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활용한 북한의 생화학테러 현실성은
입력 2024.06.16 06:00
수정 2024.06.16 06:00
풍속·풍향 등 환경 변수 영향 커
공중 살포시 살상력 떨어질 수도
WMD로서의 가치, 한국 맞대응 등
고려하면 실제 살포 가능성 낮아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를 계기로 풍선을 활용한 생화학테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이 야포·열기구·감염된 곤충 등을 이용한 생화학 공격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풍선을 투발수단 삼아 관련 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풍향·풍속 등 환경적 요소에 제약을 받는 풍선 특성과 관련 테러가 불러올 후폭풍 등을 고려하면 실제 도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강경호·김현중 신안보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연구원을 통해 발표한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 관련 생화학 공격 위험성 진단'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풍선이나 열기구를 이용한 생화학 무기 살포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작전에서는 풍향과 풍속 등 여러 환경적 요소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일단 바람의 방향이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풍선을 통한 생화학 무기 살포는 쉽지 않다. 자칫하면 생화학 물질이 되돌아가 낙하해 북한 스스로가 '자폭 버튼'을 누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일 저녁에 있었던 북한의 4차 오물풍선 살포 때에는 풍향이 맞지 않아 대부분의 풍선이 도로 북으로 날아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310여 개 오물풍선 가운데) 남하해서 낙하한 것은 50여 개까지 확인했다"며 "(북한이) 310여 개를 부양했지만 다수는 북한 쪽으로 날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기온이 낮고 풍속이 높은 경우에는 풍선을 남쪽으로 빠르게 날려 보낼 수 있지만, 공중 살포 시 생화학작용제가 넓은 지역으로 흩어져 효과성이 떨어질 거란 설명이다.
두 연구위원은 "생화학 무기의 효과를 측정하는 기본적 척도는 'LD50(Lethal Dose of 50%)'"이라며 "LD50은 특정 구역 내에서 작용제에 노출된 인원의 50% 이상이 사망하는 최소 필요량(농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생화학작용제가 공중에서 살포돼 바람 등에 의해 LD50 이하의 농도로 희석된다면, 대량살상무기(WMD)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군 당국은 풍선 속 화생물질이 공중에서 살포될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관련 물질이 공중에서 흩뿌려지면 지상에서의 유독성은 크게 떨어질 거란 설명이다.
무엇보다 전략적·전술적 측면에서 북한이 풍선을 활용한 생화학 테러를 결심하긴 쉽지 않다는 평가다.
국제사회의 비난과 강력한 제재, 한국의 맞대응 등을 감수하고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드론(drone)이나 AN-2기와 같은 기존 비대칭 전력 등을 이용한 생화학 공격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소형 드론에 CS탄, 이른바 '최루가스'를 실어 우크라이나군에 살포한 바 있다. 북한 역시 비살상 화학물질을 사용해 상대방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하이브리드전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두 연구위원은 "북한의 풍선을 이용한 생화학 테러 가능성을 제기하며 공포심을 조장하는 일부 비전문가들의 주장에 대해 정부는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제 효과성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안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동시에 북한 심리전에도 사회 전반이 흔들리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드론 등 생화학제 살포가 가능한 비행체 활용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시체계 강화를 통한 사전 차단, 비상사태 발생 시 정부 차원의 대응 매뉴얼 및 국민 대피계획 등을 마련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