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선관위 굴복시킨 정연욱…"편파적 판단 간과할 수 없었다"
입력 2024.12.29 08:00
수정 2024.12.29 08:00
선관위, 정연욱의 '그래도 이재명 안됩니다' 현수막 불허 번복
"사전선거운동 주장 궤변…이재명 대선후보 결정 안 났다"
"존립 이유 성찰…본연의 공정한 관리자 역할에 더 충실해야"
엄정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헌법기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적 편파성 및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내란 공범' 표현 등이 담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한 비판 현수막은 허용해놓곤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 문구의 현수막은 게시 불허 판단을 내리면서다.
후자(後者)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인용과 조기 대선 가능성, 그 조기 대선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출마할 가능성까지 고려해 이 대표의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었다.
해당 논란은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초선·부산 수영구)의 문제제기로 촉발됐다. 정 의원은 지역구에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게시하려고 했지만, 선관위는 조기 대선 국면이라는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같은 지역 내에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 공범이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은 허용했다는 점과 대조해본다면, 선관위의 행태는 모순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연욱 의원은 27일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데일리안 인터뷰에서 "선관위는 가정을 전제로 정치적 판단을 했고, '이재명이 대선후보가 되면 사전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궤변일 뿐"이라며 "대선은 결정 나지 않은 상황이고 이재명 또한 후보로 결정 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이 될 수도 있고 기각될 수도 있는, 예단할 수가 없는 시점에서 우리나라 대선은 2027년 3월로 돼 있다. 선관위가 그런 결정을 할 때 일어나지도 않은 가능성을 전제로 판단하면 안 된다"라며 "선관위의 편파적인 판단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기에 간과할 수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선관위가 존립의 이유를 성찰해 국민의 자유와 공정을 지키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선거관리는 국민의 의사를 관철하는 중요한 가치"라며 "선관위는 본연의 공정한 관리자 역할에 더 충실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과의 일문일답.
Q. 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적 편파성, 공정성 논란으로 비화된 정연욱 의원의 '그래도! 이재명은 안됩니다!' 현수막 문구가 많은 화제가 됐다. 해당 문구를 어떻게 떠올리게 됐나.
"메시지의 힘은 공감에 있다. 나와 공감하는 참모가 있다. 내가 언론인 출신이라서 부사·형용사보다는 간결한 메시지를 선호한다. 먼저 상황 변화를 고민했다. 비상계엄은 해제가 됐고, 논란이 있었던 대통령 탄핵에 대한 문제는 가결이 됐다. 그 이후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가 고민을 했다. 결국은 우리 집권 세력 입장에서 계엄이라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의 결과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을 과연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가란 물음을 던지면 누구도 선뜻 동의 못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 지지자들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중도층 다수의 국민들에게라도 이재명에 대한 부분을 우리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라고 표현을 꼭 살려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법리스크 투성이 이재명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된다 생각한 것이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던 선관위의 편파성·공정성 문제로 비화가 된 것이다."
Q. 선거관리위원회가 '그래도! 이재명은 안됩니다!' 현수막 게시 불허를 할 때 '조기 대선 국면'이라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상황을 가정한 것인데, 불허되기까지의 과정과 선관위의 불허 이유 등에 상황이 듣고 싶다.
"지난 16일 부산 수영구 선관위에 검토를 요청했다. 지역선관위에서는 부산에, 부산은 중앙선관위로 검토요청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 이중잣대를 가진 선관위는 스스로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침해했다. 좌시할 수 없었다. 법리를 해석함에 있어서 가정이 전제가 돼서는 안 된다. 선관위는 가정을 전제로 정치적 판단을 했고 '이재명이 대선후보가 되면 사전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궤변일 뿐이다. 대선은 결정 나지 않은 상황이고 이재명 또한 후보로 결정 난 바가 없다.
정리하면 선관위가 스스로 이재명 도우미를 자처한 것이다. 부연하자면 탄핵심판이 인용이 될 수도 있고 기각될 수도 있는, 예단할 수가 없는 시점에서 우리나라 대선은 2027년 3월로 돼 있다. 선관위가 그런 결정을 할 때 일어나지도 않은 가능성을 전제로 판단하면 안 된다. 선관위의 편파적인 판단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기에 간과할 수 없었다."
Q. 지난 23일 선관위가 "섣부른 결정"이었다며 불허 결정을 번복하기까지 정 의원과 당에서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선관위의 불허 번복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
"선관위는 그들의 주장처럼 헌법기관이다. 선관위가 본인의 결정을 뒤집는 경우가 드물다고 알고 있다. 애초 불허할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관위가 정치적 판단을 버리고 본인의 업무에 충실히 했다면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오해와 의심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은 행정안전위원회와 중진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셨던 걸로 알고 있다. 이미 나는 번복될 것이라 판단했기에 '섣부른 결정'이라는 선관위 사무총장 얘기가 나오는 순간 '그럴 줄 알았다'라고 메시지를 냈다.
