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로 피난 간 이재명 "노웅래, 단식한다고 상황 바뀌지 않아"
입력 2024.02.23 11:51
수정 2024.02.23 12:02
盧 국회 회의실 점거에 당사로 피신
李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인데…"
정청래는 8년 전 기억 소환하며
"억울 않은 컷오프 없어, 힘내라"
'공천 대란'으로 인한 제1야당 국회 회의실 점거 농성에 당대표가 협소한 중앙당사로 몽진(蒙塵)해 최고위를 주재해야만 했다. 자신이 일으킨 '공천 대란'에 자기가 피난하는 꼴이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난을 일으키고 있는 컷오프(공천 배제) 의원들을 향해 "불가피함도 이해하고 또 수용해달라"고 공천 결과 수용을 압박했다.
이재명 대표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포갑 지역구가 전략 선거구로 지정된 후 국회 당대표실을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노웅래 의원을 향해 "참 안타까운 일"이라며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당의 입장에서도 모든 분들을 다 공천하고 함께 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 장소를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당사로 변경했다. 노 의원의 단식 농성을 피해 회의 장소를 옮긴 것이다.
이 대표는 "비좁은 공간에서 언론인 여러분에게 불편을 끼쳐드려서 유감스럽다"며 "공천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또 가까운 분이라 할 수 있는 노웅래 의원께서 공천관리위원회 결정 때문에 회의실을 차지하고 계셔서 부득이 이곳에서 회의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 노 의원께서는 개인적으로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면서도 "노 의원뿐 아니라 경선에서 탈락되신 분들도 계시고 심사에서 배제되신 분도 계시고, 아예 경선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분도 계신다. 최종 후보가 되지 못한 모든 분들이 가슴 아플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그분들의 심정을 100% 다 헤아리지 못하겠지만 안타까움과 원통함, 고통을 조금이라도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해할 수 있도록,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정청래 최고위원도 자신의 8년 전 컷오프 후 '백의종군 선언문'을 읽어 내려갔다. 동료 의원들을 향해 이번 공천 결과에 승복할 것을 압박한 것으로 읽힌다.
정 최고위원은 "당은 날 버렸지만 나는 당을 버리지 않겠다. 우리 당의 승리를 위해 나 정청래 기꺼이 제물이 되겠다. 당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겠다"면서 "위대한 국민만 보고 국민만 믿고 가겠다. 쓰러진 나라도 당이 필요하다면 헌신하겠다. 우리 당 후보가 원한다면 지원 유세도 하겠다. 총선에서 이겨야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낭독했다.
정 최고위원은 당시 컷오프된 사람들과 '더컷 유세단'을 만들어 총선 승리를 위해 전국을 지원 유세하러 돌아다녔던 경험도 소환했다.
그러면서 "억울하지 않은 컷오프는 없다"며 "요즘 동료들의 컷오프를 보며 참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 발언을 한 뒤엔 잠시 말을 멈추고 울먹이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는 "8년 전 내 심경과 (컷오프된 이들의 마음이) 똑같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위로한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고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라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힘내라"라고 하며 발언을 마쳤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 마무리 발언에서도 완고한 입장을 보이면서 "꽤 상당 기간 이곳에서 회의를 할 상황인 것 같다. 공천과 관련해서 참 여러 가지 혼란들 발생하지만 다시 한번 이 말씀 좀 드려야 될 것 같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모두가 갈 수는 없는 길"이라며 "과정을 거쳐서 결국 선수는 한 명으로 선발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 의원의 공천 탈락에 대해서는 "모두 자질과 역량을 갖춘 훌륭한 분들이지만 판단 기준은 국민 눈높이고 절차와 판단의 주체가 있다"면서 "단순히 (뇌물 수수혐의로) 기소됐다고 결정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 특정한 사실은 본인이 인정하고 계셔서 그 자체로도 문제가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한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그 사실을 수용해 주시길 바란다"면서 "이런다고 상황이 바뀌진 않고, 바뀌어서도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