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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송영길' 구속에도 민주당 사흘째 '모르쇠'…"뻔뻔하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3.12.22 05:00
수정 2023.12.22 00:19

당내 최대 20명 연루, '총선 악재' 불보듯

이낙연 "국민 보시기에 '뻔뻔하다' 생각"

윤영덕 "의원총회서 관련 언급 없었다"

박찬대 "민주당 입장서 난감한 게 사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탈당 의사를 밝힌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어떤 일이 당하더라도 절대 회피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9일 해당 사건으로 구속됐다. ⓒ데일리안 DB

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정점인 송영길 전 대표가 구속된지 사흘째에도 당 차원의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의원총회에서도 송 전 대표 사건 관련 언급은 전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의 '입장 없는 입장'에 당 안팎에선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19일 구속된 송 전 대표에 대해 "탈당한 개인의 문제"로 선을 긋고, 당 대변인 논평이나 유감 표명 등 공식 입장을 전혀 내지 않고 있다.


특히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소속 의원들만 모두 2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내년 총선 전 대형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당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의원총회에서도 관련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전날(20일) 의원총회에선 송 전 대표 사건 관련 이야기는 없었다"며 "해당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이미 이재명 대표가 유감 표명을 했던 사안이고, 향후 관련 사건에 대한 논평이나 입장문이 나올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실제 이 대표는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진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이 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당대표로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진탈당했고, 민주당에선 쇄신의원총회 등을 열고 '김은경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에 혁신위는 송 전 대표 의혹과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흐지부지 넘어갔고, '노인 비하' 논란을 일으킨 뒤 조기 해산하는 촌극을 보였다.


특히 민주당은 해당 사건의 '키맨'으로 알려진 윤관석·이성만 의원(무소속)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지난 6월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시켰다. 그러나 현재 윤 의원은 구속됐고, 검찰로부터 징역 5년이 구형됐다. 윤 의원은 사건에 연루된 20명 의원에게 전달할 300만원의 돈봉투 자금 총 6000만원을 마련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민주당은 송 전 대표를 '탈당한 개인'으로 거리두기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 대표는 송 전 대표가 구속된 이후엔 기자들의 질문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대표의 언급이 없는 터라 대변인발(發) 논평도 예상하기 어렵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가) 탈당한 상태고 개인의 문제에 대해선 당이 공식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탈당한 개인의 몸"이라며 "당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거듭 밝혔다.


임 원내대변인은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당 의원들의 추가소환 가능성 및 향후 추가 혐의 등이 밝혀질 경우 긴급 의원총회 등을 통한 대책 논의 가능성'을 묻자 "수사기관에서 정확히 나온 바가 없기 때문에 단정지어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지난달 윤관석 의원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공개한 '돈 봉투 수수' 의혹 의원 명단에는 김남국·박성준·전용기·황운하 의원 등이 올랐다. 당사자들은 모두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태다.


이처럼 정치권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힌 돈 봉투 사건이 민주당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도 일언반구 없는 당의 태도에 당 안팎에서도 '뻔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21일 YTN라디오에서 "(돈 봉투 사건이) 민주당 전당대회 때 벌어진 일이고, 또 그 사건과 관련해 최소 20명의 국회의원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며 "그런데도 탈당을 이유로 '남의 일' 이런 식으로 한다는 것은 국민 보기에 참 뻔뻔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이 사과하고, 그 다음에 (사건) 연루 의원들에 대해 뭔가 얘기를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돈 봉투 사건이 민주당을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지도부의 주장도 나왔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같은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송 전 대표 구속 관련 지도부가 입장을 내야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에 "민주당 입장에서 난감한 게 사실"이라며 "입장 표명과 관련해 곤란한 부분이 분명하게 있기 때문에 입장을 못 냈던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지금의 사면초가가 훗날 진퇴양난 형세로 바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총선 악재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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