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언급 안했으니 끝?"…민주당, 통일교 의혹에 미온적
입력 2025.12.12 05:10
수정 2025.12.12 05:10
당 차원 진상조사 한발 물러서
"국수본 수사 결과 지켜보겠다"
여야 최소 130명 직간접 접촉
국민의힘 "특검 추천 나서야"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결심공판에서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인사 명단을 밝히지 않자 민주당은 해당 의혹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선회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는 언급하지 않았고,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답변만 수차례 반복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1일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을 둘러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께서 엄중한 수사를 지시했다"며 "특검은 (해당 사건을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했기 때문에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거듭 말했다.
앞서 윤영호 전 본부장은 특검 조사에서 전 장관에게 현금 4000만원과 까르띠에, 불가리 등 명품 시계 2점을 건넸으며, 전 장관 외에도 정동영 통일부 장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과 접촉하거나 금품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논란이 커지자 지난 9일 해당 사건을 국수본으로 이첩했고, 경찰은 이날 윤 본부장이 수감된 구치소를 찾아 접견하며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아울러 윤 전 본부장이 민주당 의원 15명에게 금품을 지원했다는 진술을 했다는 보도도 앞서 제기됐다. 이에 민주당은 윤 전 본부장이 결심공판에서 민주당 인사 실명을 거론할 경우 진상조사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폭로 사태가 일어나지 않자 현재는 기존 입장을 다소 누그러뜨린 모습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당 차원의 조치에 대해 "아직은 (통일교 의혹에 대한) 설만 무성한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시간·장소 등 특정 가능한 근거가 나오면 윤리 감찰단 진상조사 등 당대표 지시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통일교가 2017년이후 최근까지 최소 130여명의 여야 정치인과 접촉한 것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민주당 인사는 최소 65명, 국민의힘 인사는 7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이미 김건희 특검팀에 의해 관련 의혹을 수사 받고 있는 만큼, 민주당 인사에 대한 특검의 도입 필요성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전재수 결백을 증명할 유일한 방법은 특검뿐"이라며 "면죄부 경찰 수사는 안 된다. 특검을 즉각 도입해 민주당이 주장해 온 것처럼 야당이 특검을 추천해야 한다"고 적었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그렇게 당당하다면 특검을 받아보면 될 일이다. 즉각 국민의힘이 추천하는 특검을 진행하자"고 말했다.
편파수사 의혹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특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민주당 소속 정치인을 포함해 여야 정치인 여럿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관련 진술을 확보했지만, 수사 보고서에 기록만 남기고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지난 9일 관련 사건을 국수본으로 이첩했다.
이에 대해 김건희 특검은 당시에는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토대로 한 통일교 수사가 진행되는 중이라 해당 사안만 따로 떼어내 이첩할 수 없었고, 특검 수사가 종료되는 시점에 이첩하려 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유엔 해양총회 유치를 위해 방미했던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해수부가 흔들림 없이 해양수도로 만드는 데 매진할 수 있도록, 일할 수 있도록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사의를 표명한 이유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전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통일교 측과 한 차례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금품 수수 의혹은 부인했다. 정 장관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30년 정치 인생에서 단 한 차례도 금품 관련한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적이 없는바, 이를 오래도록 긍지로 여겨 왔다"며 "근거 없는 낭설로 명예를 훼손한 일부 언론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