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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형준 "이재명, 면담 거부는 부산시민 무시…산은 이전 입장 밝혀야"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3.12.20 06:00
수정 2023.12.20 09:49

"공당 대표가 산업은행 이전 문제에 '꿀 먹은 벙어리'"

"개정안 처리 더는 늦지 않게 요구…필요시 투쟁도"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위한 특별법 추진…교육 혁신도"

박형준 부산시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부산광역시 서울본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부산시가 9년간 쉼 없이 달려온 '2030세계박람회' 유치는 결국 성공하지 못했지만, 유치 과정에서 부산의 위상과 품격을 알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부산의 해외 인지도와 도시 브랜드 지수는 껑충 뛰었다. 아시아 행복도시 6위(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선정), 글로벌 스마트센터 지수 세계 77개 도시 중 15위(지옌사의 글로벌 스마트센터 지수 평가) 등이다.


최근에는 '2024년 세계 최고의 도시' 순위에 신규 진입했다. 세계적 컨설팅 기관인 레저넌스(Resonance Consultancy)가 발표한 '2024년 세계 최고의 도시 보고서(World's Best Cities Report)'에 따르면, 부산시는 세계적 대도시 270곳 가운데 67위로 이번에 처음 진입했다. 이 순위는 단순히 거주 적합성과 관광매력을 넘어서 방문객과 사업가 모두가 선호할 만한 도시를 선정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레저넌스 컨설턴시는 부산을 '한국의 마이애미'로 칭하며 낮은 빈곤율과 SNS 해시태그 비율이 높은 점 등 도시의 번영도를 특징으로 꼽았다.


이처럼 부산의 위상은 달라졌지만, 이른바 '수도권 일극화' 양상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 과제들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고, 또 우리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극복하려면 수도권 일극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해법으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은 물론 '글로벌 허브 조성을 위한 특별법' 추진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중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에 대해 박형준 시장은 "정책금융기관이자 신산업을 발굴하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공공기관 하나를 지방으로 단순 이전하는 이상의 의미"라며 "남부권 주력산업과 금융산업의 융합으로 남부권 경제벨트를 살려 수도권과 남부권의 양대 성장 거점을 형성함으로써 국가균형발전 및 부산을 글로벌 금융허브 도시로 완성하는 획기적인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는 부산의 최대 숙원 사업이지만, 국회 문턱에 가로막혀 2년째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대통령은 물론 정부·여당의 추진 의지에도, 제1당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년엔 총선이라는 '이슈 블랙홀'이 있는 만큼, 정치적 논리로 인해 개정안 처리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어 이번 국회에서 처리가 꼭 이뤄져야 한다는 게 박 시장의 입장이다.


이에 박형준 시장은 야당의 협조를 구하고자 여러 차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면담을 요청하고 서한을 전달해왔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현재까지 전무하다. 박형준 시장은 "부산 시민을 대표해서 만나자고 한 것인데 (저를 만나주지 않은 건) 부산 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공당의 대표가 산업은행 이전 문제에 '꿀먹은 벙어리'다. 표는 표대로 얻고 싶고, 수도권의 일부가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사안을 뭉개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공분했다.


박형준 시장은 야당 지도부의 협조가 있다면 언제든지 산업은행법 개정은 가능하므로, 야당 지도부를 끝까지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박형준 시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부산시 서울본부에서 진행됐다. 대담은 정도원 데일리안 정치부장이 했다.


다음은 박형준 시장과의 일문일답.


박형준 부산시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부산광역시 서울본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현재 부산시의 최대 현안을 꼽으라면, 단연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일 것 같다.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한다면, 부산에 어떤 효과가 있나.


"부산은 세계 2위의 환적항이고 컨테이너 물동량 세계 7위의 해운·조선·물류 산업의 중심지다. 홍콩과 싱가포르, 두바이가 세계적인 허브 도시가 된 건 물류와 금융 허브 기능을 결합했기 때문이다. 사람과 물자, 돈이 자유롭게 도는 국제 비즈니스 도시를 하나 더 갖느냐, 못 갖느냐가 그 나라의 경쟁력 자체를 좌우한다.


정책금융기관이자 신산업을 발굴하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공공기관 하나를 지방으로 단순히 이전하는 이상의 의미다. 부산만의 발전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를 위해서도 산업은행이 부산에 와야 할 당위성은 너무 분명하다. 남부권 주력산업과 금융산업의 융합으로 남부권 경제벨트를 살려 수도권과 남부권의 양대 성장 거점을 형성함으로써 국가균형발전 및 부산을 글로벌 금융허브 도시로 완성하는 획기적인 모멘텀이 될 것이다.


