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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적대국' 기조인데…정동영 '평화공존' 저자세 행보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6.02.11 00:10
수정 2026.02.11 00:10

통일부, 北 비판 대신 과거 정부 문제 제기

"개성공단 가고 싶다"…기업인들 방북 주장

북한은 당대회서 대남 노선 제도화 움직임

동족 아닌 '적대적 두 국가' 반영 관건으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 통일부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대남 단절 흐름을 공고히 하는 가운데, 개성공단 중단 10년을 맞아 정부가 내놓은 입장에서는 일방적 유화 기조가 두드러진다. 통일부는 북측의 군사적 도발이나 대남 적대 노선보다는 과거 우리 정부의 결정에 대한 비판에 무게를 둔 입장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같은 진영의 정부에 대한 비판까지도 불사했다.


같은 날 열린 개성공단 입주 기업 기자회견에서도 북측의 책임이나 향후 대응 전략에 대한 언급은 제한된 반면, 기업인들의 방북 승인 요청과 관계 복원에 대한 호소가 전면에 배치됐다. 북한의 대남 단절 기조에 변화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관계 복원을 향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朴정부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까지 비판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 언급 빠진 입장문
정동영 장관, 북한 체제 존중 취지 발언도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통일부는 이날 발표한 개성공단 중단 10년 계기 입장문에서 "2016년 2월 우리가 일방적으로 공단을 전면 중단한 것은 남북 간 상호 신뢰 및 공동성장의 토대를 스스로 훼손하는 자해 행위였다"고 규정했다. 또 "2019년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을 재개할 용의'가 있음을 직접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측이 아무런 상응 조치를 취하지 못해 공단 재가동의 결정적 기회를 놓친 바 있다"고 했다.


문제는 입장문의 비판 방향이 북측이 아닌 우리 정부를 향했다는 점이다. 통일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의 공단 중단 결정을 정면으로 문제 삼은 데 이어, 문재인 정부 시기 재가동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점까지 함께 거론했다. 반면 2016년 공단 중단의 배경이 됐던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이어진 군사적 긴장 고조 등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안보 상황이 악화되면서,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에서 발생하는 자금이 북한의 핵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해 공단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정부 결정을 되짚는 과정에서 비판의 화살이 같은 진영 정부까지 향한 점도 주목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남북 연락선 단절 등 현재의 안보 환경에 대한 평가는 빠져 있었다. 과거 대응에 대한 문제 제기만 이어지면서, 대북 정책의 기준이 모호해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통일부의 이런 방향 설정에 정동영 장관의 대북 인식이 강하게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다.


정 장관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집념을 보여왔다. 대통령의 임명 재가 직후 판문점을 찾아 우리 측 시설인 자유의 집에 설치된 남북 연락채널을 점검하고, 비무장지대(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 관계자와 함께 현장을 둘러본 것도 이런 행보의 연장선으로 해석됐다. 동시에 정 장관의 대북 인식을 둘러싼 논란도 지속됐다.


앞서 정 장관은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지칭하며 체제를 존중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북한을 향해 새해 인사를 전하면서는 평화 공존 가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후보자 시절에는 북한을 "주적이 아닌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평화적 두 국가론'을 안착시키려는 의지이지만, 국가 안보관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을 받는 원인이 됐다.


당대회서 '적대적 국가' 명문화 초미 관심
김정은 "한국 괴뢰 족속들" "적대국가"
교류와 협력 대상 보단 군사적 대치 인식


당장 이달 하순 열리는 북한의 제9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평양을 향해 국제사회의 시선이 모이는 상황이다. 노동당 대회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권력을 재확인하고 향후 국가 운영의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다.


이번 대회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는 김 위원장이 강조해온 '적대적 두 국가론'이 당 규약에 명문화될지 여부가 거론된다. 이는 더 이상 한국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제도적으로 굳히는 수순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이미 김 위원장의 공개 발언을 통해 여러 차례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재작년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일인 건군절 행사에서 "한국 괴뢰 족속들은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국가"라며 적대적 대남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화국 정권의 붕괴를 꾀하고 흡수통일을 꿈꾸는 한국 괴뢰들과의 형식상의 대화나 협력 따위에 힘써야 했던 비현실적인 질곡을 주동적으로 털어버렸다"는 표현까지 불사했다.


이보다 앞선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북남(남북)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발언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남북 관계를 협상이나 교류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군사적 대치 구도로 인식하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평화가 대화나 타협의 결과물이 아니라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지켜지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북한이 당 대회를 통해 '적대적 국가' 노선을 공식화할 경우, 남북 간 공식 연락 채널 복구가 단기간에 이뤄지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통일부가 개성공단 중단 10년 계기 입장문을 발표한 직후,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개성공단에 가고 싶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국내 여론과 정치권을 향해 공단 재개 논의를 다시 테이블 위에 올리려는 흐름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다만 이러한 장면이 실제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과적으로 대북 메시지의 수위와 현실 여건 사이의 간극만 더욱 도드라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장관은 이날 오후 명동성당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 축사에서는 "공단의 일방적 중단과 폐쇄는 남북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국민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 어리석은 결정이었다"며 다시 한번 유감을 표명했다. 정 장관은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약속했던 9·19 군사합의의 신속한 복원을 촉구하면서 "이재명 정부는 남북 간 상호 인정과 평화공존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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