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댓글' 공방 재개한 한동훈·원희룡·나경원·윤상현 [與당권주자 토론회]
입력 2024.07.17 11:07
수정 2024.07.17 11:30
'한동훈 특검' 얘기 나오자 韓 "내부총질"
원희룡 "댓글팀 사실이면 징역 2년 가능"
羅 "韓, 이관섭 사퇴요구 당무개입인가?"
韓 "혼탁한 인신공격 장으로 몰아 유감"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토론회에서 '제3자 채상병 특검법'과 '댓글팀' 의혹 등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원희룡·나경원 후보는 특검법과 댓글팀 등을 고리로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될 경우 당정관계가 복잡해질 것이라고 공세에 나섰다. 한 후보는 "내부총질"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반격했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가나다 순) 등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4인은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자 방송토론회에 참석해 채상병 특검법, 당정관계, 댓글팀 의혹 등을 두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날 공방을 주도한 건 원 후보였다. 원 후보는 한 후보가 제안한 '제3자 채상병 특검'에 대해 "채상병 특검은 수사 대상의 혐의 자체가 없다고 결론이 나지 않았느냐. 수사할 특검 추천자만 바꾸면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한 후보는 "내가 채상병 특검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서, 우리 당이 그 사안에 대해 숨기는 게 없다는 메시지를 주면서 판이 바뀌었다"며 "원 후보야말로 민주당이 계속 특검을 발의할 때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맞받았다.
특히 한 후보는 "지금 공수처 수사는 문재인 정권 당시 임명된 검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수사전문가로 보기에 너무 공격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 이 상황을 바꾸고 우리 입장에서 돌파할 수 있는 채상병 특검법을 미리 제안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정권이 주도해 도입된 공수처 수사에 맡겨놓겠느냐는 반대 시각을 내놓은 것이다.
나경원 후보는 "공수처 수사를 기다린다는 원칙적 입장을 계속 견지하는 게 맞다"며 "민주당이 특검을 기다리고 있다. 여러가지 특검을 하는데 원칙이 흔들리면 아마 한동훈 특검도 진행될 것이다. 우리가 원칙을 지켜야 줄지어 있는 다음 특검을 막는다"고 맞받았다.
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공수처가 오히려 편향적으로 수사발표를 한다는 얘기냐"라고 묻자, 한 후보는 "너무 공격적이고 언론에 내는 내용을 보면 나는 이렇게 하는 것을 못 봤다. 공수처 결과를 보고 하겠다는 말이 나중에 족쇄로 작용할 수 있겠다는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70일 동안 윤 대통령과 단 한 번의 전화 소통도 없었고, 두 번 이상의 식사 제의도 다 거절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70일 동안 대통령과 한 마디 통화나 만남도 없었던 상태에서 많은 당정 충돌이 있었다"며 "당무 개입이나 국정농단 얘기까지 나왔다. 대통령이라면 그런 당대표와 터놓고 걱정 없이 소통할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또 "총선 직후에는 한 후보가 전당대회에 당연히 출마하지 않는다는 분위기였고, 이걸 번복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며 "대통령이나 정부 핵심 관계자들과 만나게 되면 '출마한다'는 얘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끝까지 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곧바로 한 후보는 "대통령과의 사적인 소통에 대한 원 후보의 하나하나의 말씀에 대응할 필요를 못 느낀다"며 "원 후보는 대통령이 나오라고 해서 (당대표에) 출마했느냐"라고 반격에 나섰다.
아울러 "나와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가 완전히 같다"며 "당정 관계는 그 자체가 최종적인 목표가 아니다.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이견을 좁혀야 한다. 원 후보는 시키는대로 따르는 게 맞다고 말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후보도 당무개입과 관련한 질문으로 한 후보를 향한 공세에 나섰다. 그는 한 후보를 향해 "이관섭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에 대해서 당무개입이라고 말했다. 본인에게 사퇴하라고 한 것이 당무개입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한 후보는 "당무개입이라고 정확하게 지적해서 얘기한 적은 없다"고 답하자 나 후보는 "당무개입이라고 온 천하에 말했다. 이는 (탄핵) 구실을 제공하는 것 플러스 대통령을 협박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천관리위원장 누구 시키라고 했다. 이걸로 형사 기소했지 않느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관섭 실장이 사퇴하라고 한 것을 당무개입이라고 하면, 당무개입은 형사 기소 대상 맞죠. 맞느냐, 아니냐"라고 거듭 한 후보를 추궁했다. 지난 총선 국면에서 이관섭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당시 한 후보에게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한 것이 당무개입이고 기소 대상이라고 판단한다면, 이 역시 야당이 추진하는 대통령 탄핵의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한 후보는 "그렇게 쭉 얘기해놓고 짧게 물어보면 국민들께서 오해하실 것 같다"며 "(당무개입은) 유죄 판결이 났다"고 답변했다.
나 후보는 "기소를 했으니 유죄 판결이 났다. 기소 담당 검사 아니냐. 왜 본인에게 불리한 것은 답을 안 하냐"라고 재차 몰아붙이자, 한 후보는 "말장난을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한 후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한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 시간이 되자 나 후보에게 "지난 3월 18일 인터뷰에서는 채상병 특검에 동조하는 취지의 말씀을 했다"며 "정치인이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입장을 바꾸는 것에 실망"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나 후보는 "그때는 이종섭 대사 문제로 우리가 더 이상 총선을 치르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취지의 발언을 했을 수 있다.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며 "지금은 특검에 대해 원칙적 입장으로 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나 후보는 "(채상병 특검과) 한동훈 특검법의 동의율이 비슷하다"며 "채상병 특검 반대가 국민들한테 설명이 안되니까 대안을 내놓는다고 본인이 말씀하지 않았느냐. 한동훈 특검이나 채상병 특검이나 다른 게 뭔가"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한 후보는 "여기서 그렇게까지 말씀하는 건 내부 총질 아니냐.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느냐. 특검 내용이 뭔지는 아느냐"라며 "한동훈 특검을 의회에서 추진하실 것이냐"라고 반발했다.
마지막으로 한 후보에게 제기된 여론조성팀·댓글팀 의혹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이른바 여론조성팀·댓글팀 의혹과 '한동훈 특검'을 거론하며 "사실관계가 맞다면 김경수 지사처럼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고, 당내에서 보호하려고 해도 보호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후보는 "민주당 양문석의 주장에 동조하는 원 후보에 대해서는 당심(黨心)이 판단할 것"이라며 "원 후보가 축제여야 할 전당대회장을 끝까지 혼탁하게 인신공격의 장으로 몰고 가는 것에 유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말씀만 하신다"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