주력산업인 조선, 해운, 자동차 등에 대한 금융지원 강화를 비롯해 남부권 산업 고도화 지원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지역에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Q.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는 부산 시민의 열망에도, 윤석열 대통령 약속에도 관련 법 개정이 올해 내로 처리되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산업은행 이전 문제는 민주당의 가치와 다 부합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분산을 통해서 지역의 특성화 발전을 하려했던 것인데, 분산만 되고 특성화 발전은 잘되지 않았다. 지역 경제 전체를 활성화하는 문제를 민주당이 붙잡고 있는 건 정치적인 이유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기 때문에 해줄 수 없다'라는 이유밖에 없지 않겠나.


이재명 대표에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면담을 요청하고 의견도 전달했는데도 공당의 대표가 이 부분에 대해서 '꿀먹은 벙어리'다. 민주당 소속 부산·울산·경남 의원들도 모두 요구하는데, 공당의 대표면 찬성이든 반대든 입장을 명확히 해줘야 하는데 표는 표대로 얻고 싶고, 수도권의 일부가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뭉개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Q. 21대 국회가 저물어가고 있고, 총선도 다가오고 있어서 쉽지 않은 상황인 건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는 부산·울산·경남에서 정치적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압박을 받아야 민주당도 태도를 분명히 할 수 있지 않겠나. 2월 국회도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늦지 않도록 지금보다 훨씬 수위 높게 요구를 하고, 필요하다면 투쟁도 할 것이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제1당 공당의 대표도 더 이상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미룰 수 없을 것이다. 부산 상공계와 시민사회는 이미 부글부글 끓고 있다."


Q. 민주당 주류가 노동조합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말도 있다.


"물론 산업은행 노조는 반대를 한다. 당연히 자기 뿌리를 옮기는 것에 대해 찬성할 노조가 있겠나. 그분들의 우려를 제가 잘 이해한다. 이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가족이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주거와 교육, 정주 여건 조성 등을 세심하게 살필 것이다.


특히 자녀 교육 때문에 부산에 오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는데, 부산이 글로벌 허브 도시가 되면서 도시 전체가 교육 발전 특구가 될 것이다. 교육 혁신을 가장 신경쓰고 있다. 부산에 와서 오히려 자녀 교육을 시켜야되겠다는 얘기가 나올 때까지 혁신할 것이고, 전혀 문제가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Q. 산업은행 임직원들의 갖은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이러한 방안이 알려진다면 이전을 반대하는 노조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설득하고 조정해 나가는 건 정치권의 역할인데 그런 역할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이재명 대표도 경기도지사를 지낸 분인데, 시도지사의 면담이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만나주지도 않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가 부산 시민들을 대표해서 만나자고 한 것이지 않나. 면담 거부는 부산 시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서울에서도 못 만났지만, 부산에서도 만나자고 제가 공개적으로 제안했는데도 (침묵했다). 이재명 대표가 부산에 와서 회의를 하면서 산업은행 이전 문제 얘기는 여러 사람이 꺼냈는데도 한마디 말도 안했다고 하더라. 부산 시민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의아하고 또 한편으로는 유쾌하지 못했을 것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부산광역시 서울본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산업은행 이전 문제 외에도 수도권 일극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많을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부산을 방문해서 싱가포르를 능가하는 글로벌 도시의 제도적 여건인 '글로벌 허브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보는가.


"특별법은 부산을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국제 비즈니스 자유도시로 만드는 포괄적이고, 기존 특례를 뛰어넘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글로벌 허브도시의 핵심은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세계인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 매력적인 국제관광 도시와 이를 뒷받침할 국제교육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부산시와 정부와 협력체계가 두텁게 구축되고 있는 만큼, 최대한 속도를 내고 있고 법률안을 신속히 마련하고 이번 국회가 끝나기 전에 통과시켰으면 좋겠다는 게 목표다."


Q.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과감하게 권한을 이전하는 내용들이 포함돼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부산의 글로벌 거점화를 위한 중점 과제로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부산 엑스포가 아쉽게도 불발이 되면서 신공항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중앙부처 장관과 4대 기업 대표들과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 신공항은 물론이고 북항 재개발, 공항 연계 철도·항만을 통한 '트라이포트 물류 플랫폼' 조성과 산업은행 이전까지 더 완벽하게 진행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에서도 현재 진행되는 현안 사업들은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로드맵대로 진행되도록 차질없이 챙겨가겠다.


부산을 남부권의 성장축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정부와 부산 모두 한뜻으로 힘을 모아 나갈 것이다. 엑스포 유치에 큰 성원을 보내주신 시민여러분께 글로벌 허브도시로의 가시적인 성과로 보답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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