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한동훈 vs 팀원희룡…與 최고위원도 '연설·장외공방' [與 호남 연설회]
입력 2024.07.09 05:05
수정 2024.07.09 05:05
호남·제주 연설회서 최고위원 후보들 '문자·연판장 논란'에 설전
장동혁 "문자공개, 당 갈라 놓는 것"…박정훈 "韓, 사과할 일 없어"
이상규 "어떻게 김 여사 문자에 '한 번 대답' 안할 수 있나" 지적도
인요한 "尹정부, 과반이 뽑아"…우회적으로 당정 관계 우려 표명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최고위원 후보들이 '김건희 여사 당무개입 문자'와 '제2의 연판장' 논란을 놓고 장외 설전을 벌였다. 지난 주말 동안 표면화 된 이 갈등은 8일 광주광역시에서 처음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도 격화되며,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원(친원희룡)계간 게파 다툼으로 확전됐다. 이날 최고위원 후보들이 꺼낸 장외 발언들은 당권주자들의 대리전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치열한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거대 야당과) 잘 싸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국민의힘은 누구와 싸워야하는지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가, 국민의힘이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국민의힘을 걱정하고 있다. 오늘만 있고 내일이 없는 정치, 나만 있고 우리는 없는 정치, 가식만 있고 진정성은 없는 정치, 그런 구태정치를 청산하고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친한계인 장 후보가 이 같은 발언을 쏟아낸 것이 지난 주말 동안 여권을 뜨겁게 달군 '김건희 여사 당무개입 문자'와 '제2의 연판장' 논란을 빗댄 것으로 보고 있다. 당무개입 문자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 여사가 총선 정국이던 지난 1월 15~25일 전후로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현 당대표 후보)에게 과거 대선 정국 때 사과를 했지만 오히려 지지율이 10%p나 하락했다는 내용 등을 담은 문자메시지 다섯 통을 보냈다가 답장을 받지 못한 상황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이를 두고 원희룡 당대표 후보 측에서는 한 후보가 문자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은 것을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문자 전체를 공개하거나 사과하고 끝내라"는 강경한 반응을 내놨다. 반면 한 후보는 "전당대회가 한창인 이 시점에 읽씹 논란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위험한 당무개입"이라는 입장을 내며 맞대응한 바 있다. 한 후보는 이날 연설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만약 답신했다면 야당에선 국정농단이라고 했을 것이다. 당대표가 돼도 영부인과 당무 관련해선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추가로 내기도 했다.
장 후보는 이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아무리 전당대회에서 여러 후보를 향해서 공격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영부인의 사적인 문자까지 공개하는 것은 당을 둘로 갈라놓고 건강성을 해치는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사실상 원 후보 측을 겨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더 큰 문제는 이 '당무개입 문자' 사태가 '제2의 연판장' 논란으로 확산됐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6일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들이 일부 세력에 의해 메시지와 전화로 한 후보의 사퇴 촉구에 동의하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지난해 3·8 전당대회 당시 나경원 후보를 주저앉히기 위해 53명의 초선 의원들이 '불출마 촉구' 연판장을 돌린 사태가 떠오른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친한파'로 분류되는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판장은 미수에 그쳤고 그걸 통해서 우리가 당을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전대 이후에도 당이 하나돼서 용산과 협력해서 할 수 있을지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있는데 오늘 연설에서는 크게 논란이 안 될 거 같다"면서도 "이번 사태를 촉발한 쪽에서 사과가 필요하지, 한동훈 후보가 사과할 일은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한 후보가 피해자라는 점을 명확히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친한파인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후보도 같은 자리에서 "(문자 논란을) 선거에 악용하는 게 누구의 짓인지 정확히 밝힐 수는 없겠지만 전당대회 흐리(려)는 (목적이) 아니냐"라며 "본인의 능력과 재능으로 전당대회를 이끌어서 사람을 움직여야지 누군가를 비방하는 걸로 움직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라면 페어플레이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반대로 당무개입 문자 논란을 '해당 행위'로 규정한 원 후보 측 인사들은 한 후보를 향한 공세에 집중했다. 친윤이자 친원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상규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총선 비례대표 당선권 후보 명단에 호남에서 일평생 분투했던 인물들이 없었다"며 "어떤 사람이 비례대표 공천을 했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총선 때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던 한 후보를 저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타운홀 미팅이 있었는데 한동훈 후보의 토론과 질의응답을 보면서 당정관계가 다시는 회복이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놀랐다"며 "김 여사의 문자를 보고 어떻게 한 번도 대답을 안 할 수 있느냐"고 한 후보를 겨냥한 비난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러면서 "그 자리(타운홀 미팅)에서 우리가 '한동훈이라는 재목은 팬덤정치가 있을 정도로 없었던 현상이고 훌륭한 재목이 될 수도 있었는데 현재는 아닌 거 같다' '지난 선거에서도 패배의 이유가 있고, 당을 재건할 중요한 시긴데 한 후보는 당과 대통령 사이에서 돌아올 수 없는 거 같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이라도 내일이라도 하자고 제안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시 친윤·친원계로 분류되는 인요한 최고위원 후보도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의 과반수가 뽑았다. 그러면 5년 동안 (나라를) 잘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우리가 최선을 다해 도와줘야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당정관계에서 잡음을 보이고 있는 한 후보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어 인 후보는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당에 문제가 많은데 혁신이 계속돼서 하나하나 고쳐나가면 되는데 나라가 위기"라며 "우리 당이 혁신을 마무리하고 더 자랑스럽고 더 논리적이어서 국민의 지지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한 후보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꺼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