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탄핵은 '이재명 방탄'"…국민의힘, 여론전 강화 속내는
입력 2025.01.07 00:20
수정 2025.01.07 06:39
의원 40명, 한남동 관저 모여 "영장 막겠다"
권성동·중진의원들은 헌법재판소 항의방문
"조기대선 원하는 이재명 흑심 국민께 알려야"
일각에선 "중도 얼마나 이탈하느냐가 중요"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위법적인 절차에 대한 공세를 지속하면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졸속으로 서두르고 있다는 점과 헌법재판소·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이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이 '이재명 방탄'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에서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만료일인 6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는 국민의힘 의원 40여명이 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집결했다. 이들 친윤석열계 의원들은 "체포영장 집행을 반드시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의원들이 체포영장 집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해당 영장이 적법하지 않아서다. 앞서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집행한 것과 관련해 △내란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영장을 청구한 점 △영장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청구한 점 △영장전담 판사가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의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명시한 점 등을 들어 해당 영장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당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은 "불법적인 수사 주체, 또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조항에 위반된 압수수색 영장은 당연 무효로서 이것을 저지할 권리가 국민에게 있다"고 한 뒤 "원천무효인 사기 탄핵이 진행되지 않도록 나와 우리 함께 하고 있는 의원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와 경찰청을 항의방문해 윤 대통령 탄핵 심리 및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하자를 따져물으며 절차적 정당성을 재차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헌재를 항의방문한 자리에서 "내란죄를 빼면 탄핵소추는 성립이 안 된다"며 "이 부분에 대해 헌재는 (탄핵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국회 측 탄핵소추대리인단이 윤 대통령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하기로 한 점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탄핵소추안의 원점 재검토를 주문한 것이다.
이와 함께 공수처에 수사권한이 없다며 거듭 비판하고, 직무정지된 윤 대통령에 대해 형사소송법 원칙에 따라 무죄추정의 임의수사 방식으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이날 경찰청을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이 같은 항의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적법절차 원칙의 준수'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법 집행 기관의 적법절차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며 여론전에 나섰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2심 판결 전에 조기 대선을 치르겠다는 목표 하에 정부와 여당에 내란 프레임을 씌우고 법치 파괴 행위를 불사하며 속도전을 내고 있다"며 "법과 절차보다는 당대표 사법리스크 시간표에 맞춰서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현 상황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이런 태도는 즉시 멈추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같은 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의 말처럼 법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거대 야당의 대표라고 더이상 저들의 얄팍한 꼼수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헌법과 법률의 마지막 수호자가 돼달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첫 재판은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은 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공수처가 민주당와 이재명 대표에게 너무 저자세로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며 "헌법재판소와 경찰 등 모든 기관에 대한 신뢰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때문에 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기대선을 위해 국민과 수사기관을 호도하는 이재명 대표의 흑심을 국민께 확실하게 알려드리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같은 국민의힘 전략은 조금씩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기세를 올리던 민주당이 사법과 수사 영역에서 여당의 반격에 주춤하고 있어서다. 특히 윤 대통령 체포가 불발되며 조속한 파면과 사법처리를 바라던 여론에도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2~3일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34.4%로 집계됐다. 45.2%의 지지율을 보인 민주당과의 격차는 10.8%p였다. 12·3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달 5~6일 같은 기관이 실시한 지지도 조사에서 양당의 격차는 21.4%p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사실상 평시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당 안팎에선 12·3 비상계엄과 탄핵 상황의 급박함이 가라앉고 여당이 사법적 쟁점을 제기하면서 여론의 피로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혁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나와 보수층이 다시 결집하는 분위기에 "그럴만한 조건이 있었다. 민주당이 너무 무리수를 두고 조급증을 폈다"며 "민주당이 탄핵안에 외교적인 문제,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까지 집어넣으며 보는 사람들이 이게 무슨 소리야 생각하게 했다. 이에 따라 여당 의원들로 하여금 많이 주저하게 만들고 이탈 표가 나오도록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선 향후 여론전을 펼치는데 있어 중도층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당 조직부총장인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그걸 보수의 결집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는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봐야 되는 것은 중도층이 얼마큼 이탈하느냐다. 30~40%에 해당하는 중도층이 대부분이 민주당으로 다 넘어가고 있다"며 "기존에 30~40% 정도 늘 일정하게 국민의힘을 지지해왔던 분들의 지지율이 다시 차는 것을 왜 마치 보수의 승리처럼 인식하고 있느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당은 휩쓸려서는 안 되고 법적인 절차를 따지고, 국회에서 민주당이랑 갑론을박을 해야 한다"며 "보수 진영에 대한 애착이 있고, 대통령으로서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관저) 앞에 계신 분들이 아니라, 연성 보수층이라고 할 수 있는 중도보수 유권자들을 향해서도 뭔가를 보여주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법적인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재명 대표의 잘못된 전략을 알리는 건 좋은 전략으로 보이지만, 중도층에게 소구력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중도층과 청년층을 겨냥할 수 있는 정책이나 전략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전략도 마련해 놔야 미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