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치인] 송영훈 "정치는 지속·예측가능한 국가 만드는 일…이념보다 가치 제시해야"
입력 2026.04.06 06:00
수정 2026.04.06 06:01
송영훈 국민의힘 전 대변인 인터뷰
"청년 정치시스템이 기회 유보시켜"
"정치가 나를 대변한다는 느낌 줘야"
"그럼에도 불구하고라 할 정치 필요"
송영훈 국민의힘 전 대변인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019년 9월 6일. 이른바 '조국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 했던 시절, 당시 대안정치연대 소속인 박지원 의원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공개한 조 후보자의 딸의 동양대 컬러본 표창장이 뜨거운 감자가 됐던 적이 있다. 이에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은 조 후보자에게 표창장 사진 제출을 요구했으나, 조 후보자는 결국 제출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곧 검찰의 사진 유출 논란으로 번졌다.
2026년 4월에 케케묵은 과거사를 소환한 이유는 바로 이 장면이 한 명의 젊은 변호사가 정치권에 투신하게 된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1983년생인 송영훈 국민의힘 전 대변인이다. 송 전 대변인은 "그 장면을 보면서 위조사문서 행사죄는 그냥 위조된 사문서를 보여주기만 하면 행사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조국 당시 후보자도 법대교수 출신이라 그걸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라며 "그래서 결국 그 표창장을 제출 안 하는 걸 보면서 저도 변호사라 '위조사문서 죄가 추가되니까 못하는 거구나. 자유한국당이 그런 질의를 하겠는데'라고 생각했는데 질문이 안 나왔다. 그걸 보면서 처음으로 '내가 저기 있었으면 강하게 했을 텐데'라며 정치를 해야겠다고 처음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런 송 전 대변인의 정치권 투신 결심은 문재인 정권의 정책들로 인해 더 강해졌다. 송 전 대변인은 "저는 국가 운영과 그걸 이끄는 정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지속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이 있는 국가와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재인 정부 5년간 그걸 해치는 일들이 많이 발생했다"며 "부동산 가격 폭등,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 위기, 국가부채 폭증, 연금개혁 회피 및 방치,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심해진 형사 사건 뺑뺑이, 9·19 남북군사합의로 인한 비무장지대의 동수화 등 이런 일들이 현실화되는 걸 보면서 어떤 역할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고 말했다.
그 이후 7년이 지났지만 송 전 대변인의 눈에 우리나라는 여전히 '지속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한다. 그는 "윤석열 정부든 이재명 정부든 추진했거나 하고 있는 잘못된 것들을 빨리 되돌리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탄력성이 없어질 것"이라며 "민심의 중앙값에 접근해야 한다. 결국 보수든 진보든 이념적 용어를 내세우기보단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가치를 국민이 느낄 수 있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송영훈 국민의힘 전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송영훈 국민의힘 전 대변인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치를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일련의 과정이다. 기본적으로 저는 변호사다. 변호사는 남의 일을 하는 직업이다. 누군가로부터 의뢰를 받아야 일을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개인적인 의뢰인이 아니라 지역 사회로부터 위임 받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은 문재인 정부 5년간이었다. 저는 국가 운영과 그걸 이끄는 정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지속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이 있는 국가와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재인 정부 5년 간 그걸 해치는 일들이 많이 발생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 위기, 국가부채 폭증, 연금개혁 회피 및 방치,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심해진 형사 사건 뺑뺑이, 9·19 남북군사합의로 인한 비무장지대의 동수화 등 이런 일들이 현실화되는 걸 보면서 어떤 역할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이런 정책들이 결국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을 낮추는 일들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런 걸 견제하고 막아야 할 보수가 유능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봤다. 지금도 기억에 남은 장면이 하나 있는데 조국(현 조국혁신당 대표)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받을 당시 박지원 의원이 조 후보자 딸의 동양대 표창장을 컬러로 된 걸 폰에 담아와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래서 당시 인사청문위원장이 조 후보자에게 이 원본을 오늘 안으로 제출할 수 있냐고 했는데 결국 제출이 안 됐다.
그 장면을 보면서 위조사문서 행사죄는 그냥 위조된 사문서를 보여주기만 하면 행사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국 당시 후보자도 법대교수 출신이라 그걸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그 표창장을 제출 안 하는 걸 보면서 저도 변호사라 '위조사문서 행사죄가 추가되니까 못하는 거구나. 자유한국당이 그런 질의를 하겠는데'라고 생각했는데 질문이 안 나왔다. 그걸 보면서 처음으로 '내가 저기 있었으면 강하게 했을 텐데'라며 정치를 해야겠다고 처음 생각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를 거쳐 이재명 정부까지 들어면서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이 더 깨져가고 있다고 봤다. 그래서 유능한 보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제가 그 유능한 보수에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청년 정치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
"저는 청년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이 나이 문제만은 아니라고 본다. 이 타이틀을 붙이고 하나의 그룹으로 묶는 게 우리 정치에서 '기회의 유보'를 유발하고 있는 것 같아서다. 지금 당장 기회가 주어져도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너희는 청년이니까 유보시킬 거야'라는 타이틀이 아닌가 싶다. 청년 정치인이라는 말이 청년이라고 배려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제한적인 부분으로 국한될 때 기회를 유보하는 매커니즘이 된 것 같다.
