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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차대한 시점에…도대체 누가 '이종섭 빌미' 제공했을까 [뉴스속인물]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4.03.17 14:26
수정 2024.03.17 18:30

총선 앞두고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에 여야 공방 격화

정치적 공방을 떠나 여권 내에서도 왜 총선 앞두고 굳이 논란의 인물 임명했나 책임론 거세

野 수사 받고 있는 범죄자를 국가권력 이용해 도피시켜…진상규명 및 특검법 발의, 탄핵도 검토

與 '공수처→특정언론→민주당'의 총선용 합작품…공수처만 알고 있는 수사내용 노출, 철저히 수사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해 6월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싱가포르행 여객기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을 놓고 여권과 야권의 공방이 격해지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호재로 끌어올려 파상적인 공세를 퍼붓고자 하는 야권의 속셈에 여권 전체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형국인데, 여권 일각에서도 도대체 호주 대사가 뭐라고 총선을 앞둔 이 중차대한 시점에 그런 논란의 인물을 굳이 임명해 이런 수세에 몰리게 하느냐는 자성론과 책임론이 대두대고 있다. 이 전 장관의 사퇴 고려는 물론, 이번 인사를 밀어붙인 사람들 또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이종섭 주호주 대사는 1960년생으로 경북 영천 출신이다. 육사 40기로 군 복무 시절 제1군사령부 관리참모차장, 국방부 정책기획차장, 육군 제2사단장(소장), 합동참모본부 신연합방위추진단장(소장) 등을 역임하고, 2016년 제7군단장(중장), 2017∼2018년 합참 차장 등을 거쳐 중장으로 전역했다. 국방정책 및 전략 분야, 한미 연합지휘구조 설계 경험과 전문성으로 한미 군사관계 및 현안에 밝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3월 전역 이후에는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캠프 정책자문단외교·안보·통일정책 자문가, 경동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인수위원 등을 지내다 2022년 4월 10일 윤석열 정부 첫 국방부 장관에 지명됐다. 중장 출신 장관을 내정한 것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해군 중장 출신)을 임명한 이후 18년 만이었다. 그러나 1년 5개월만인 2023년 9월 12일, 사의를 표명하고 10월 7일 신원식 장관에게 직을 이임했다. 이후 6개월여 만인 2024년 3월 4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됐다.


이번 논란은 지난 4일 외교부가 호주 대사에 이 전 장관을 임명하는 인사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대통령실은 호주 정부에 동의를 받는 '아그레망' 절차를 거쳐 주호주대사 임명을 공식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사가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호주와 관계를 넓히며 K9자주포 계약을 했고, K9 현지생산 공장 기공식도 주도했다며 호주대사의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이틀 뒤인 6일 이 대사가 공수처에 의해 지난해 12월부터 출국금지 상태라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논란은 커졌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이던 지난해 7월 경북 예천에서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고 경찰에 이첩된 수사 기록을 회수하게 한 혐의(직권남용)로 지난해 9월 고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튿날 공수처는 이 대사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소환은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한 지 약 6개월 만에 처음 이뤄졌다. 이 대사는 출국금지 조치에 이의를 제기했고, 법무부는 지난 8일 출국금지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다음날, 이 대사는 호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출국 전 약 4시간 조사를 받았지만, 사실관계 규명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두고 야당은 이 대사 임명을 '도피 출국'이라고 명명했고,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공세 수위가 높아졌다. 또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 156명 명의로 발의한 '이종섭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됐다. 특검법엔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의혹으로 수사를 받다가 주 호주대사에 임명돼 출국한 이 전 장관 수사를 위해 특검을 임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 발의는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가 주도했다. 야당은 '수사를 받고 있는 범죄자를 국가 권력을 이용해 도피시키려고 한 사건'이라는 프레임을 짜면서 외교부 및 법무부 장관을 포함 관련자 전원을 고발하고 탄핵도 검토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종섭 주호주 대사.ⓒ뉴시스

여권은 공수처가 좌편향 특정 언론사에 정보를 흘려주고, 이것을 민주당이 침소봉대해 총선용 합작품을 만들어 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이종섭 대사의 과거 (대통령실 등과의) 구체적인 통화기록 등 오직 공수처만 알 수 있는 수사 내용이 버젓이 언론을 통해 노출되고 있다"며 "이는 공수처가 수사 기밀들을 불법적으로 유출하고 있다는 명백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수처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져야 할 중대한 사안일 뿐만 아니라 이미 반년이 지나는 동안 이 대사에 대한 소환조사를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다가 총선이 다가오자 뒤늦게 출국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이제야 '소환 및 추가 조사 필요성' 운운하며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만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절차를 지키지 않아 법원으로부터 위법 판정을 받은 일 등 공수처 스스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심지어 전임 김진욱 공수처장은 2021년 공수처 출범 이후 3년의 임기를 마치면서 유죄 0건, 구속 0건이라는 '빈손' 성적표로 초라하게 퇴장했다. 국민의 세금만 낭비하는 공수처"라며 '공수처 무용론'을 거듭 제기했다.


대통령실도 야당의 '이종섭 빼돌리기'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대사 일정과 거주지 등이 모두 공개되고, 이 대사는 언제든 필요하면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라며 "빼돌리기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해다.


아울러 이 대사가 급하게 부임하느라 신임장 사본만 지참한 채 출국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도 "통상적으로 부임하는 공관장이 소수인 경우, 신임장을 별도로 송부하는 게 일반적인 절차"라고 일축했다. 이 대사에 대해 공수처가 출국금지를 내렸던 것에는 "출국금지는 조사 지연에 이은 부당한 조치"라며 "신원이 분명한 이 대사의 기본적인 자유를 제한한 부당한 처사"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특히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도는 수사 비밀에 접근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구체적인 내용이 많다"며 "공수처 수사 상황이 계속 언론에 유출되고 있다면 이에 대해선 철저한 수사로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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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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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ick 2024.04.03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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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가 2024.03.22  02:38
    공구처는 정치집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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