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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MBC 노사관계의 미래상 [문호철의 MBC 생각 ⑦]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3.06.26 00:45 수정 2023.07.09 15:40

문호철 전 MBC 보도국장.ⓒ

<MBC의 사실상 최대주주 언론노조>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 MBC지부(이하 '언론노조')는 '87체제'의 산물이다. 이후 35년이 지나는 동안 언론노조는 어느새인가 MBC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 최초의 노조위원장 출신 사장이 등장한 이래 전직 노조위원장이 네 명이나 사장이 됐다. 노조가 경영권까지 완전히 장악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부시절에는 노조위원장 출신 사장 두 명이 연달아 사장자리를 차지했다. 함께 경영을 책임지는 임원진 역시 노조 간부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심지어 박성제사장이 취임한 2020년, 같이 임명된 본부장들을 살펴보면 박 사장 포함 세 사람이 전직 노조위원장 출신이었다.


주목할 점은 사장이 노조위원장 시절 호흡을 맞췄던 노조 간부들이 그대로 같이 경영진으로 동반 성장(?)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계속 대물림될 수 있다. 그러니까 현재의 노조 집행부는 차세대 경영진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지금과 같은 노영방송 체제가 유지된다면 말이다. 노조집행부가 되기 전에는 직군별로 대의원 등을 맡게 되는데 이 자리를 마치면 중간 보직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노조 포스트와 회사 보직 사이를 지그재그로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해가면서 커리어를 개발·관리한다고 할까? 직원 대부분은 입사하자마자 통과의례처럼 언론노조에 가입한다. (필자의 경우도 입사직후 선배가 가져온 노조가입원서에 아무 의식 없이 서명했다. 돌이켜보면 노조가입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역학관계에 좀 더 일찍 눈을 뜬 사원들은 노조의 힘을 인식하면서 노조활동에 적극 뛰어든다.


MBC에는 주요보직을 맡으려면, 해외연수나 특파원을 가려면 노조를 찾아가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는 말이 있다. 경영진은 이런 성향의 직원들을 중심으로 언론 기능의 핵심부서—예를 들어, 시사보도 부서—의 실무인력을 꾸리면서 언론노조 그들만의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전두환 정권의 하나회가 MBC에서는 민노총 언론노조이다. 철저히 배타적이고 집단이기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경영진과 실무진이 운명공동체로 똘똘뭉치다보니 지난 5년의 오보와 편파 보도 그리고 각종 취재윤리의 일탈에도 눈을 감거나 형식적인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던 것이다. 단순한 '제 식구 감싸기’를 넘어 마치 ‘혁명 조직의 동지애'와 같은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MBC 방송내용은 민노총의 지향이념과 가치를 그대로 투영해왔다.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계열의 목소리가 큰 언론사에는 공통된 현상이라지만 특히 MBC만큼 강력한 곳은 없다. MBC만큼 反자유·反시장(불법·폭력까지 동반하는 극렬한 정치적 노동운동에 우호적)·反美的 성향을 드러내는 방송사를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좌편향성을 그들의 '보도가치'로 인식하고 있다. 중립·균형·공정보다 더 지향해야 할 가치라고 믿고 있다. 국가자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공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혁명이론에서 말하는, 목적을 위한 수단의 정당화 그리고 진실보다는 프로파간다(선전선동)를 우선시하는 경향까지 더해져 왜곡과 가짜뉴스 양산까지 서슴지 않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특히 근래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내보내는 MBC 시사보도 콘텐츠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극단적 1인 유튜브와 별 차이 없는 수위의 내용과 표현을 왕왕 찾아볼 수 있었다(그러면서 우파 성향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사람에 대해서는 그것만으로 극우적 인사라고 낙인찍는 내로남불 저널리즘의 전형적 모습을 보인다).


