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주도권 잡아라…'탄핵·독식·졸속', 거대 야당 더 거칠어진다
입력 2024.05.28 06:00
수정 2024.05.28 06:00
정청래 "탄핵 열차 시동" 연일 강경발언…조국당 동참
관례 깨고 법사위·운영위 차지 예고, 강경파 채워질 듯
연금개혁, '野 여당이던 21대 국회 초·중반서 뭐했냐'
지적에 김성주 "文정부 때 못해 지금이라도 하는 것"
22대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공세가 한층 거세졌다. 전직 대통령 탄핵사를 언급해 현직 대통령을 압박하는 한편 국회 주요 상임위 독식 의지도 드러내고 있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180석을 가진 민주당조차 지지부진했던 연금개혁을 임기 막바지에 추진하자며 정부 압박에 나섰다. 야권이 차기 국회부터 정국 주도권을 잡고 여소야대 형국을 최대한 활용하겠단 계산으로 보인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하루 전인 이날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뒤부터 공공연히 '탄핵'을 언급하고 있다. 야권의 공세 배경은 이른바 'VIP 격노설'이다.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이 윤 대통령의 격노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사례를 들며 "윤 대통령이 닉슨과 똑같이 거짓말, 수사 방해, 진실 은폐를 했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윤 대통령은 예외일 것 같으냐. 꿈 깨시라"고 말했다.
근래 정 최고위원의 탄핵 언급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엔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이 대통령 본인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권력 사유화이자 탄핵 사유"라고 했다. 22일엔 "박근혜 탄핵 선고를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며 "탄핵열차가 시동을 걸고 있다"고 주장했다. 불명예 사임한 전직 대통령 사례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강경파 정당인 조국혁신당도 민주당의 대통령 '탄핵 열차' 공세에 올라탔다. 황운하 조국당 원내대표는 27일 당선인총회에서 여당을 향해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찬성을 촉구하며 "윤 대통령은 탄핵 열차의 연료를 채웠다. 여당 의원들의 재의결 부결표는 열차의 출발 단추를 누르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권은 탄핵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재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국민이 채상병·김건희 특검법을 열망하는데도 윤 대통령은 변화가 없다"며 "총선으로 국민이 준엄한 심판을 내린 시대정신조차 대통령이 듣지 않아 국민은 '바닥에서부터 바꾸자'는 의미로 탄핵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2대 국회 원 구성을 놓고서도 여야간 갈등이 첨예하다. 핵심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민주당이 차지하겠다고 하면서다. 노무현 정권 시절인 17대 국회부터 국회의장을 원내 1당이 가져가는 대신 법사위원장은 원내 2당이 맡는 게 관례였다. 또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운영위원회의 위원장은 관례적으로 집권당 원내대표가 맡아왔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포함해 11개 상임위원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내 일부 강경파 인사 가운데선 상임위원장 18개 자리를 모두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상임위 독식으로 민주당이 입법 주도권을 가지겠단 의도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 독식 가능성을 묻자 "우리 의원들은 국회법에 정해놓은대로 원구성을 하자는 원칙적 입장이 아주 많다"며 "합의가 안 된다면 '우리가 다 해버려야 하겠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법안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원장을 민주당 내 강경파 인사가 차지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법사위원장 유력 후보이던 추미애 당선인이 돌연 국방위원회로 선회하면서, 현재는 정청래 최고위원과 전현희·이언주 당선인이 차기 법사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 드라이브에 우려를 표했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는 법사위가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데, (민주당이) 브레이크를 빼고 직진한다면 반드시 사고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 막바지에 이르러 민주당이 꺼내든 '연금개혁' 카드에 대한 갑론을박도 상당하다. 문재인 정권내 21대 국회 초·중반까지 여당이던 민주당이 당시엔 침묵하다 왜 이제서야 연금개혁에 불을 지피냐는 '정치적 계산'이란 비판과, 이제라도 초당적으로 추진하자는 차원에서 영수회담이 필요하단 반론이 맞붙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연금개혁은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매듭을 지어야 함에도 정부·여당은 미루자고 고집하고 있다"며 "왜 미뤄야 하느냐"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도 "정부·여당이 결단만 하면 28일 본회의에서 연금개혁안이 처리될 수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영수회담을 개최할 용의가 있다는 말씀도 드린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쫓기듯 급히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며 거절했다. 여당 원내대표인 추경호 의원도 "지난 세월 연금개혁에 손을 놓고 있던 민주당이 갑자기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사흘 앞둔 시점에서 합의가 안 된 연금개혁을 졸속으로 추진하자고 한다"며 "정쟁과 시간에 쫓긴 어설픈 개혁보다, 22대 첫 번째 정기국회에서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21대 국회 종료 시점에 연금개혁을 추진하려는 배경엔 정부와 여당을 향한 책임론을 지우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의 표출이다.
반면 국회 연금개혁특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지적에 "국민의힘이 '그렇게 중요했으면 문재인 정부 때 하지 왜 윤석열 정부 때 하려고 하냐'고 반문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 못했기 때문에, 더 큰 책무로 우리가 야당이지만 초당적으로 하겠다고 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 해명했다.
그러면서 "(연금개혁 완수의) 공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가는 것이다. 야당이 만들어주겠다는데 그걸 왜 거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여기 무슨 정치적 계산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