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개편·탕평인사 요구…민주당 '이재명 체제' 새로운 뇌관
입력 2023.03.14 00:30
수정 2023.03.14 00:56
체포동의안 '소신표' 수습 과정에서
사무총장 포함 '과감한 탕평' 목소리
친명 "이미 통합 고려해" 회피 시도
비명 "'많이 내려놨구나' 정도 돼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소신표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비명(비이재명)계의 당직 개편 요구가 새로운 뇌관이 되고 있다.
'소신표 사태'를 통해 확인된 당내 불신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과감한 탕평이 필요하다는 게 비명계의 요구이지만, 친명(친이재명)계 입장에서도 사무총장은 쉽게 내줄 수 없어 향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13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통합과 화합이 필요하다고 할 때, 탕평 인사가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총선 등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당대표와 너무 가까운 인사 일색이 아니고, 많은 분들이 참여하는 탕평 인사를 한다면 당내 화합과 통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비명계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은 지난 7일 불교방송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사무총장·전략기획위원장 등 정무직 당직이 친명 일색으로 돼있다며, 당직 개편과 탕평 인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해철 의원의 이날 발언은 이같은 당직 개편, 탕평 인사의 필요성에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당권을 잡고 있는 친명계는 이같은 당직 개편 요구에 '이미 탕평이 돼있다'고 회피하려는 반응이지만, 그런 정도의 반응으로는 탕평 압박을 비껴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명계 초선 강경파인 김남국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지금 여러 주요 당직 중에서 친명이라 할만한 사람이 크게 없다. 민주연구원장 정태호 의원도 아주 핵심 친문이라 할 수 있는 분"이라며 "충분히 인선할 때 통합을 고려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전해철 의원은 "어떤 직책, 어떤 자리 하나만 가지고 이야기하면서 탕평을 했다고 하면 안되지 않겠느냐.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야 되는 것"이라며 "'당대표가 많은 것을 내려놨구나'라고 생각할 정도가 돼야 탕평 인사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 이런 인사를 했으니까 탕평이라고 하는 것은 본질에 전혀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당직개편 요구에 절충안 마련 움직임
전략위원장은 되지만 총장은 안된다?
당장은 안되고 원내대표 선거 이후에?
'기소 당직자 직무정지권' 총장이 뇌관
당내에서는 중재 움직임도 감지된다. 사무총장은 그대로 놔두고 전략기획위원장만 교체하는 절충안이라든지, 지금 당장은 아니고 4월말~5월초에 원내대표 경선을 한 뒤, 정책위의장을 포함해 중폭 개편을 하는 '시기조절론' 등이다.
현역 의원 50여 명이 속한 당내 최대 의원모임 '더좋은미래'의 강훈식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에서 "전략기획위원장이 인터뷰에서 본인 스스로 '교체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인정하는 것을 봤다"며 "그렇게 말씀하는 것을 봐서는 (전략기획위원장을 탕평 인사의 몫으로 교체하는) 공간을 열어놓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무총장 교체에 대해서는 "당규를 고칠 권한이 있으니까, 또는 공천권의 역할을 하니까 (당직 개편 대상으로) 넣자, 말자 하는 것은 국민들이 볼 때 참 한심하다고 보지 않겠느냐"며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문재인정권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냈지만, 현재 검찰독재대책위원장을 맡아 지도부와도 거리가 가깝다고 평가받는 박범계 의원은 "지금 당장 (당직 개편을) 한다면 마치 이재명 대표에게 비명계들이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이 대표의 정치적) 책임을 대신 처리하는 것으로 사무총장이나 전략기획위원장의 당직 개편을 하는 것은 정정당당하지 못하다"고 반대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이 앞으로 윤석열정부의 포악한 검사독재에 맞서서 단결과 단합을 위한 차원이라면, 향후 원내대표 선거 이후라든지 결정적인 시점을 잡아서 거론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열어뒀다.
강훈식 의원의 절충안을 따르더라도 전략기획위원장은 몰라도 사무총장의 거취를 둘러싼 이견이 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사무총장은 내년 총선의 공천 과정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당장 당헌 제80조 1항에 규정된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아무리 탕평이 중하다고 해도 친명계가 사무총장을 쉽사리 비명계의 손에 넘길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당직 개편 요구의 핵심인 사무총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단결과 화합의 전제조건인 '탕평'이 쉽게 달성되기도 어려운 셈이다.
이재명, 당직개편 요구엔 말 아낀 채
"표결 결과, 의원들의 충정으로 생각"
14일 세미나·15일 간담회·16일 의총
탕평 미루면 場 설때마다 불만 나올듯
일단 이재명 대표는 당직 개편 요구는 잠시 뒤로 미뤄둔 채, 지난 체포동의안 때 대거 발생한 '소신표'도 당을 위한 충정이라며 비명계를 달래는 모습이다. 당직 개편과 탕평 인사가 '행동'이라면, 행동은 미뤄둔 채 말로 먼저 나선 국면이다.
이 대표는 전날 당내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 대화방에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에 대해 의원들의 당과 국가를 위한 충정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당 운영에 대한 우려와 경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긍정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범계 의원의 '시기조절론'대로 당직 개편의 시점이 차기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4월말~5월초까지 미뤄진다면, 향후 한두 달여 동안 당내 비명계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장(場)이 설 때마다 탕평 인사 요구가 반복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14일에는 비명계 의원들의 공부모임인 '민주당의 길'이 '대선 1년 대한민국과 민주당'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매주 화요일에 열던 것을 체포동의안 '소신표 사태'로 2주 동안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첫 세미나라 당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15일에는 당내 최대 의원모임 '더좋은미래'와 이재명 대표의 간담회가 열리며, 16일에는 체포동의안 '소신표 사태' 이후 첫 의원총회가 소집된다. 세미나·간담회·의총 등에서 탕평 인사에 대한 요구가 공개적으로 제기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새 지도부인 '김기현 지도부'가 탕평을 아예 도외시한 '거짓 연포탕' 친윤(친윤석열) 일색 지도부를 수립했는데, 우리 민주당은 뭐가 달라도 달라야 현 정권과 여당을 비판할 자격이 생기는 것 아니겠느냐"며 "당직 개편과 탕평 인사는 더는 미뤄둘 수 없는 요구"라고 밝혔다.