지난 4월 26일 국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방송법 개정 반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문호철 전 MBC 보도국장.ⓒ

<개혁방안 및 노조의 미래상>


지난 5년 MBC 저널리즘은 훼손되고 무너졌다. 일부에서는 이를 비아냥거려 'MBC 너절리즘'이라 부르기도 한다. 전반적 콘텐츠 경쟁력도 땅에 떨어졌다. 정파성만 강한 아마추어 경영진의 경영결과는 MBC 역사상 전대미문의 일천억 원 수준의 적자로 나타났다. 이후 꼼수로 '무늬만 흑자'로 둔갑시켰지만 속은 골병 들어갔다.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경영과 노조의 경계가 분명해져야 한다. 회사 경력의 상당 부분을 노조활동에 치중했던 사람들이 경영을 담당해서는 안 된다. 최승호 前 사장처럼 제대로 된 보직도 맡아보지 못한 채 노조 투쟁경력, 막연한 상징성이나 대중적 인지도만으로 경영자 사장이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외부 기업에는 글로벌 인재들이 넘쳐난다. 콘텐츠 기획과 IP확보·활용 전략은 물론 재무와 전사기획 부문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고 실적으로 검증받는 사람들이 해당 분야 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글로벌 OTT 기업들이 주도하고 한류 콘텐츠기업들이 세계로 뻗어가는 지금의 환경에서 현재의 MBC가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공영방송이라고? 그럼 재원은 어디서 나오나? 박성제 前 사장처럼 수신료를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다는 망상에 빠져있는 사람은 이젠 없을 텐데...


노조는 노조대로 임금·근로시간등 처우와 근로환경의 개선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노조 집행부 출신이 곧바로 임원이나 보도·시사·경영 등의 핵심보직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 앞으로는 경영진 경력 트랙과 노조집행부 경력 트랙이 확실히 분리되는 것으로 직원들 사이에 인식되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처럼 '노영방송'이라 손가락질 받는 MBC에서는 더 그렇다. 나아가 조직화된 노동 권력의 '직원 줄 세우기' 등으로 나타나는 사내정치도 줄일 수 있다. 줄 세우기와 그에 따른 보상약속이 아니라 개별 직원들의 성과에 따른 보상에 집중해야한다. 실력과 성과가 인사관리의 최우선적 변별요소가 되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콘텐츠미디어 업계 전체에서 가장 성공적인 CEO를 꼽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디즈니(The Walt Disney Company)의 밥 아이거(Bob Iger)는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이 아니었다. 처음 입사했던 ABC에서 맡았던 업무는 TV 제작세트를 담당하는 기초적인 일이었다. 이후 제작과 편성 분야의 보다 전문적 업무를 맡아 탁월한 성과를 내면서 입사 20년 만에 ABC사장까지 오르게 된다. 이후 ABC가 디즈니에 인수되었는데 여기서도 승승장구 결국 디즈니 전체 CEO자리를 꿰차게 된다.


<무엇보다 화급한 MBC 노-사관계 개혁>


MBC 단체협약상의 제도와 장치들은 노조의 정치 진영화로 인해 편향적 시각과 잣대라는 한계를 뚜렷하게 노정하였다. 공정방송의 수호자를 자처해 온 노조가, 특정 정치세력의 스피커로 전락했다. 상황개선을 위해 외부 평가를 더욱 폭넓게 반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확하게 국민을 대표할 수 있도록 일반 시청자 평가단을 표집·구성하여 정기적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고 복수의 여론조사 기관을 선정하여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이 둘을 병행할 수도 있다. 모든 콘텐츠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상시·전수 조사하기 위해서는, 이전 칼럼에서도 밝혔듯 AI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을 검토해 볼 만하다. MBC를, 그들만의 방송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시청자의 방송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보다 적극적인 방안들도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 구성원들에게 언론종사자에게 요구되는 전문직주의 규범이 내재화되고 이것이 조직문화에 착근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이상적 상태겠지만, 내부 종사자가 전문직주의 규범으로 강력하게 무장되어 있다면 좌든 우든, 노동조합에 의해서든 경영진에 의해서든, 편향된 방향으로 방송이 휩쓸리게 하지 않는 내적 보루가 형성될 것이다. 직무마다 적절한 의무교육을 부과하고 이수자에 한해 해당 직무를 맡을 수 있게 인사관리를 해나가야 한다. 상벌제도도 정비해 공정성과 중립성 성과에 연동된 적절한 보상과 징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모든 논의를 보다 근본적으로 가능하게 위해서는, 지난번 칼럼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민영화를 포함한 소유·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MBC 자체의 연구를 본격화해야한다. 진정한 화합은 노와 사가 각자 본연의 길을 제대로 갈 때에만 달성될 것이다. 노조가 이와 같이 변화한다면 그 역할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고 나아가 노조의 합당한 비판적 의견제시에 대해서는 경영진도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경영과 노동의 제자리 찾기가 자체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결국 MBC는 역사발전의 흐름에서 밀려나 고사되거나 아니면 타의에 의한 강제적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 2023년 MBC 노사(勞使) 풍경


