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년간 새겨진 '주홍글씨', 사법리스크·분열·부도덕·인사실패 [이재명 체제 1년 ⑤]
입력 2023.08.28 06:00
수정 2023.08.28 06:00
대선패배→초선의원→초스피드 당대표
혁신·민생 내걸고 '이재명호' 출범했지만
李, 법원·검찰 오가며 당무…黨 갑론을박
"연초 사퇴하고 비대위 전환" 목소리도
더불어민주당이 28일로 '이재명 체제' 1년을 맞았다.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초선 의원'으로 정계 복귀 후, 2개월 만에 원내 1당 대표에 올랐다. 민주당의 패배를 교훈 삼아 당의 혁신과 민생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대대적으로 출범한 '이재명호(號)'였다. 그러나 이 대표에 대한 작금의 평가는 당초 기대와는 자못 다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8·28 전당대회 당선 수락연설에서 "당원과 지지자의 열망을 하나로 모아내지 않고 집권은 불가능하다"며 "재집권을 위한 토대구축이라는 막중한 임무에 실패하면 나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난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 대표를 둘러싼 현실이 녹록치만은 않다. 일단 당대표부터가 각종 사법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현재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백현동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 검찰 조사와 재판을 받고 있고 소환조사도 앞두고 있다. 대북송금 의혹 조사를 제외하면 28일 기준 네 번, 포함할 경우 다섯 번째 검찰 조사다.
내년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당내 계파 갈등까지 불거졌다. 검찰의 수사망이 조여올수록 친명(친이재명)계는 이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운다. 반면 비명(비이재명)계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분석을 토대로 이 대표 체제의 총선 준비에 비상등이 켜졌다고 우려한다.
비명계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길'은 지난 24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토론회를 열어 최근 집계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민심 분석에 나섰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구체적으로 올해 안에 당의 변화와 이에 대한 대안을 제안하는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예상 가능한 리스크는 내달 정기국회 도중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는 상황이다. 체포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헌법이 정한 바에 따라 본회의에 참석해 표결해야 한다. 앞서 이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언했지만, 친명계 일각에서 "체포안 표결 보이콧"이라며 이 대표의 선언과 배치되는 주장을 하면서 '체포안 부결' 가능성이 거론됐다. 이렇게 되면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 의원은 "우리 당에 몇 가지 사건들로 문제가 된 무능함과 부도덕도 꽤 있지만, 사실 당의 기저에 깔려 있고 실질적으로 극복해야 할 불신의 지점은 바로 '내로남불'"이라고 진단했다.
'부도덕.' 민주당을 총체적 난국으로 빠뜨린 키워드 중 하나다. 거액 가상화폐 보유 및 상임위 회의 중 거래가 발각돼 정치권은 물론 여론의 지탄을 받고 민주당을 탈당한 친명계 핵심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주인공이다. 국회 윤리특위 1소위는 오는 30일 김 의원에 대한 징계 표결에 나선다. 당초 '제명'이 유력했지만, 김 의원이 별안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연기됐다. 김 의원은 이 대표의 최측근 그룹인 '7인회' 멤버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즉각 페이스북에 "김 의원 코인거래는 민주당을 늪으로 빠뜨린 사건이었고, 당 지도부의 미온적 대처는 국민이 당의 도덕성을 더욱 의심하게 만들었으며, 신뢰는 지층부터 흔들렸다"며 "(징계) 표결 지체 모습은 현재 김 의원이 무소속일지라도 그가 현재도 민주당 의원이며 당 지도부의 비호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인 비하' 발언으로 지탄을 받고 부랴부랴 활동을 조기 종료한 김은경 혁신위원회 논란도 이 대표 리더십에 타격을 입혔다. 혁신위원장 인사권자가 당대표라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한 카페에서 청년층과 좌담회를 통해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청년들과) 1대1로 표결해야 하느냐"고 발언해 '노인 폄하'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며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두 사람은 결국 사과했고, 이같은 논란은 박광온 원내대표의 고개까지 숙이도록 했다. 대한노인회는 성명을 통해 인사책임자인 이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을 임명한 이 대표의 사과는 끝내 없었고, 그렇게 9월 종료가 예정됐던 혁신위는 출범 두 달 만에 활동을 접었다.
다만 혁신위가 남겨두고 떠난 '대의원제 권한 축소' '다선 용퇴 제안' 등으로 당내 갈등이 더욱 확산됐다. 혁신안은 사실상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인 이른바 '개딸'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당시 비명계 민주당 초선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헛소리 혁신안"이라며 "아주 (당이) 망하려고 작정을 했다"고 일갈했다.
이 대표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5~7일에 걸쳐 실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3%, 민주당은 31%였고, '태도 유보'가 30%였던 반면, 취임 1년에 임박한 지난 14~16일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은 23%에 그쳐 국민의힘(34%)보다 11%p 낮았다. 태도 유보는 35%로 오히려 늘어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전문가는 이 대표의 '연초(年初) 사퇴'라는 대승적 결단을 통한 당의 위기 수습을 강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의 향후 정치행보에 있어 제일 시급한 것은 내년 총선"이라며 "사법 리스크를 받는 이 대표가 법원과 검찰 조사를 오가며 총선을 지휘한다면 당내 분란이 고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총선에 사활을 건다고 하면 내년초 정도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는 것부터가 개혁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가 최근 자신을 향한 '사퇴설'을 '일각의 기대' 수준으로 평가절하 하면서 내년 총선은 이 대표 체제로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그는 지난 25일 TJB대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0월 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전망' 질문에 "전망이 아니라 기대일 것 같다"며 "우리 지지자들과 당원들이 실망하거나 흩어지지 않게 해 투표하게 하고 그걸 통해 내년 총선을 어떻게든지 반드시 이기는 게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비이재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은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이 대표가 물러나야 비대위를 하든 뭐를 하든 하는데 안 물러나겠다고 한다"며 "이 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거취를 결정할 의원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이재명 대표 체제 출범 이래 1년간 바람 잘 날 없었던 민주당 내홍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