비하인드 스토리로는 이날 급히 현수막을 단 이유는 선관위 최종결정이 나기 전에 선관위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치에는 양보할 수 있는 것과 포기할 수 없는 절대가치가 존재한다.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서 선관위에 문제 제기를 했고 여론이 선관위를 압박하게 됐다.
선관위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고 투정하기보다 존립의 이유를 성찰하여 국민의 자유와 공정을 지키는 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선거관리는 국민의 의사를 관철하는 중요한 가치다. 선관위는 본연의 공정한 관리자 역할에 더 충실해야 될 것이다."
Q. 이번 결정에 따라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부산 전역에 동일한 문구가 담긴 현수막, 그리고 '선관위 인정 현수막' 문구를 추가해 게시했다. 같은 내용의 현수막 게첩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도! 이재명은 안됩니다' 현수막을 게시하면서 '선관위 인정 현수막'이라고 보조 타이틀을 넣었다. 선관위에 적합한 지적을 했다는 걸 알리는 효과가 있다. 내가 참모들한테 '국힘 바보들아, 전국에 현수막을 다 붙여야지' 이런 댓글이 (기사에) 있다는 말도 들었다. 부산이 사건의 중심이었기에 박수영 시당위원장이 제일 먼저 게재 지시를 했고 부산부터 현수막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당에서 강원도나 다른 지역까지 현수막 게시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듣고 있다. 현수막 문구는 지역 정서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서 수사적 표현은 바꿀 수 있다 생각한다. 여당 국회의원을 내란공범으로 적시한 현수막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내란죄란 가정을 전제로 한 것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허위사실공표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또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밖에 없어서 새로운 메시지를 고민하고 있다. 전략적 메시지를 만드는 참모들과 논의 중이다."
Q. 향후 관련하여 법 개정, 세미나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게 있나.
"1월 의정활동보고회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공유하고 공감대를 모으는 일이 우선돼야 될 것 같다. 선관위에 대한 문제는 법령 개정을 넘어서서 이슈마다 선관위에서 판단하는 부분이 최소한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여러 형태의 정치적 상황이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기에 우리로서는 (선관위 대응보다) 그런 부분에 더 집중해서 대응할 것이다."
Q. 정 의원은 선관위의 공정성, 정치적 편파성 문제를 지적했을뿐만 아니라 22대 국회 입성 후 반년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대한체육회의 낡은 관행과 비리를 밝혀내는 등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가장 성과로 꼽는 게 있다면?
"상임위에서 체육회 관련한 잘못된 관행을 청산하는 문제가 가장 시급한 화두가 됐다. 특히 올해 파리 올림픽 이후에 안세영 선수의 과감한 용기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안 선수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그 하나의 메시지로 시작했다. 잘못된 관행이었지만 한 번도 노출이 안 됐던 것은 그 얘기를 들어주지도 않고 시정하려는 노력도 없었고 그냥 눌러버렸던 관행이 이어졌기 때문인 것이다. 그동안 비겁했던 것이다. 난 그걸 바로잡으려 한 것이다.
같이 공감하고 조금씩 나아지려는 노력들이 진행됐다면 과연 이런 식으로 잘못된 관행들이 마치 활화산처럼 분출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 시작이지만 개선의 물꼬를 텄다, 그런 게 중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초선 시작이기 때문에 상임위 활동에 더 집중했던 것이고 이런 자세가 또 다른 영역까지도 확대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겠다."
Q. 지역구인 부산 수영구의 현안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부산 수영구는 천혜의 자연 광안리를 끼고 있는 최고의 명품 도시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명품 도시로 수영을 키워나가는 데 이제 한 몸을 바쳐야 될 거라 생각한다. 내년 국비 예산 30억 원을 지원받은 대한민국 문화도시의 가치를 적극 살려나가겠다.
지금도 광안리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돼 있지만 이걸 더 고급스럽게 발전시켜 나가야 된다. 광안리에 국제여자비치발리볼대회가 유치됐다. 광안리 일대를 포함한 수영구가 명실상부한 명품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
Q.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계엄선언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잘못된 결정을 부인할 수도 없고 국민들에게 그 부분은 인정하고 가야 된다. 다만 민주당이 거대 야당으로서 책임이 전혀 없느냐 하는 부분은 따로 다뤄야 한다. 민주당이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상당한 국민도 가지고 있다.
2016년 박근혜 정권 시절의 탄핵 찬성과 8년 후 지금 탄핵에 대한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다. 박근혜 정권 당시에 90%에 육박했던 찬성이, 지금은 70%에서 75%를 오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탄핵에 대한 여론에 차이가 있을까? 이재명 민주당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또 다른 반증이 아닐까? 칼은 칼집에 있을 때 힘을 쓰는 거지, 칼을 꺼내는 순간 그 위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거대 야당이 국정을 책임질 자세가 있다면 힘자랑을 하는 게 아니라 국정을 이끌 수 있는 비전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