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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주류가 아닌 보수…'세대 결합' 유지할까 [총선 쟁점은 ②]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3.09.28 08:00
수정 2023.09.28 10:07

민주당 지지세 견고한 4050세대, 우리

사회 중추…'법원이라면 부장판사 연령'

6070세대는 대부분 은퇴…국민의힘

지지율 우세 직업군은 은퇴자·주부 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이 보수 지지층에 거대한 충격을 주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총선을 앞두고 '보수 지지층'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주된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메인 스트림', 주류가 아니라는 사실을 냉정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33% 동률로 팽팽히 맞섰던 지난 19~21일의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세대별로 분석해보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다. 국민의힘이 지지율에서 앞서는 세대는 60대와 70대 이상 뿐이라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60대에서 47%의 지지를 얻어 26%에 그친 민주당을 앞섰다. 70대 이상에서는 과반인 58%의 지지를 얻어 15%에 불과한 민주당을 네 배 가까이 압도했다.


하지만 그외의 세대에서는 전부 열세였다. 20대 이하에서는 민주당이 29% 국민의힘은 19%였으며, 30대에서는 민주당 32% 국민의힘 25%였다. 가장 열세가 심한 세대는 이른바 '4050 세대'로, 40대에서 민주당은 44%의 지지를 얻은 반면 국민의힘은 절반 정도인 24%에 그쳤으며, 50대에서도 민주당이 역시 44%의 지지를 얻는 동안 국민의힘은 28%에 그쳤다.


'표 대결'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김은경 민주당 전 혁신위원장이 "합리적"이라고 칭찬했던 '여명 비례 투표제'라도 시행하지 않는 이상 4050세대도 한 표, 6070세대도 한 표이기 때문에 표 대결 자체에서는 동등한 조건이다.


문제는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함에 표를 집어넣는 선거 당일에 이르는 과정에서 행사할 수 있는 여론 영향력의 차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4050세대는 그 사회의 중추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법원이라면 부장판사를 맡아 영장실질심사를 전담한다든지 할 연령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의 지지 기반인 6070세대는 은퇴한 경우가 많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한국갤럽의 응답자 직업별 정당 지지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서는 직업은 은퇴자와 전업주부 뿐이다. 은퇴자 사이에서 국민의힘은 39%의 지지를 얻어 민주당(20%)을 '더블 스코어'에 가깝게 앞섰다. '전업주부'에서는 국민의힘 41%, 민주당 26%였다.


그외의 자영업자·노무서비스업·사무관리직·학생에서는 모두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비해 정당 지지율에서 우세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판사 연령을 생각해보라. 70년대생과
80년대 초반생은 친노·친문 훨씬 많다"
"2020년 4·15 총선 이튿날, 기흥 삼성
전자에서도 화이트칼라들 하이파이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019년 10월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 조선일보 칼럼니스트였던 임건순 동양철학자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지식인과 화이트칼라는 다 야당 편이고 '성안 사람들(사회 각 조직의 중추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연령대를 가리킴)'은 대부분 반(反)보수 좌파"라며 "지금 판·검사들의 연령을 생각해보라. 70년대생과 80년대 초반생들은 다 친노·친문인데 좌파들이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우리 지지자들이 언론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며 "언론사에서 국장·부장으로 데스크를 맡는 연령대인 4050세대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가장 강한 세대"라고 토로했다.


전통적인 6070세대 '보수 지지층'만으로 전국단위 선거를 이길 수 있을까. 투표소로 끌어낼 수 있는 모든 보수 표를 바닥까지 긁어모아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쳤던 게 지난 2020년 총선이었다. 당시 지역구 득표율 총합계는 민주당 49% 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41%였다. 8%p의 지역구 득표율차는 79석의 지역구 의석 격차를 만들어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2021년 1월 '제3의 길' 투고에서 "2020년 4월 15일 총선 이튿날, 기흥의 삼성전자연구소부터 테헤란로의 벤처기업까지, 화이트칼라들 상당수가 '우리가 이겼다'며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보수 지지층 중에) 많지 않다"며 "이들은 민주당의 압승을 월드컵 4강전에서 이긴 것처럼 자축했다"고 지적했다.


주민등록인구를 살펴보면 50대가 최대 세대다. 연령비율로 보면 50대가 전체 유권자의 20%이며, 40대와 60대가 나란히 18%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20대 이하가 16%이며, 30대와 70대 이상은 각 14%다. 민주당 지지세가 견고한 4050대가 전체 유권자의 38%,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6070세대는 32%로 이미 인구 구조상 열세에 있다.


그렇다면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지난해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까지 국민의힘의 선거 3연승은 어찌된 노릇일까. 유권자의 30%를 차지하는 2030세대가 국민의힘에 가세하는 이른바 '세대결합'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저서 'MZ세대 한국생각'에서 "연령 효과가 나타나는 60대 이상에서는 국민의힘 우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세대 효과를 보이고 있는 4050의 민주당 지지도는 견고하다"며 "2030이 보수~진보가 팽팽하게 맞서있는 여건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승부처는 2030"이라고 지목했다.


4050대 유권자 38%, 6070대는 32%
30%인 2030 "캐스팅보트 쥐고 있다"
2030, 최근 급격하게 무당층 늘어나
양당 중 누가 먼저 다가설지 관전 지점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상암DMC 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 연설을 마친 청년 대학생을 끌어안고 있다. ⓒ뉴시스

여기서 문제는 국민의힘의 지난 '선거 3연승' 과정에서 가세했던 2030세대가 최근 급격히 무당층으로 물러서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의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세대별로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한 무당층 비율을 보면 20대 이하에서 48%, 30대가 38%로 다른 세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외 세대의 무당층 비율은 40대 29%, 50대 21%, 60대 19%, 70대 이상 23%에 그쳤다.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 2030세대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기타 여러 부도덕 사례를 고려해 '민주당은 못 찍겠으니 국민의힘'이라는 선택을 해주기를 바라는 게 국민의힘의 희망일 것이다. 그러나 '지지 정당이 없는' 2030세대는 굳이 투표소에 가서 그런 고민을 하느니, 애초부터 투표소에 가지 않을 공산이 높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최근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중도라고 대답하는 분들은 사실은 정치적으로 자기 생각이 있거나, 아니면 무관심해서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이라며 "보수 30%, 진보 30%, 중도 40%라고 했을 때, 총선 투표율이 60% 밖에 안되는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라고 지적했다.


결국 내년 총선의 결과는 △국민의힘이 최근의 '선거 3연승'에서 이뤄졌던 2030세대와의 결합을 유지하느냐 △민주당이 2030세대의 표심을 탈환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무당층으로 물러난 2030세대는 저조한 투표율 속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스스로 내려놓고, 2020년 총선 때처럼 각자 지지 세대의 결집 대회전으로 치러지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민주당 중 어느 쪽이 먼저 이념을 극도로 앞세우고 진영 결집에 모든 것을 거는 정치에서 벗어나, 2030의 표심에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줄지가 관전 포인트다. 엄경영 소장은 "2030의 지지를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2030은 이념과 진영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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