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귀국 파장…친명계 견제 속 친낙계 '李역할론' 띄우기
입력 2023.06.26 11:41
수정 2023.06.26 11:46
윤영찬 "李, 정치 행보 변화 각오…필요하면 당에 쓴소리"
친명계와 대립각도…"이재명, 李악마화와 무관치 않아"
친명계는 "지지율 어느 정도 올라와야 경쟁 구도 돼" 견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귀국 일성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간 신경전과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뚜렷한 구심점이 없었던 비명(비이재명)계가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이재명 견제 세력'을 결집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낙(친이낙연)계를 비롯한 비명계는 연일 이 전 대표의 '역할론'에 힘을 싣고 있다.
당내 대표적 친낙계인 윤영찬 의원은 26일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이 전 대표의 '못 다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발언을 두고 "본인이 지금까지 했던 정치와는 조금 다르게 사안을 보고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각오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윤 의원은 "본인이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서 새로운, 변화된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가 있었을 것"이라며 "필요할 때는 (당에 대한 쓴소리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1년간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방문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데는 나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나의 못 다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이제부터는 여러분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선 이후 2선으로 물러나 있던 이 전 대표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의원은 이에 대해 "우리도 굉장히 놀랐다. 대한민국의 퇴행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말씀하실 것 정도는 예측했는데, (정치적 책임에 대한 발언은) 본인의 각오와 의지를 표출하신 것이라 예상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향후 행보에 대해 윤 의원은 "한반도의 미래 생존 전략과 관련된 여러 가지 강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갈 것 같다"며 "(이 전 대표가) 단순히 어떤 계파의 수장 또는 비명계, 이런 차원을 넘어서 민주당이 잘 되는 방향이 과연 무엇이고 국민 속의 민주당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이개호 의원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어차피 평생 정치 활동을 해오신 분이기 때문에 숨만 쉬어도 정치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 전 대표의 발언은) "어떤 식으로든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친낙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 대표와 친명계 견제 목소리가 나왔다. 신경민 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낙연 악마화'가 '개딸'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진행됐다"며 "계속해서 그런다면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신 전 의원은 당 일각에서 이 전 대표의 낙향 요구가 나오는 것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조용히 있기를 정말로 바라서 그런다기보단 당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충정이다. 그 충정 끝에 당내 문제는 현역의원들을 중심으로 풀어보겠다는 건데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와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갈등 여부는 이 대표의 행보에 달려있다며 "지금 이 대표가 혁신위 띄우고 더혁신행동회의를 띄워서 공천을 완전히 뭔가 새로운 물갈이를 하겠다는 걸 혁신으로 포장하고 있는데, 이 혁신이라는 포장이 아니고 진짜 속살을 어떻게 채울 것이냐라는 것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친명계에서는 이 전 대표가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이 대표를 중심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 단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명계인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야당 내에서, 당내에서뿐만 아니라 국민에서도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굉장히 떨어진다. 거의 한 자리에서도 약간 5% 밑쪽 나오기 때문에 이걸 어떤 식으로든지 올리는 게 중요하다"며 "어느 정도 올라와야 한다. 그래야 (이 대표와) 경쟁 구도가 된다"고 말했다.
현 부원장은 이어 "당내에서 아무리 뭘 해야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라며 "아마 본인의 주된 목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할 가능성이 높지 않나. 그게 아마 야당 주자로서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