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사드·후쿠시마 이어…또 야권발 '괴담 정치' 휩쓸었다
입력 2024.09.08 00:00
수정 2024.09.08 09:09
현실성 갸우뚱에도 더불어민주당
'계엄령 논란' 동력 살리려 안간힘
민주당 내부서도 "직접 증거 無"
김민석은 "尹과 토론" 제안까지
22대 국회가 지난 2일 개회식 겸 개원식을 연 가운데 국회가 공식적으로 문을 열자마자 '괴담 정치'라는 단어에 매몰된 모습이다. 계엄령 준비설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인 김민석·김병주 최고위원이 군불을 지펴왔다. 여기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개원식 전날인 1일 열린 여야 대표회담에서 '계엄령 준비 의혹'을 공식 제기한 것을 계기로 때 아닌 군사정권 시절의 '계엄령'이 정기국회를 휩쓸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발(發) 계엄령 준비 의혹이 정국의 중앙을 차지하면서, 정치권에서는 과거 야권에서 쏘아 올렸던 '광우병·사드·후쿠시마 괴담' 사례도 재소환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의 계엄령 공세를 증거가 불분명한 데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 역시 '괴담'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민주당에선 '계엄 생각이 없다는 것이 진심인지' 대통령과의 공개토론까지 제안하면서 계엄령 이슈에서 발을 빼지 않는 모습이다.
7일 여권에 따르면 최근 정치권을 잠식 중인 '계엄령 괴담'은 '뇌송송 구멍탁'이란 구호를 필두로 과거 2008년 이명박 정부 초기를 크게 흔들었던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논란,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경북 성주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결정되자 '전자파가 성주 참외를 오염시킨다'는 무차별 공세가 이어지며 참외 재배로 유명한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었던 '전자파참외 논란'에 이은 또 다른 괴담이다.
민주당은 2023년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를 '핵 테러'라고 규정하며 대대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올해 들어 계엄령 준비 의혹이 일파만파하기 직전에는 서울 지하철역과 전쟁기념관에 있던 독도 모형이 재정비에 들어간 것을 두고, 현 정부가 '독도 지우기'를 하고 있단 의혹도 제기했다. 민주당은 최근 김병주 최고위원을 조사단장으로 한 독도지우기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22대 첫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 같은 야권발 괴담 정치를 정조준해 비판했다. 지난 5일 추경호 원내대표는'광우병 괴담'과 함께 '전자파에 몸이 튀겨져 죽는다'고 했던 '사드 괴담' 등 사례를 재소환하며 야당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사드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고 주장해왔다. 2016년 성주 사드배치 결정에 대해선 '사드 참외'란 표현이 등장한 것 뿐이 아니라,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다"는 사드괴담송까지 부르면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 바 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추 원내대표는 '잠수함이 와서 충돌해 침몰했다'는 세월호 괴담, '핵 테러이자 제2의 태평양 전쟁'이라는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 등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민주당이 괴담 선동을 시작하면, 좌파세력에 장악된 일부 방송은 확성기가 돼 대대적으로 확산시켰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고 했다. 나아가 "얼마 전부터 민주당은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황당무계한 가짜 뉴스까지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면서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것"이라고 맹폭을 가했다.
추 원내대표는 "탄핵을 한다면 이런 거짓 괴담으로 대한민국을 혼란과 분열로 몰아넣는 이런 세력들을 탄핵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고도 물었다. 이는 지난 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국회 여야 대표회담 발언 내용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당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 이후 11년 만에 이뤄진 여야 대표회담이었지만, 이 자리에서도 '계엄령'이라는 단어는 빠지지 않았다.
여야 대표회담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근에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라며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에 보면 (의석 과반 이상 의결로)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즉각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등이 계엄 괴담을 양산한다는 대통령실의 성명도 외면한 채 또다시 괴담 확산을 반복하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머릿속엔 계엄이 있을지 몰라도 우리의 머릿속에는 계엄이 없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민주당이 쏘아올린 '계엄령 준비설'에 대해 "국민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한 총리는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헌법 규정에는 설사 계엄을 선포하더라도 국회가 과반 이상으로 의결하면 즉각 해제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야당의 논리에 대해선 "계엄을 통해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킨다는 얘기인데, 국민 누구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계엄령 공세를 멈추지 않고,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에 대한 공개 토론을 요구하며 이슈의 불을 계속해 지피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모교인 충암고 출신들이 군에 중용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임과 함께 대통령이 이들과 계엄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엄 논란의 핵심이자 하나회 이후 최초의 군기문란 파벌, 충암파를 척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올해초 방첩사에서 방첩사령관 등 충암고 출신 4인 비밀회동을 했다. 충암파 김용현 국방장관이 최근 경호처장 공관에서 방첩사·수방사·특전사령관과 비밀회동을 가졌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 네 가지를 공개 질의한다"고 했다. △'충암파를 수사·해임·전보 등 척결할 것인가, 아니면 지원할 것인가' △'국회의원 체포의 명분이자 나치식 선동의 반국가세력 규정을 고수할 것인가' △'계엄 선동에 이재명 대표의 직을 걸라고 했으니 어느 쪽이 거짓인지, 대통령 또는 비서실장과 나의 공개토론을 수용하겠는가' △'계엄 생각이 없음이 진심이라면 국민적 보장 조치를 하겠는가'가 4가지 질의의 내용이다.
하지만 계엄령 주장의 '현실성' 측면을 두고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들이 지속해 터져나오는 상태다. 심지어 야당 내부에서도 계엄령에 대한 구체적인 제보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의원은 최근 YTN라디오에서 "내가 직접 증거를 들은 바는 없다"고 밝혔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CBS라디오에서 "제보가 있다, 그런 얘기도 있는데 그 제보라는 게 대개 그런 상상력인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들이 나오고 있음에도 야권발 계엄설 공세가 주춤하긴 커녕, 김민석 최고위원은 논란을 계속 굴려가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을 향한 공개토론 제안에 앞선 지난 5일에는 MBN 유튜브에 출연해 "민주당의 정보력을 무시하지 말라"라고 엄포를 놨다. 그는 "이번에도 같이 김병주 최고위원, 박선원·부승찬 의원 이런 분들이 계엄 문제에 대해 함께 쭉 여러 가지를 살펴보고 있다. 지금 오히려 정부·여당과 대통령실이 대통령을 포함해서 펄쩍 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엄령은 헌법 77조에 따라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질서유지가 필요할 때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치안·사법권을 유지하는 조치다. 국방장관과 행안장관이 건의하는 구조다. 계엄을 선포하면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보하고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데, 설사 계엄령이 선포되더라도 국회 의석 구조상 민주당이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체 300석 중 민주당 170석·조국혁신당 12석·진보당 3석·기본소득당 1석·사회민주당 1석 총 187석인 점에 비춰, 상식적으로 계엄이 선포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