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하이브, 방탄소년단과 국익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4.05 07:09
수정 2026.04.05 07:09

방탄소년단 ⓒ빅히트 뮤직

최근 방탄소년단 복귀 광화문 공연과 관련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 공연의 수혜자인 한국의 누리꾼들이 앞장서서 이 행사를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특정 회사 특정 가수의 공연에 왜 공공 광장을 쓰게 하며, 공무원들은 또 왜 투입하느냐는 내용이었다. 그 밖에 인원 예측 및 행사 진행과 관련된 모든 사안에 대해 하나하나 트집 잡듯이 비난했다.


해당 행사는 전 세계에 한국과 서울을 알릴 국제적 이벤트로 우리 정부가 나서서라도 유치해야 할 일이었다. 서울 시내에서 진행되는 만큼 당연히 시민 불편이 발생하고 온갖 시행착오도 생길 수 있지만 그렇다고 국익을 위한 행사를 포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하이브 방탄소년단에게 비난을 퍼부을 것이 아니라 찬사를 보내거나 표창이라도 해야 맞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하는 문화 지식인이나 언론은 드물었다. 이번 행사를 국익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국익을 내세우는 걸 금기시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누리꾼들이 한동안 재벌 대기업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달라졌다. 예를 들어 삼성과 SK의 반도체가 잘 되면 그게 곧 우리 공동체에게 이익이라는 관념이 강해졌다. 그래서 이들 기업에 대해 규제나 사법적 불이익이 부과됐을 때 누리꾼들이 반발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변화가 문화 영역엔 적용되지 않았다. 문화 담론장에선 여전히 국익을 내세우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다. 국익 극대화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는 한류 기획사들은 인터넷에서 ‘동네북’이라고 할 정도로 비난받는다.


과거엔 SM에게 비난이 집중됐다가 YG로 바뀌더니 요즘엔 하이브가 표적이다. 이들을 비판해야 뭔가 의식 있는 사람으로 행세할 수 있고, 이들을 두둔하면 뒷돈 받은 사람 정도로 취급된다. 하이브에 어떤 의혹이 제기되기만 하면 사실관계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덮어놓고 처벌을 요구하기도 한다.


과거 권위주의적 통치가 이루어지던 당시 위정자들이 국익을 내세워 국민을 억압했었다. 자유분방하고 탈권위적인 문화인들이 특히 탄압을 많이 당했다. 국익을 위해 자유로운 문화향유를 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그런 세월 속에서 문화지식인들 사이에 국익을 내세우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생겨났다.


민주화 후 개인의 자유를 우선으로 여기는 풍조가 강해지면서 국가주의, 민족주의 등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특히 문화 담론장에서 이런 경향이 매우 강하게 나타난다. 문화지식인들은 일반적으로 국가를 내세우는 것 자체에 극심한 거부반응을 보인다.


진보 좌파적 경향을 가진 이들도 그렇다. 진보 좌파는 원래도 국가, 민족 등에 부정적이었는데 90년대 이후 득세한 뉴레프트에게선 그런 흐름이 더욱 강해졌다. 과거 전통적인 진보 좌파는 국가보다 계급을 중시했다.


현재의 뉴레프트는 국가나 계급 같은 거대 가치에 개인이 매몰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 이러한 뉴레프트적 흐름이 문화담론을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문화공론장에선 국익을 내세우는 것이 거의 금기가 되었다.


이런 사상적 흐름과 상관이 없는 일반 누리꾼들은 방탄소년단이 특혜를 받는 것처럼 보인 것과 당장 시민이 당해야 하는 불편에 거부감을 느낀 것 같다. 특정 가수에게 광화문 광장을 쓰게 해주고, 나라가 나서서 질서유지도 해주고, 그 과정에서 갖가지 통제가 가해진 것 말이다.


요즘 젊은 세대의 감각엔 문화의 영역에서 국익을 내세우는 것이 뭔가 촌스럽고, 구태의연한 기성세대의 논리로 느껴지는 것 같다. 고연령대의 기득권 정치인의 논리라고 여기기도 하고, 일각에선 과거 보수 정치인의 논리라고 여기기도 한다. 이런 느낌으로 인해 이성 이전에 감각적인 차원에서의 거부감도 생겨났다.


대기업의 활동으로 인한 국익은 당장 수익과 주가 등으로 체감되는 데에 반해 방탄소년단 같은 가수의 활동으로 인한 국익은 그렇게 직접적으로 체감되지 않기 때문에 젊은 일반 누리꾼들이 광화문 공연에 부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다.


요즘 젊은 누리꾼들이 대거 주식 투자에 나서면서 한국 주식 시장의 지수 등락을 주도하는 수출 대기업들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반면, 한류 기획사들은 그런 인식 개선에서 소외됐고 인터넷에서 까기 좋은 표적으로만 남은 측면도 있다.


이러한 기획사들과 국익에 대한 인식엔 변화가 요청된다. 방탄소년단 같은 한류 스타와 그들을 길러낸 기획사들이 한국의 이익 확대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방탄소년단의 이번 광화문 공연도 넷플릭스 영화 부문 일간 순위에서 전 세계 77개국 1위, 14개국 2위에 오를 정도로 엄청난 파급력을 나타냈다. 이런 게 다 한국의 이익이다. 공연 직후 관련 소셜 언급량이 26억2000만 건에 달해 넷플릭스 라이브 언급량 세계 신기록을 세웠고, 심지어 경복궁, 숭례문, 성덕대왕신종, 세종대왕, 국악 등의 영문 언급량까지 대폭 증가했다.


이런 일들로 인해 한국이 널리 알려지고, 한국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 그 이익이 직간접적으로 우리 공동체 모두에게 미친다. 바로 그런 게 국익이다. 남의 이익이 아닌 우리 공동체의 이익이란 것 말이다. 국익을 내세운다고 개인이 위축되지 않는다. 국익을 증진하는 데에 정치 좌우가 따로 있거나 신세대 구세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가 우리 모두를 위해서 증진시켜야 하는 것이 국익이다.


이렇게 국익이 어느 특정 타자나 일부 위정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고, 한류 기획사와 스타들이 바로 그런 국익을 극대화해 우리 공동체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인식이 절실하다. 수출 대기업과 한류 기획사의 역할이 다르지 않다. 국익에 보탬이 된다면 특정 기업에게 이익이 되더라도 추진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는 수출기업을 밀어주면서 국가 경제를 성장시키지 않았던가. 이런 건 특혜가 아닌 전략이다.


우리 국민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한류 스타들의 국내 활동이 위축되면 결국 우리 손해일 뿐이다. 이번에 비난이 엄청났으니 앞으로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 같은 행사를 선뜻 할 수 있을까? 이번 일을 계기로 국익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