제가 올해로 만 43세다. 그런데 저를 정치권에서만 청년이라고 한다. 43세면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중요한 결정을 하는 위치에 있다. 예전에 거스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 PSV에서 1988년에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을 때가 43세였다. 쉽게 얘기해 그런 큰일을 할 수 있는 나이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유독 우리나라 정치권만 청년 정치인이라고 타이틀을 달아 영역을 제한하고 기회를 유보하는 매커니즘을 만들어놨다. 이건 재고해야 한다고 본다."
송영훈 국민의힘 전 대변인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현재 보수정당에 몸 담고 있다. 보수 정치의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단적으로 요약하자면 메신저가 손상돼 있다고 본다. 제가 지속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을 계속 얘기를 했는데 이게 가능하려면 야당이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필요한 지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야당의 메시지가 국민께 와닿지 않고 전달이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사회의 밑바탕은 헌법에 있다. 그 헌법적 가치를 중시해야 할 보수정당이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윤 어게인'과 제대로 선을 긋지 못하고 있는게 지금 국민의힘의 모습이다. 이미 한참 전에 그 노선이 잘못됐다 말하고, 절연하고, 돌아나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메신저가 손상됐다고 본 것이다. 희망은 있다. 지금이라도 단호한 단절과 처절한 반성 그리고 합당한 책임을 지면 된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정치를 오래 하면서 당을 견인해왔던 위치에 있는 분들의 용퇴가 필요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했을 때는 정치적 책임지고 내려온 분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인요한 전 의원 말고는 없다. 그것이 민심이 국민의힘에 굉장히 화가 나있는 원인이라고 본다. 특히 TK(대구경북) 당원들은 선거 때마다 꼬박꼬박 국민의힘을 찍어줬는데, 정권이 조기에 종료되면서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면서 꾸준히 표를 받아간 정치인들은 뭘 했느냐고 묻는다. 그런 부분에서 책임지고 물러나는 분이 없으면, 보수정당이 다시 사랑받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
시대가 보수에 요구하는 정신이나 패러다임은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나.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이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보수의 핵심 가치도 중요한데, 그걸 이념적으로 말하면 국민들에게 얼마나 소구력이 있겠나. 그래서 패러다임을 이념 중심이 아니라 '국민에게 와 닿는지' 여부로 바꿔야 한다. 사회는 보통 사람들이 행복하고 편안할 수 있을 때 가까워진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지금까지 보수 정치는 승용차 뒷석에서 안락하게 타고 가는 사람들 대변한다고 오해 받았다. 하지만 그동안 보수가 해온 건 그런 게 아니다. 전쟁 참화에서 대한민국을 구한 것도, 못 살던 나라를 잘 살게 한 것도, 민주화까지 사회를 이끌고 간 것도 전부 보수가 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버스, 지하철을 타고 매일 직장으로 출근하는 국민들이 정치가 자신을 대변하고 있다고 느끼게끔 민심의 중앙값에 접근해야 한다. 결국 보수든 진보든 이념적 용어보단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가치를 국민이 느낄 수 있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당내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수 있는 분이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책을 보면 "어떤 일에 직면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 '소명'을 갖고 있는 것"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런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국민의힘에는 계엄 이후에 상당 기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라 말하는 사람이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건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정치인이 국민에게 하는 것과 한 정치인이 다른 정치인에게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한 국민은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내가 표를 찍어서 출범한 정부가 조기 종료된 것에 대한 허탈감이 있지 않겠나.
하지만 정치인들은 달라야 한다. 이미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온 후 상당한 세월이 흘렀다. '윤 어게인'이라는 환상에 잡힌 분들에 대해 정치인은 용기 있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보수 재건을 위해 여러분이 원하는 정부, 국가에 가깝게 갈 수 있도록 능력을 보여주겠다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수 있는 분들이 많아지면 보수가 살아날 것이라고 본다."
정치로 꼭 이뤄내고 싶은게 있다면.
"반복하지만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국가와 사회를 회복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저출생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지속가능과 예측가능성을 회복 못하면 앞으로는 심각한 사회적 인재 유출이 일어날 것이다. 사람이 자원인 나라에서 그런 흐름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지속가능성을 높여줘야 한다. 그래야 유능한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남을 것이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 윤석열 정부든 이재명 정부든 추진했거나 하고 있는 잘못된 것들을 빨리 되돌리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탄력성이 없어질 것이다.
특히 지금 이재명 정부가 하고 있는 것들이 계속되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올해 예산만 728조원인데 26조원을 추경하고, 내년엔 800조원을 예산으로 쓰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2년 만에 예산이 20%나 늘어나면 나라는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오는 2028년 총선에서 국민들이 국회 권력을 교체해서 하루 속히 바로 잡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길에 저도 하나의 역할을 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