업 경영에 강한 압박을 받는 모습이다.


원자재 가격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이를 판매가에 즉각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경영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조차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달 말 기준 중소기업대출(소호대출 포함) 잔액은 680조76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674조4262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불과 3개월 만에 6조원 넘게 증가한 수치다.


금융권 전문가는 "최근 중소기업은 경영 악화 등으로 인해 원자재 구매비, 임대료 등 기업 운영을 위한 운전자금 확보 목적으로 대출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기초 체력이 약화되면서 은행권의 대출 건전성 지표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높은 대출금리로 인해 이미 부실채권은 늘어날 대로 늘어난 상태다.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무수익여신은 3조8468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21.0%나 급증한 수치다.


무수익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돼 이자 수익조차 발생하지 않는 회수 불능 상태의 대출을 의미한다.


대출 증가율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이들 은행의 지난 3개월간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0.94%인데,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이 5.12%나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현격히 낮은 수치다.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우량 차주 위주로 대출 문턱을 조정하면서, 정작 자금이 절실한 영세 중소기업들은 금융권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고유가 기조가 꺾이지 않을 경우 생산 원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대출 규모가 불어난 상태에서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중소기업들의 이자 상환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대출로 연명하는 기업들의 부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경우,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면서도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들이 흑자 도산하지 않도록 세밀한 정책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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