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용 기소 무리였다' 비판 피하기 위해서라도 항소할 것" [법조계에 물어보니 328]
입력 2024.02.08 05:13
수정 2024.02.08 06:34
법원, 5일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재판서 이재용에 무죄 선고…검찰 "항소 여부 검토"
법조계 "검찰, 오랜 기간 조사한 증거 자료와 재판서 펼친 법리 모두 부정 당해…자존심 상해"
"검찰, 항소 없이 마무리하는 것에 부담 느끼겠지만…'기계적 항소' 비판 목소리 높아"
"대승적 차원서 항소 여부 판단해야…검찰의 기계적 항소 막는 법률적, 제도적 장치 필요"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기소 3년5개월여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항소 가능성에 대해 "오랜 기간 조사한 증거 자료와 재판을 통해 펼쳤던 법리 등이 모두 부정당했다"며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 기소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항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마디로 검찰이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검찰의 기계적 항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항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법률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는 지난 5일 오후 이 회장 등 14명의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선고기일을 열고 검찰이 제시한 23개 혐의에 대해 "모두 범죄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은 물론 승계작업을 주도했다는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측과 최소 비용으로 그룹 내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부당 합병에 공모한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삼정회계법인 소속 관계자 13명 모두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검찰은 이날 판결에 대해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 판단을 면밀하게 검토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도윤 변호사(법률사무소 율샘)는 "검찰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조사한 증거자료와 재판을 통해 펼쳤던 법리 등이 재판부에 의해 모조리 부정당한 것"이라며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 기소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항소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김 변호사는 "다만, 검찰의 기계적 항소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가 큰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항소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또 향후 관련 법률 정비 등을 통해 검찰의 기계적 항소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안성훈 변호사(법무법인 법승)는 "해당 사건은 법리적 부분에서 특히 기업결합, 기업경영과 관련해 앞으로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는 판결"이라며 "항소 없이 마무리하기에는 검찰도 부담을 느낄 것 같다.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단, 불기소 의견에도 불구하고 기소 결정을 했기에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1심이 3년 5개월이나 진행되면서 이 회장을 포함한 관계자가 100여 차례나 재판에 출석해야 했고, 그 자체로 불이익이 될 수 있는 만큼 항소를 하더라도 무리하게 공소 유지를 할 게 아니라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무죄가 선고된 경우 검찰은 기계적으로 항소하는 게 현실"이라며 "항소하지 않는 경우 야당의 정치공세도 있을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소심에서 (유·무죄가) 바뀔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