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정점서 서둘러 하늘로 떠난 '나의 아저씨'…배우 故 이선균 [뉴스속인물]
입력 2023.12.31 06:01
수정 2023.12.31 06:01
대학 졸업 후 오랜 무명생활 끝에 '연인들'로 데뷔…단역·조연 전전하다 32세에 '하얀거탑' 출연
드라마 '파스타' '나의 아저씨' 등 출연해 흥행몰이…'기생충' 이후 칸영화제·아카데미 초청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 받으며 대중에 큰 충격…억울함 호소했지만 27일 차에서 극단적 선택
경찰 "무리한 수사? 적법한 절차 따랐다"…진중권 "경찰에 수사권 준 것은 민주당, 입 닫아라"
배우 고(故) 이선균이 29일 가족과 동료들의 눈물의 배웅 속 영면에 들었다.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시시비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수사를 시작한 지 두달여 만에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75년생인 이선균은 서울 태생으로 배명고등학교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졸업했다. 한예종 동기로는 배우 오만석, 장혜진, 문정희 등이 있으며 19대와 20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오신환도 있다.
이선균은 대학 졸업 후에도 한동안 무명생활을 전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MBC시트콤 ‘연인들’에서 이윤성의 남동생 배역으로 TV 신고식을 치렀지만 이후로도 오랜 시간 단역·조연을 전전하며 비중 있는 역할을 맡지 못했다. 그러다 32세이던 2007년 드라마 '하얀 거탑'에 출연하며 대중의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다.
이후 '커피프린스 1호점'(2007), '달콤한 나의 도시'(2008), '파스타'(2010) 등으로 본격적인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이외에도 '골든타임'(2012), '미스코리아'(2013),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2016), '나의 아저씨'(2018), '검사내전'(2019), '법쩐'(2023)에 출연하며 드라마 흥행을 견인했다.
스크린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파주'(2009), '체포왕'(2011), '화차'(2012),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에 출연하며 영역을 넓혀갔고 '끝까지 간다'(2014)가 칸을 포함한 국내외 영화제서 상을 휩쓸며 작품성과 흥행력을 동시에 인정받는 국내 대표 주연 배우로 거듭났다. 특히 2019년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출연하면서 칸 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에 초청되는 등 전성기를 맞았다.
이선균이 대기만성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그의 뛰어난 연기력이 꼽힌다. 코미디, 스릴러, 드라마, 멜로 등 장르를 따지지 않고 소화해 큰 사랑을 받았고, 특히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불렸다.
그러던 중 지난 10월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선균은 "(유흥업소 여실장이 준 게) 마약인 줄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과 함께 줄곧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간이 시약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도 음성을 받았다. 지난 26일에는 억울함을 거듭 호소하며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의뢰했지만 27일 서울 성북구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가족과 소속사에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선균에 대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경찰은 이선균과 유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도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난과 지적과 대해서는 구체적인 제보와 증거를 토대로 적법한 수사였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은 국가수사권력에 이선균이 무고하게 희생됐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조국 전 장관은 "검경 수사를 받다가 자살을 선택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님에도 수사권력과 언론은 책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이 문제는 검찰이 아니라 경찰의 문제"라면서 "민주당은 검찰 못 믿는다고 경찰에 수사권 주라고 했다. 그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다가 일이 벌어진 것 아닌가. 그렇다면 입을 닫고 있어야 하는데 또다시 특정 집단을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한다. 이런 것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