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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선단 추종만은 않을 것" 조국혁신당, '민주당 2중대' 떨치고 나선 길은…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입력 2024.06.05 00:45
수정 2024.06.05 07:49

무조건적 우군 프레임 전환하려는 듯

'자강불식' 꺼내고 '쇄빙선' 비유하며

각 세울 땐 세우는 '프레너미' 존재감

발빠른 행보·대여 강공으로 선명성↑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의원들이 22대 국회 임기 시작일인 지난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지자들이 준비한 케이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2중대'란 수식어를 거부하는 대신 스스로를 강화하고 성장한다는 '자강불식(自彊不息)'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직전까지는 더불어민주당의 '우당(友黨)' 정도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강했으나, 최근에는 민주당과 협력을 하면서도 경쟁을 하는 미묘한 관계로 변화했다.


4일 야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국회의장 경선 후폭풍을 다 수습하지 못하고 당원권 강화 이슈에 매몰된 사이, 혁신당은 선명성을 과시하고 있다.


당초 정치권에선 혁신당의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가 불발되며 '정권심판론'을 기치로 했던 '조국 열풍'을 이어갈 동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이 만연했다. 하지만 혁신당은 이에 개의치 않고 윤석열 정부를 향한 강공뿐 아니라 민주당의 행보도 함께 비판하는 등 민주당에게도 만만치 않은 상대가 되고 있다. 당내 이슈로 주춤한 민주당과 비교했을 때, 같은 시기 '선명성'과 '투쟁력'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실제로 앞서 김지호 민주당 부대변인은 SBS 라디오에서 민주당과 혁신당의 관계를 친구이자 적인 '프레너미(friend+enemy)'라고 규정한 바 있다. 김 부대변인은 "정말 빠르고 강하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보고 체계가 상대적으로 복잡한 민주당에 비해, 혁신당의 빠른 의사결정 구조가 선명성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전날 조국 대표는 혁신당 첫 공식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대한 선단을 추종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도 쇄빙선이고 예인선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거대한 선단'은 제1야당이자 원내1당인 민주당을 지칭하는 것으로 읽힌다.


혁신당은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할 때 대대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범야권 7당 지도부의 합동 기자회견이 있기 1시간 30분 전에 이미 조 대표와 당선인들은 대통령실 앞을 선점해 "대통령 거부권은 폭탄주 퍼마시듯 마음대로 사용하는 권한이 아니다"라고 맹폭을 가했다. 혁신당은 이후로도 크고 작은 대여투쟁 일정에서 다른 야당들보다 발 빠르게 움직여 장소를 선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야당들의 공조가 있기 전 이미 혁신당이 자체로 정한 내부 일정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당이 지난달 말부터 이날까지 보인 광폭행보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당선 축하 난(蘭) 거부 릴레이, 채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것 등이 있기도 하다. 또 혁신당은 '라인 사태'와 관련해 정부 조치의 문제점을 파헤치기 위한 국정조사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으며,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특히 혁신당은 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안·방통위법 개정 예고에 더해 앞서 발의했던 한동훈 특검법까지 묶어 '쇄빙선 법안'이라 명명하는 등 입법을 통한 공세를 강력하게 펼치겠단 의지를 피력 중이다.


나아가 이날 황운하 원내대표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조국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인사차 방문한 추 원내대표에게 "민생이든 경제든 자꾸 대화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에게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회동한 것처럼 조국 대표도 뵐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해달라"고 압박했다.


또한 혁신당은 민주당에서 박찬대 원내대표에 이어 고민정 최고위원도 '1주택 종합부동산세 폐지' 주장에 가세한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기도 했다.


서왕진 정책위의장은 종부세에 대한 민주당의 접근에 대해 "민주당이 자산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윤 정부를 막아 세우지는 못할망정, 그에 가세하는 듯해 실망스럽다"라는 비판을 가했다. 조 대표도 지난달 31일 언론인과 산책 자리에서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종부세 개폐 목소리, 지구당 부활론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혁신당은 민주당을 향해선 교섭단체 구성 불발과 관련, 불만 목소리도 공개 표출하는 등 각을 세울 땐 각을 세우는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 조 대표는 지난달 29일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이 총선 당시 여기에 대해 먼저 제시를 했음에도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을 직격한 바 있다. 교섭단체 요건 완화의 경우 지난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이 정치개혁 차원에서 먼저 얘기를 꺼냈지만, 선거 이후 달라진 것 같다는 게 혁신당의 입장이다.


다만 혁신당이 강하고 빠르게 선명성을 어필하는 것과 별개로 민주당 협조 없이 원내에서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양당이 각종 입법과 특검법·국정조사·탄핵 등의 주요 과제 추진을 위한 협조를 하면서도, 동시에 경쟁을 펼치는 묘한 긴장 관계는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혁신당은 창당 이래 첫 전당대회를 다음달 20일 개최한다. 당은 전당대회를 계기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직을 정비하고, 비전위원회를 통해 당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실제로 혁신당은 이를 통해 '전국 정당'으로 거듭날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혁신당이 보유한 12석 모두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 의석이다. 이에 따라 향후 당의 명운은 전국 각지에서 당의 조직력을 얼마나 강화하느냐가 좌우하게 될 전망이다. 또한 전당대회에선 조 대표가 기존에 '추대 당대표'였던 것에서 탈피해 '선출 당대표'로 거듭나고, 최고위원도 선출할 예정이다. 당과 조 대표의 정치적인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킬 기회이자 시험대에 오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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