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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바짝 낮춘 윤 대통령, 김 여사·명태균 논란 조목조목 해명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4.11.08 00:00
수정 2024.11.08 10:07

대국민담화 15분·기자회견 125분

90도 가까이 허리 숙여 국민에 사과

"모든 것이 내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

김 여사, 이달 해외순방 동행 안하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다가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약 140분간 진행된 대국민담화(15분) 및 기자회견(125분)에서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의 통화 녹취 공개로 불거진 공천 개입 의혹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도 "대통령이라는 것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모든 것이 내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고개를 숙여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고개를 숙여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사과' 8번, '잘못' 1번, '불찰' 1번, '부덕의 소치' 1번, '죄송' 1번 등 총 12번의 사과 표현을 사용하며 바짝 몸을 낮췄다.


윤 대통령은 7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입장해 연단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기자들 앞에서 담화문을 읽었다. 지난 8월 국정 브리핑 및 기자회견 땐 용산 집무실에서 약 42분간 브리핑을 진행한 뒤, 브리핑룸으로 이동해 83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나의 노력과는 별개로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일도 많았다고 생각한다"며 "민생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기도 하였고, 또 내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부터 드리고, 국정 브리핑을 진행하겠다"고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90도 가까이 허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챙기고 또 살펴서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걱정을 드리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선 기자들로부터 26개의 질문을 받고 차분히 답변했다.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는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서 선거도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한테 욕 안 얻어먹고 원만하게 잘하기를 바라는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국어사전을 다시 정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부인) 육영수 여사께서 청와대 야당 노릇을 했다고 하는데, 대통령 아내로서의 조언을 국정농단화 하는 건 우리 정치문화상 맞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내가 검찰총장 할 때부터 일단 나를 타깃으로 하는 거지만 우리 집사람도 침소봉대(針小棒大)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 많이 악마화를 시킨 것은 있다"면서도 "우리가 가릴 것은 명확하게 가려야 되고, 나도 내 아내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더 신중하게 매사에 처신을 해야 되는데, 이렇게 국민들한테 걱정 끼쳐드린 것은 무조건 잘못"이라고 했다.


김 여사의 대외 활동과 관련해선 "결국 대외 활동은 국민들이 다 보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좋아하면 하고 국민들이 싫다고 하면 안 해야 한다"며 "여론을 충분히 감안할 것이고, 외교 관례상 국익 활동상 반드시 해야 한다고 나와 내 참모들이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해 왔다. 앞으로 이런 기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김 여사는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해외 순방에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또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조만간 개인 휴대전화 번호도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그간 김 여사와 관련된 논란 대부분이 대외활동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단 사적인 연락 등 비공식적 활동 때문이었는데, 김 여사의 신중한 처신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겠느냐'는 질문엔 "앞으로 부부싸움을 좀 많이 해야될 것 같다"며 "누구한테 도움을 받으면 말 한마디라도 고맙단 얘길 해야 한다는 그런 것을 갖고 있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어떤 면에서 보면 (김 여사가) 순진한 면이 있다"고 했다.


김 여사를 공식 보좌할 제2부속실과 관련해선 "제2부속실장을 오늘 발령 냈고, 제2부속실장이 같이 일할 직원들도 금명간 다 뽑을 것"이라며 "(김 여사 관련) 리스크가 상당히 줄어들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제2부속실장에는 장순칠 시민사회2비서관이 임명됐다.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추진 중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사법 작용이 아니라 정치 선동"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명태균 씨 녹취록 공개를 통해 불거진 여론조작, 공천 개입, 창원 산업단지 부지선정 정보 유출 등 의혹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부적절한 일을 한 적이 없고 감출 것도 없다"며 "대통령 경선 후반에 (명 씨가) 나서지 않을 문제를 가지고 얘기를 하길래 안 되겠다 싶어서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아울러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해달라고 얘기한 적 없다"며 "(여론조사 결과가) 잘 안 나오더라도 그걸 조작한다는 것은 인생을 살면서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당 공천을 진행해 나가는데 당 중진 의원들 부탁이 와도 원리·원칙만 이야기했지 누구 공천해달라고 이야기는 해본 적이 없다"며 "누구를 꼭 공천 줘라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과거에도 대통령이 이야기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당선인 시절 공천 문제를 가지고 논의할 시간도 없었다"고 했다.


창원 산단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창원 산단을 포함해서 열 몇 개의 국가산단은 대선 공약"이라며 "산단 지정이라는 건 다 오픈해서 진행하는 거지 비밀리에 진행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김 여사와 명 씨 간의 연락에 대해선 "아내 휴대폰을 보자고 할 수 없어서 물어봤는데, 몇 차례 문자 정도 한 것 같다고 한다"며 "(내용은) 일상적인 게 많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연 것은 취임 후 이번이 네 번째다. 윤 대통령은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올해 5월 9일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 8월 29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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