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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때아닌 어퍼컷 날리다 카운터 훅 맞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4.06.03 07:07 수정 2024.06.03 07:07

훈련병 영결식 날 연찬회 맥주…입이 열 개인가?

이러니 정무 감각 제로란 말 듣는다

맥주-어퍼컷 대신 유가족 위로 ‘쇼’라도 했어야

김정숙 호재도 맥주 한 잔으로 흘려보낼 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30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만찬을 마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대통령 윤석열의 페이스가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여당 연찬회에서 했다는 그의 말과 행동이 어설프더니 야당들부터 뼈아픈 훅 한 대를 얻어맞았다. 요새 대통령 자신과 여당 상황,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퍼컷 세러머니를 한 데 대한 카운터펀치였다.


단합대회 성격의 행사라 하더라도 해야 할 것과 안 해야 할 것이 있다. 훈련병이 무리한 얼차려를 받다 목숨을 잃어 영결식이 거행된 날에 맥주라니…. 일반 국민은 물론 지지자들도 한숨을 쉬게 한 큰 실수였다.


국민의힘 진행자들과 참모들은 영결식을 의식해 맥주를 테이블에 놓지 않았었다. 이걸 굳이 윤석열이 “내가 오늘은 욕 좀 먹겠다”라고 호기를 부렸는데, 호기를 부릴 게 따로 있다. 더구나 그는 군 통수권자가 아닌가?


이러니 “군대 안 갔다 온 사람이 대통령을 하니….”란 말을 듣는다. 군 복무 경험이 있는 대통령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전 육군훈련소장 고성균(예비역 소장)은 이번 사고를 두고 “육군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라고 규정을 안 지킨 군의 잘못임을 지적했다.


육군이 잘못한 것이라면 육군 참모총장, 국방부 장관,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다.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 “옛날 일은 다 잊고”라고 하며 술잔을 돌렸다. 대통령은 입이 열 개 달린 사람인가?


야당의 대통령, 정부 여당 비판 중에 이번 ‘술타령’ 논평은 흠을 잡으려야 도저히 잡을 수가 없다. 구구절절 옳고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입이 스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말을 했다.


“얼차려 훈련병 영결식 날 술타령. 수재 지원 해병 사망 사건 수사 방해. 진정한 보수라면 이럴 수 있나?” (이재명)

“엄숙한 워크숍을 축하 술잔치로 만든 윤 대통령은 기분이 좋았던지, 어퍼컷 세리머니도 했다. 이날이 어떤 날인지 아나?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묻는다. 우리 젊은이 목숨값이 당신들에게는 겨우 그 정도냐?” (조국)

“의무 복무 중인 병사들의 안전을 중요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징병제의 근간이 무너진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어제 세상에서 가장 비싼 맥주 한 잔을 들이켜신 것이다.” (이준석)

윤석열은 무모한 데 그치지 않고 무지하다는 걸 이번 맥주 돌리기에서 확인해 줬다. 여기서 무지(無知)란 미련하다는 게 아니고 사리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서울대 중에서도 인문계 최고라는 법대를 나온 사람이 아는 게 없을 수는 없다. 감각이 없는 것이다. 나라의 최고 지도자로서 국민 다수가 충격을 받고 비통해하는 시기에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발걸음과 몸짓,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


알아도 안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러면 더 문제다.


연찬회는 연기했어야 한다. 연기를 할 수 없었다면 조용히 치렀어야 했다. 거기서 왜 어퍼컷을 날리고 맥주를 돌리나? 이것이 두 달 전 총선에서 대패당한 국민의힘과 대통령의 수준이다.


윤석열은 거부권을 행사하면 “네, 알아서 모시겠습니다”라며 일사불란 부(否) 표를 던지는 여당 꼭두각시들과 단합대회 전에 훈련병 유가족부터 찾았어야 했다. 그들에게 흐느낄 어깨를 대 주고, 국가의 잘못을 빌고, 그 어머니가 부탁한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대통령으로서 유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했어야 한다.


이것이 ‘쇼’라는 말을 반대 진영으로부터 들어도 좋다. 그런 쇼는 열 번, 스무 번을 해도 부족하지 않다. 안보 외교, 기업 총수들 만나는 것보다도 이런 감성적인 제스처, 대통령의 섬세한 배려가 더 중요하다. 지지도도 더 올라간다.


그의 국정 긍정 평가가 20%대 밑을 뚫기 직전이고 부정 평가는 70%대로 치솟을 기세다. 종전에는 그에 대한 여론이 왜 이렇게 나쁘게 나오는지, 혹시 조작이 아닌지 의심했던 보수우파 지지자들도 이제 그 수치를 수긍하게 됐다. 그의 언행이 ‘잘못한다’라고 느끼게끔 한다.


그는 말도 참 납득할 수 없게 한다. “지난 건 다 잊자. 나부터 뼈 빠지게 뛰겠다”라고 했다. 뭘 잊고 뭘 뼈 빠지게 일하겠다는 건가? 똘마니들 앉혀 놓고 자기 잘못은 일체 언급 없이 잘하자고만 하는, 심하게 말하면 조폭 두목다운 어법이다.


그가 해야 할 일은 뼈 빠지게 뭘 많이 해야 하는 게 아니다. 당당하고 겸 겸손한 자세로의 변화만 보이면 뼈 안 빠져도 된다. 그것으로 대통령이 할 일 70~80%는 채우는 것이다.


윤석열은 지난 총선에서 자기 자신이 얼마나 판단을 잘못했고 어떤 패착을 두었는지 정직하게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어야 의원들, 당원들, 국민 보기에 아름답고 훈훈했을 것이다.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이 자리에 훨씬 더 많은 동료 의원들이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었을 텐데, 108분만 모시게 돼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들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당선되어 주어서 고맙고 이번 실패를 거울삼아 나도 앞으로 반성하고 잘하겠습니다.”

이게 어퍼컷 열 개보다 맥주 백 잔보다 나은 것 아닌가? 윤석열과 정진석 이하 참모들은 제발 정무 감각 향상 개인 교습을 집중적으로 받기 바란다.


지금 세간의 관심은 김정숙 일행이 어찌하여 기내식 몇 끼로 6000만원이 넘는 혈세를 탕진했는지에 쏠려 있다. 이것이야말로 그녀의 옷값 들과 함께 수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사건이다.


그러나 다수 국민들은 대통령과 여당, 이원석 검찰이 이를 제대로 파헤칠 의지가 있을지 회의가 많다. 윤석열이 그런 회의감을 키우고, 결국 흘려보내 버리게 될 것 같은 맥주 파티를 했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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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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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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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그리너구리 2024.06.03  10:39
    국민들의 어퍼컷이 너의 턱주가리를 날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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