[인사권 침해]

1. 신임사장이 뉴스룸국장(보도국장)으로 A를 임명했다. 단체협약에 따라 보도국 소속 직원들이 임명동의제 투표를 실시했다. 보도국 직원 70%이상이 민노총 언론노조원이다. 투표결과 A는 부결됐다. 또 다른 인물 B, C도 잇달아동의를 받지 못했다. 사장은 뉴스룸국장외에 시사교양국장, 라디오국장 역시 임명할 수 없었다. 사장 인사권은 사실 형해화되었다.


2. 정치부장 甲에 대해 부서원들이 상향평가를 실시했다. 단체협약에 따라 언론노조위원장은 결과를 열람할 수 있다. 평가점수가 단체협약 기준에 미달했다. 노조는 이를 회사에 통보했고 정치부장을 보직해임해야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甲은 앞으로 1년 동안 보직을 맡을 수 없다.

→문제제기) 임명동의제와 상향평가는 의견제시를 넘어 강제권을 가진다. 사실상의 인사권자는 언론노조이다. 사용자에 부여된 인사권의 본질적 기능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향후 디지털미디어국장과 뉴스영상국장까지 임명동의 받을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방송 독립성 침해]

1. 편성국장 A가 편성담당 직원 B와 의견이 충돌했다. 결국 노사 각 5인으로 구성한 공정방송위원회가 조정에 들어갔다. 공방위는 A국장이 방송 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인사권자에게 문책을 요구했다.

→문제제기) 방송법 제 4조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방송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떤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MBC 공방위규정에 따르면, 특정 이념지향성을 가진 언론노조가 단체협약이라는 형식을 빌려 단순의견 제시를 넘어 조정 권한과 문책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방송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법한 단체협약이다.


[시청자 권리 침해]

1. 사측이 법적기구인 시청자위원회의 시청자위원으로 A씨를 추천했다. 시청자위원 선정위원회(회사 측 4명, 언론 노조 측 3명)에 A를 추천했더니 언론 노조 측 3명의 반대로 3/5찬성 요건을 만족하지 못했다. 탈락했다. 언론노조가 찬성해야 시청자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문제제기) 방송법이 시청자위원을 구성하도록 규정한 것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 시청자 권익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다. 언론노조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위원으로 선정될 수 있다.


[주주권 침해]

1. MBC본사는 지역 계열사인 대구MBC사장에 A를 선임하려했다. 그러나 노사합의에 따른 <임원추천위원회(노측3인+사측3인)>에서 노측 추천위원이 A를 반대하고 B와 C를 2배수 추천했다. 2018년 당시 최승호 MBC사장과 언론노조가 체결한 합의서에 따른 것이다. 진통 끝에 노조가 추천한 B를 대구MBC사장으로 선임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임원선임 관련 합의는 노동관련 합의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위법적인 노사합의라 볼 수 있어 효력에 의문이 있다. 지역MBC 대주주는 MBC본사의 대표이사 개인이 아니라, MBC본사라는 법인이다. MBC본사 대표이사는 법인의 대리인 혹은 수임인으로 ’선관주의의무‘가 있다. 최승호사장이 주주권 행사를 제한하는 합의를 언론노조와 체결한 것은 대표권 남용이다. 나아가 지역MBC 여타 주주들의 주주권을 침해하고 있다. 언론노조가 주주권까지 좌지우지하면서 명실공히 노영방송의 정점을 찍은 사례로 볼 수 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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