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동 흉기난동' 최원종 구속기소…검찰 "심신미약 상태 아냐"
입력 2023.08.29 13:52
수정 2023.08.29 13:52
검찰, 최원종 가족 및 정신과 담당의 등 참고인 25명 조사…심리상태 분석
피해망상 몰두해 주변 환경에 경계심 가져…자기보호 수단으로 극단적 공격성
망상 앓다가 온라인 통해 비슷한 증세 사람들과 대화 나누고 증세 심해져
사상자 14명을 낸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22)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최원종이 피해망상에 몰두해 범죄를 저질렀으나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29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수원지검 성남지청 전담수사팀은 이날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최원종을 구속기소 하면서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원종은 지난 3일 오후 5시 56분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분당점 부근에서 모친 소유의 모닝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고 이후 차에서 내려 백화점에 들어가 9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차에 치였던 60대 여성 1명이 사건 발생 사흘 만인 지난 6일 사망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차량 돌진으로 피해를 본 20대 여성 1명은 뇌사 상태로 치료받다 전날 숨졌다.
이 밖에 또 다른 무고한 시민 5명이 중상, 7명이 경상을 입었다.
지난 2일 오후 7시께는 다수를 살해할 목적으로 성남시 분당구의 백화점과 야탑역, 서현역 등에 흉기를 소지하고 가기도 했으나 실제 범행에는 착수하지 않아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최원종이 망상을 현실로 착각하고, 폭력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분석했다.
검찰은 최원종의 가족과 친구, 정신과 담당의 등 참고인 25명을 조사하고 전문의 자문을 종합해 전체적인 심리상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최원종은 피해망상에 몰두해 주변 환경에 대한 경계심과 불안감을 갖고,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극단적인 공격성을 보인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최원종이 주식 투자를 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학업능력을 갖춘 점, 범행 수일 전 '심신미약 감경'을 한 차례 검색한 점 등을 토대로 최원종이 심신미약 상태에 빠져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최원종은 검찰 조사에서도 타인이 자신을 스토킹하며 괴롭힌다는 망상 증세를 계속해 보였다고 한다.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뒤 최근까지 3년간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고 홀로 살며 망상증세를 보이던 최원종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비슷한 증세를 겪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증세가 더욱 심해졌다.
범행 직전에는 부모의 집에 찾아와 어려움을 호소했으나 부모가 치료를 권유하자 부모 역시 스토킹 조직원에 매수됐다고 생각해 직접 조직을 공격하는 방향으로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전 심신미약을 검색한 이유 역시 본인의 망상을 감경 사유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음주 등의 상태로 범행을 하면 감경이 되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을 정도로 최원종은 망상을 현실로 맹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원종은 과거 대학에 한 차례 입학했다가 공포 장애 등으로 중퇴하고, 원격 수업 위주의 현재 대학에 다시 입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 잘못 알려진 것처럼 영재 수준의 높은 지능을 가진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과 온라인 게시물 분석, 주변인에 대한 참고인 조사 등 심리상태 파악을 위한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