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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단에 발목 잡힌 정청래…리더십 상처만 남긴 '합당론'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6.02.11 05:00
수정 2026.02.11 05:00

鄭, 합당 제안 19일 만에 '중단' 선언

당내 거센 비판 여론에 결국 '백기'

통합 필요 공감대 형성됐지만…

'일방적 통보'에 저항 부딪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10일 국회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주제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조국혁신당 합당 추진이 당내 거센 반발을 넘지 못하고 좌초됐다. 우당(友黨)인 혁신당과의 통합은 시기의 문제였지만, 발목을 잡은 것은 정 대표의 '독단'으로 보인다. 지도부는 물론 소속 의원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합당 제안을 공식화한 직후부터 반감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결국 6·3 지방선거 이후에 합당 논의를 하기로 결론났지만, 정 대표 리더십만 상처를 입은 모양새가 됐다.


정 대표는 10일 밤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는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한 이후 19일 만이다.


정 대표는 이날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이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고 토로했지만, 합당 제안 이후 터져 나온 당내 반발에 결국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선거에서 통합이 큰 힘을 발휘해 온 것을 봤기 때문에 내란 세력의 완전한 척결을 위해선 통합을 통한 승리가 절실했다"면서도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작용도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며 "찬성도 반대도 애당심이며 당의 주인인 당원의 뜻을 존중하는 만큼, 통합 논란보다 화합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동안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던 일부 지도부도 합당 사태로 궁지에 몰린 정 대표에게 활로를 열어 준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 중단이라는 당내 요구는 관철됐지만, 지선 이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통합추진준비위원회' 구성을 혁신당에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지방선거 이후 논의해야 한다' '선거연대·선거연합 형태를 고려해야 한다' 등 여러 의견이 제시됐지만, 명시적으로 합당에 반대한 의원은 소수에 불과했다. 지도부는 절충안으로 우선 지선 전 합당 논의는 중단하고, 지선 이후 재논의하자는 방향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 구성을 제안한다"며 "지방선거 후 통합추진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지선 이후 합당을 추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동안 합당 중단을 요구한 일부 지도부에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양당이 각자 통합추진위를 준비하다가 (지선 이후에) 논의하자는 것"이라면서 "그때 가서 같이 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통합추진위를 구성해 준비와 검토를 하다가 나중에 선거 끝나고 논의라도 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공은 혁신당에 넘어간 상태다. 조국 대표는 오는 13일까지 민주당이 합당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 "합당이 없는 것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민주당이 당장의 합당은 중단한 채 지방선거 이후 통합을 논의하자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만큼, 조 대표가 이를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조 대표는 민주당이 합당 중단을 선언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정 대표가 조금 전 전화를 줘서 합당 건에 대한 민주당의 최종입장을 알려줬다"며 "혁신당의 입장은 11일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 이후 밝히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주제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로써 민주당을 뒤흔든 합당 사태는 지난달 22일 정 대표의 제안 이후 19일 만에 마무리됐다. 당초 정 대표의 합당 제안 직후 당내 일부에선 환영의 뜻을 밝힌 인사도 있었다. 실제 이번 의원총회에서 "통합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결론이 나온 것도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로 구성된 혁신당과의 합당은 시기의 문제였지 반대가 크지 않은 사안이었다. 그러나 당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 대표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정 대표는 줄곧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선 혁신당과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보다 일방적인 합당 제안으로 논란이 된 '절차적 문제'가 당내 여론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정 대표는 선수별 의원들과 만나며 "긴급 제안 형태로 하다 보니 많은 분이 당혹스럽고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자세를 낮췄지만, 이미 등을 돌린 당내 여론을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합당 제안 이후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사과 등 당 지도부 차원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고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 제안의 형식과 관련해 대표가 이미 사과를 했지만 (거듭)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 내부에서 정리될 수 있는 부분을 기자회견을 통해 외부에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합당 사태는 '중단'으로 결론 났지만, 정 대표의 리더십만 흔들린 모양새다. 합당 제안 전후로 정 대표의 당내 입지는 크게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일부 인사는 정 대표의 일방적인 당 운영에 불만을 드러냈지만, 높은 당원 지지를 등에 업은 정 대표를 흔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절차적 문제가 드러난 합당 제안 이후 '반청'(반정청래)계 목소리가 커지는 결과로 이어졌고, 당내 여론도 '합당 중단'으로 모였다.


더욱이 '친청'(친정청래)계 이성윤 최고위원 추천으로 불거진 '쌍방울 변호인' 2차 종합특검 추천 논란으로 청와대와 각이 세워지면서, 반청계는 더욱 정 대표 리더십을 문제 삼았고 당내 입지를 축소하기 위한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당장 이 최고위원의 최고위원직 사퇴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현재 5(친청) 대 3(반청)인 최고위 구도를 뒤집기 위한 압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반청계' 결집으로 의심받는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와 국정조사를 추진하기 위한 의원 모임에는 70명 넘는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일부에선 합당 사태가 확대된 배경은 결국 정 대표의 일방적인 당 운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 대표가 선수별로 소통했지만 설득을 위한 과정보단 경청에 집중했는데, 소통을 기대한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번 합당 문제가 커진 이유도 사실상 당내 숙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런 태도를 보이니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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