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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연임 위한 사퇴' 임박...민주당 당대표마저 '추대' 절차 간다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입력 2024.06.21 06:00
수정 2024.06.21 06:00

'강성당원 비난 받을라'…경쟁자 전무

박찬대·추미애 이은 3번째 '추대설'에

2026년 6월 '지선' 공천권 행사한 다음

대표직 물러나 2027년 대권 도전 전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론 법안 자료를 읽고 있다. ⓒ뉴시스

4·10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에서만 벌써 3번째 '추대설'이 나오고 있다. 찐명(진짜 이재명계) 박찬대 의원이 이례적인 단독 입후보 끝에 원내사령탑에 선출됐고, 박찬대 원내대표에 이어 강성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추미애 의원이 '국회의장 추대'를 받는 듯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등 총선 압승 후 민주당은 '친명 체제 전환'으로의 가속페달을 밟았다.


지난달부터 당내엔 '이재명 연임 추대론'도 팽배한 상황이다. 이 대표를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 대표가 사실상 차기 당대표 추대 절차를 밟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즉 이 대표가 경쟁자가 없이 단독으로 당대표 후보로 나올 경우 '찬반투표'로 연임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의 추대가 현실화되면 민주당은 '이재명 사당화'를 거쳐 이제 완전한 '1인 사당'을 구축하게 되는 셈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연임을 준비 중인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가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9시 긴급 최고위를 소집했지만, 이튿날인 21일 오전 이 대표가 참석하는 최고위가 또 예정돼 있다보니 깜짝 사퇴 발표가 나오진 않았다. 해당 최고위 일정과 관련해선 이 대표가 사퇴 발표를 하기 전 마지막으로 당무보고를 받기 위한 일정이라는 데 무게가 실렸다.


지난 17일 민주당은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대표의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한 당헌 개정을 최종 확정하면서 이 대표의 연임을 위한 포석을 깔았다. 대선이 있기 1년 전에 당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 당헌은 사실상 폐기됐다.


이 대표가 당대표 연임을 할 경우 2026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한 뒤에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대로라면 이 대표는 2027년 3월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2026년 3월 이전에는 사퇴를 해야 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연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정국이 맞물려 대여 투쟁을 위해선 안정되고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큰 상태다.


이 대표는 8월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출마 결심을 굳혔으나 정확한 대표직 사퇴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임을 위해 차기 대표 선거 후보로 등록하려면 규정상으로 현재의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전당대회 시계가 빨라지고 있지만, 이 대표에게 대적을 할만한 이렇다 할 경쟁자들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당내 복수 관계자들은 '대선주자인 이 대표의 체급에 미치는 당내 인사가 드물 뿐 아니라, 현 상황에서 섣불리 이 대표의 경쟁자로 나설 경우 강성 당원들로부터 비난을 받게 될 것이란 우려에서 당대표 입후보자가 쉽게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사실상 이 대표만이 유일한 카드라는 분위기가 조성된 상태다.


앞서 국회의장 경선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추미애 추대설' 등 대세론을 거스르고 당선이 됐다가, 수박(비명계에 대한 멸칭)으로 몰리면서 고초를 겪었다. 이 점이 이번 당대표 경쟁이 흥행하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됐다는 평가다. 국회의장 경선 직후 당 게시판에 추 의원의 탈락에 대한 항의글이 쏟아지고, 우 의장을 지지한 의원을 색출하겠다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이 쏟아졌던 바 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임박한 연임 결단과 관련해 '사법리스크'의 부각이 영향을 미친 것이란 관측도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 대표는 차기 민주당 당대표인 동시에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혐의로 기소되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위증교사 의혹,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후원금 의혹까지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신분인데, 사법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당대표직을 유지하는 게 나을 것이란 계산이 '연임 결단'의 바탕에 있다는 관측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 대표의 연임과 함께 당에서는 대선까지 남은 기간인 2년 이상을 사법부에 대항, 당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지연시키는데 총력을 쏟으려 할 것이란 게 여권의 시각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최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기소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재점화됨에 따라, 민생 법안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향후 이 대표의 당권과 대권 행보를 의식해 중도층 확장, 대선 주자로서의 이미지 메이킹에 나선 것이란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이 대표는 전날에만 주 4일제가 세계적 추세임을 강조했다. 또 단말기 시장을 정상화하고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로 혜택이 국민께 돌아갈 수 있도록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를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우상호 전 비대위원장 '이재명 사당' 우려
"나도 왕수박 몰려...계파보단 정파 필요"
핵심 측근 7인회 소속 의원들도 쓴소리
한밤 긴급최고위, 李 사퇴 아닌 현안 점검


이런 가운데 공개 석상에선 이재명 대표의 '사당' 완성에 대해 우려를 하는 목소리가 계속해 분출되고 있다.


이날 우상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당역사 토크콘서트'에서 지금 같은 시기에 민주당에서 자신과 같은 역할을 할 사람이 안 보이는 것이 걱정이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총선에서 당이 친명 일극 체제로 나아간 후 다양한 의견 개진이 차단되고 있는 것을 조준한 발언으로 보인다.


우 전 위원장은 '이재명 맞춤형'이란 수식어를 받아온 최근 당헌·당규 개정 움직임, 추미애 의원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이던 국회의장 후보 교통정리 등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가 강성 당원들로부터 수박으로 낙인찍히며 고초를 겪고 있다.


우 전 위원장은 "국회의장 선거로 당이 시끄러워지고, 나도 (몇 마디를 했다) 구설수에 휘말리고 왕수박으로 몰렸다"라고 발언했다. '계파'와 관련해서는 계파보다 '정파 정치'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계파는 싫다. 계파는 어떤 문제가 있냐면 생각이 달라도 내가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은 형님과 그 대장을 위해서 뭉친다. 계파원이 되는 순간 민주당은 사라진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계파 투쟁은 정치를 멍들게 하고 국회의원들을 병들게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사랑받고 싶으면 가장 센 얘기를 하고 가장 인기 있는 발언을, 어떤 것을 하면 되는지를 다 안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당이 안 깨진다. 나 같은 사람이 있어야 이재명 대표가 빛나고 다음 정권교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도 덧붙였다.


우 전 위원장 뿐 아니라 이 대표의 핵심 측근 그룹인 '7인회' 소속 의원들도 '이재명 대표 맞춤형' 체제 개편에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성호·김영진 의원 등 친명 중진도 '건강한 민주당'을 표방하며 연일 이 대표에 대한 쓴소리를 내뱉는 중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밤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이 대표의 사퇴 시기와 맞물려 초미의 관심을 받자 "민주당은 채해병 사건이 중대한 사건이고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오늘 저녁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상황을 점검했다"고 공지했다.


민주당은 이날 '채상병 특검법'을 야당 단독으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시켰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쟁점 법안이다. 민주당은 21일 열리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한 입법청문회를 연 뒤 법안을 처리해 본회의로 보낸다는 방침이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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