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여교사 컵에 '체액 테러' 남고생…"선처에도 반성은커녕"
입력 2024.03.27 04:29
수정 2024.03.27 09:50
경남 사천시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여교사가 사용하는 텀블러에 체액(정액)을 넣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26일 경남교육청에 따르면 계약직 교사 A씨는 지난해 9월 사천의 한 고등학교의 남학생 40명이 머무는 기숙사에서 야간 자율학습 감독을 하던 중 이 같은 피해를 당했다. A씨가 화장실에 가려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남학생 B군이 A씨의 텀블러에 체액을 넣은 것.
지난 20일 A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학교와 학교 당국의 소극적인 대처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고 B군을 최근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 직후 나흘 간 병가를 쓴 A씨는 "교사라는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가해 학생에 대한 고소나 퇴학 등 처분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면서 "학교와 학생의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를 원했지만 가해자와 가해 학생의 부모에게 직접적인 사과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는 자신들에게 피해가 올까 소극적인 태도로 사건을 덮으려 했다"고 토로했다.
해당 학교 측은 사건 발생 후 A씨와 B군의 분리 조치가 이뤄졌으며 A씨가 학생에 대한 선처를 바라는 대로 사건을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B군은 특별 교육 이수 처분 등을 받고 2주간 등교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씨는 지난 2월말일자로 해당 학교와 계약이 종료됐다.
"체액 테러도 성범죄…처벌 추진"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체액을 남의 물건에 넣거나 표면에 묻히는 행위인 '체액 테러'의 경우도 성범죄에 해당하도록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같은 행위는 가해자가 설령 성적 의도를 가지고 했더라도 직접 신체 접촉을 성폭력범죄의 전제 조건으로 삼아온 현행법 체계 하에선 성범죄로 단죄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 개정안을 발의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형적이지 않은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우리 법률이 그 속도와 다양성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성범죄는 피해자 관점에서 해석돼야 한다. 범죄로부터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성범죄에 대한 폭넓은 인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